환경

에코델타시티에 부산 미래 건다 <2-1> [물의 도시를 위하여]- 서 낙동강 '뱃길 탐사'

금산금산 2014. 2. 19. 22:06

 

에코델타시티에 부산 미래 건다 <2-1> [물의 도시를 위하여]- 서 낙동강 '뱃길 탐사'

80년간 숨통 막혀 신음하는 강 … 끊어진 물길 흐르게 하자

 

 

서낙동강이 끝나는 지점에 설치된 녹산수문. 이 수문 때문에 서낙동강 물은 바다로 흐르지 않고 갇혀 있다.

- 1934년 대저·녹산수문 건설
- 사람의 욕심 탓 생태계 파괴
- 신어천 등 산업폐수 쏟아내
- 모래 시꺼멓게 변하고 녹조

- 수안치등섬 습지식물 군락
- 왜가리·숭어 등 생명력 확인
- 농수로를 소하천 형태 복원
- 수질 개선 위탁사업체 필요


흐르지 않는 강.

1934년 대저수문과 녹산수문으로 숨통이 막힌 채 거대한 호수로 전락한 강.

서낙동강은 그렇게 생기를 잃고 신음하고 있었다.

사람의 욕심은 일천식(一川式) 제방을 쌓아 물길을 돌려놨고, 80년 세월 동안 생태계는 망가졌다.

문명은 염치없게도, 또다시 서낙동강 변 부산 강서구 명지·강동·대저2동 11.88㎢(360만 평)

에코델타시티라는 초대형 개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이 프로젝트의 명운은 문명이 망가뜨린 강, 서낙동강에 달렸다.

서낙동강을 살려내지 않고선 '물의 도시'는 불가능한 얘기다.


본지 취재팀은 지난 4일 오전 배를 타고 서낙동강을 둘러봤다.

이번 탐사엔 낙동강공동체 김상화 대표와 그린라이프 네트워크 백해주 대표가 동행했다.

서낙동강은 절망과 희망을 동시에 보여줬다.



■ 자연의 악착같은 생명력

   

배는 낙동강 본류에서 동·서낙동강으로 갈라지는 대저수문에서

출발했다.

경남 김해에서 서낙동강으로 합류하는 예안천과 주중천, 그리고

두 하천 사이에 있는 옛 북섬나루를 지나 수안치등섬까지는

수생태가 그나마 잘 보존돼 있었다.

2만3860㎢의 광활한 낙동강 유역, 그리고 1370개의 작은 하천들이

실어나른 가치들이 서낙동강 곳곳에서 목격됐다.

이 구간 수변부에선 강변 퇴적지 수생식물의 분포를 다양하게 확인할

수 있었다.

수안치등섬 주위로 매자기 부들 달뿌리풀 등 습지식물들이 군락을

이뤘다.

맞은편 서낙동강과 평강천이 만나는 곳에는 연잎들도 물 위의 밭을

형성했다.

덩치 큰 왜가리들도 배 엔진 소리에 놀란 듯 1m를 훨씬 넘는 날개를 펴고 날아올랐다.

흐름이 멈춘 강에서 생태계가 살아남기 위해 반응한 것으로 보였다.

김 대표는 "서낙동강이 원래부터 죽은 강이 아니었음을 증명한다"고 말했다.

"이런 생태적 능력들은 아래쪽의 에코델타시티와 결코 떨어져 있지 않다.

이곳의 물길은 결국 에코델타시티와 만난다.

이 같은 자연 생태를 염두에 두지 않는 에코델타시티 디자인은 곤란하다"고 꼬집었다.


■ 갇힌 물로 스며든 공포

   
그린라이프 네트워크 백해주(왼쪽) 대표와 낙동강공동체 김상화 대표가 대저수문을 출발하며 서낙동강 탐사 계획을 점검하고 있다.

대저수문~수안치등섬을 돌며 잠시 안심했던 취재팀은 불암교와

김해교를 지나면서 우울해졌다.

배가 앞으로 나아갈수록 악취가 심해졌고, 녹차 가루를 풀어놓은 듯한

물 색깔도 그 농도를 더했다.

배는 중사도에 닿았다.

신어천 줄기를 찾기 위해 뱃머리를 서쪽으로 돌렸다.

배가 더는 접근할 수 없는 좁은 수로까지 진입했다.

그곳엔 '죽음과 절망'이 가득했다.

신어천이 서낙동강과 합류하는 지점.

이미 한여름을 넘겼지만 녹조는 극에 달했다.

수변부 위로 드러난 모래도 군데군데 시꺼멓게 변해 있었다.

김해 신어산에서 발원해 7.4㎞를 흘러온 물길, 신어천은 안동공단의 산업폐수 등을 서낙동강에 쏟아냈다.

신어천의 오염된 물은 중사도 바로 앞에서 서낙동강과 충돌한 뒤 그대로 정체됐다.

서낙동강의 수질을 '확인 사살'하는 꼴이다.

중사도 주변으론 갯버들 등 정수식물들이 널리 분포해 질소(N) 인(P) 등 오염 성분을 빨아들이고 있었지만,

역부족이었다.

수문에 완전히 갇힌 물은 햇빛까지 받아 조류현상이 심각했다.

이곳에선 물고기도 볼 수 없었고, 물속엔 도무지 산소가 있을 것 같지 않았다.


■ 물이 먼저 흘러야 한다

   
서낙동강과 평강천이 만나는 평강수문 인근 물풀 위에 왜가리들이 앉아 있다. 김성효 기자

중사도를 뒤로 하고 치등을 지나 에코델타시티 예정지 쪽으로 향했다.

둔치도 뒤로는 김해를 거쳐온 조만강이 합류했다.

역시 오·폐수가 서낙동강으로 스며들었다.

신어천보다 오염 정도가 심해 보이진 않았지만, 흐르지 않는

서낙동강에는 치명적이었다.


그래도 배가 녹산수문 쪽으로 조금 더 내려가자 팔뚝만 한 숭어들이

셀 수 없이 머리를 내밀었다.

낯선 손님들을 경계하듯이 저마다 물 위로 정신없이 뛰어올랐다.

비록 녹산수문이 바다로 흐르는 서낙동강 물길을 끊어버렸지만, 이 구간이 바닷물과 강물이 만나는 기수역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하지만 숭어 떼의 역동적인 모습이 전부는 아니었다.

백 대표는 "순아수문을 중심으로 배스 등 외래 생태교란 종이 대거 번식해 생태계를 위협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취재팀은 순아수문 근처에 배를 대고 내렸다.

 에코델타시티 예정지 내부로 들어가기로 했다.

서낙동강과 연결된 샛강을 따라 에코델타시티의 중심을 관통하는 평강천 합수지점까지 걸었다.

순아교를 둘러싸고 세 갈래 물길이 만났다.

오래전 자연적으로 형성돼 삼각주를 적셨던 작은 물줄기들은 온통 시멘트가 발린 직각의 농수로로 변해 있었다. 그 주위로는 역시 녹조가 심각했다.

물은 본연의 성질을 완전히 상실한 상태였다.


■ 생태 회복이 희망이다

40년간 발품을 팔아 낙동강을 지켜온 낙동강공동체 김상화 대표는 3시간여에 걸친 뱃길 탐사를 마친 후 마음속에 품었던 말들을 풀어냈다.

그는 우선 "인간의 작업으로 이뤄지는 에코델타시티를 피할 수 없다면 능동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만약 에코델타시티가 들어와서 서낙동강이 살아난다면 나쁘지 않은 논리"라고 했다.


김 대표는 자연과 인간의 '윈-윈'을 위해 몇 가지 필수조건을 제시했다.

그는 "80년간 우리가 버려뒀던 서낙동강을 이젠 치유할 때다. 수변구역이 가진 자연적 능력들을 온전히 보존해야 한다""앞으로 100년, 200년이 흘러도 낙동강 하구는 자연 공간이어야 한다. 서로 공존하는 길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물길 회복'을 특히 강조했다.

김 대표는 "끊어진 물길, 사람이 만든 직각의 농수로를 소하천 형태로 복원할 것을 요구한다. 이는 자연이 만든 실핏줄을 찾아 진정 '물의 소통'을 이뤄내는 것"이라며 "에코델타시티를 만든답시고 또다시 직선을 긋고 생태를 교란시킨다면 재앙을 피할 수 없다. 자연의 순리를 따라야 에코델타시티에 어떤 건물이 들어오더라도 소화해낼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에코델타시티로 1원이라도 이득을 보는 집단은 트러스트를 만들어 서낙동강 수질 개선에 투자하자. 정부도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한다"고 제안하기도 했다.


이번 탐사의 결론은 김 대표의 이 한마디 말로 요약됐다.

"서낙동강이 살아난다면 부산시민은 엄청난 문화를 즐기고 카타르시스를 얻을 수 있을 겁니다. 1300리를 쉼 없이 달려온 강물을 바다로 보내면서 떳떳하게 손을 흔들어줄 수도 있겠죠. 그렇게만 된다면, 부산의 희망은 분명 서낙동강에 있습니다."


※ 공동기획 :  (사)부산스토리텔링협의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