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바래봉’

금산금산 2014. 9. 16. 07:41

지리산 바래봉

 

 

철쭉 향기 아찔한 '하늘정원'

 

 

 

 

                                                                                                                  

                                                                              ▲ 지리산 바래봉 정상의 철쭉군락지가 금방이라도 꽃잔치를 벌일 태세다.

 

봄 산행,말만 들어도 흥겹다.
산을 좋아하는 이들은 이 시기가 되면

더 자주 산행을 못해 안달이다.
신록으로 온 산은 터질 듯 부풀어 오른다.

찬란하다.
특별히 이 산 저 산을 가릴 것도 없다.
봄 산은 다 괜찮다.

그러나 아무래도 봄 산의 백미는 '꽃잔치'일 것이다.

봄이 되면 매화,동백에서

진달래,산수유,철쭉으로 이어지는

꽃잔치가 화려하게 이어진다.

그러니 마음이 동하지 않을 도리가 없다.

지금은 철쭉의 계절,5월. 산을 벗삼아 사는 이들이

세석평전의 철쭉보다 윗길로 친다는

지리산 바래봉에 마음을 둔다.

이곳의 철쭉은,잎이 작고 꽃은 크고 붉어서

여느 곳보다 더 흐드러진다.

문제는 변덕스런 날씨다.

이런 잔치판에 꼭 딴지를 거는 고약한 놈이다.

따라서 미리미리 자세히 알아보고 때를 맞춰 가야지,아니면 산자락에서 철쭉맛만 본다든지 꽃몽우리만 본다든지 듬성듬성한 광경에 아쉬움만 가득 담고 온다든지 하기 십상이다.

그래서 산&산 팀은 언제가 가장 좋을지 미리 다녀와 봤다.

이번 산행은 전북 남원운봉산악회가 지원했다.

바래봉 철쭉군락지는 '양들이 가꾼 자연의 정원'이다.

간략히 설명하자면,지난 70년대 초 바래봉 일대에서 호주 면양을 대규모로 방목하기 시작했는데

양들이 봉우리와 능선의 모든 나무와 풀을 제 먹이로 삼으면서도 유독 철쭉만을 남겼다.

철쭉에 독이 있어서라고 한다.

양들이 이런 자연의 법칙을 따라 가꾼 정원이다 보니 어느 인공정원하고는 비할 바가 아니다.

말그대로 양들에 의해서 '하늘정원'이 만들어진 것이다.

내친 김에 정령치에서 큰고리봉,세걸산,바래봉으로 이어지는 지리산 서북부 능선 일부를 걷는 산행도 겸한다.

찾는 때에 따라 사정이 다르겠지만,10여년 전부터 철쭉 군락지로 이름이 나 있어서 이맘 때가 되면

전국에서 탐승객들이 몰려든다.

등산로는 오랜 세월 지역민들이 다니던 산길이 자연스럽게 등산로로 바뀐 것이어서 폭이 좁고 대체로 순탄하다. 답사 경로는 정령치휴게소를 들머리로 삼아 고리봉~능선~세걸산~세동치~부운치~철쭉군락지~팔랑치~안부~바래봉~운지사를 거쳐 남원시 운봉읍 용산마을 주차장으로 내려서는 것으로 정했다.

이 코스를 이용하면 지리산 주릉을 조망하는 산행을 한 뒤,한껏 춘심을 자극하는 철쭉 탐승이 가능하다.

걷는 시간은 6시간~6시간 30분 정도인데,휴식시간을 포함하면 7시간이 걸린다.

짧지 않은 거리다.

산중에서 축제가 열리는 데다 외길이어서 번잡한 주말에는 산행시간이 더 길어질 수도 있다.

초보자들은 아예 용산마을에서 임도를 타고 가다 운지사 옆길로 빠진 뒤 바래봉에 올라 실컷 철쭉 탐승을 한 다음,팔랑치 쪽으로 난 산길을 타고 하산하는 탐승코스를 이용할 수도 있다.

산행지도 참조.

정령치휴게소는 해발 1천170여m 높이이다.

여기에서부터 산행을 시작한다.

휴게소 옆 나무계단으로 올라서면 오른쪽에 능선길이 나 있다.

길이 어려운 편이 아니라고는 하지만 그래도 명색 지리산이다.

대부분 능선길이어서 곧장 내려쬐는 햇볕을 받아야 한다. 햇볕도 고약한 산행벗 행세를 한다.

10여 분을 걸으면 개령암지 마애불상군으로 가는 갈림길이 나온다.

안내판을 참고해 고리봉으로 향한다.

고리봉에 닿으려면 15분 가량을 걸어야 한다.

해발 1천305m의 고리봉은 코스 가운데 가장 높은 봉우리다.

올라서니 조망이 넉넉하다.

반야봉이 가까운 곳에서 푸근한 자태를 자랑하고 있고,천왕봉이 멀리 보인다.

여기서 세걸산은 50여분 거리다.

그리 힘든 길은 아니지만 만만히 봐서도 안된다.

해발 1천m가 넘는 산길이어서 숨길도 가빠진다.

뙤약볕이 심술을 부리는 데도 쉴 자리가 마땅치 않다.

길도 좁아서 잡목 가지 때문에 긴팔옷을 벗을 수도 없다.

세걸산에 도착해도 여전히 뙤약볕이다.

'영·호남의 지붕'이라더니 자존심이라도 내세우는 건가 싶다.

커다란 배낭에 컵과 장비를 매단 산사나이들이 날듯이 스쳐지나가는 가운데

초보자들은 좁은 길가에 퍼져 앉아 숨을 돌리는 재미있는 풍경도 펼쳐진다.

이제 내리막길이 20여분간 이어지고 세동치에 닿는다.

산행 들머리에서부터는 3시간여가 걸렸다.

쉴 자리를 골라 휴식을 취한 뒤 다시 발걸음을 재촉한다.

처음엔 순탄한 듯 싶었던 산길이 오르락내리락을 반복한다.

제법 숨이 차 오른다.

숲 때문에 조망도 없어서 산행 중간중간에 잡념이 끼어들기도 한다.

내내 능선길이어서 물을 구할 수도 없으니 식수를 넉넉히 챙기지 않는다면 곤욕을 치를 듯하다.

세동치를 지나 15분,이정표를 만난다.

1140봉을 넘어 다시 발걸음을 재촉하길 40여분,부운치에 닿는다.

부운치를 막 지나자마자 10여분간 가파른 오르막을 올라서 보니 조망이 시원하다.

1123봉이다.

오른쪽으로 지리산 준봉들과 능선이 보인다.

고리봉에서 본 품세하고는 또 다른 장관이다.

이곳에서는 철쭉군락지가 제대로 내려다 보인다.

양들이 만든 정원이라 그런지 철쭉들이 퍼져 있는 모양이 마치 양떼들이 풀을 뜯는 모습을 닮았다.

이게 잡목과 철쭉이 뒤섞인 여느 철쭉군락지와는 다른 점이다.

이제 바래봉 정상도 한결 가까워졌다.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철쭉을 내려보다 간단하게 점심을 해결한다.

철쭉 정원으로 들어서면 꿈결같은 꽃길이 30여분간 이어진다.

아예 철쭉이 터널을 이룬 곳도 있다.

철쭉 탐승을 위한 나무계단을 넘어서면 팔랑치를 만난다.

산&산팀이 찾았을 때는 아직 철쭉이 피지 않았지만 한창 때가 되면 철쭉 향기가 아찔할 지경이라고 한다.

그리고 안부다.

봉우리에서 팔랑치까지 30분,다시 안부까지 20분.

안부갈림길에서 곧바로 능선으로 올라서지 말고 임도를 따른다.

7분여를 걸으면 바래봉 감시사 옆 샘터를 만난다.

천연약수다.

반드시 들러서 목을 축여보시길.

20여분간 능선길을 오르면 바래봉 정상에 선다.

시원한 바람이 시시각각 몸을 틀며 땀을 식혀준다.

천왕봉에서 노고단으로 이어지는 지리산 주능선이 멀리 아련하다.

능선이 부드러워서 과연 그 지리산 능선인가 싶다.

바래봉 정상에서 아래를 내려다 보며 철쭉 잔치의 여운을 즐긴다.

바래봉은 본래 '발산'으로 불렸으나,그 봉우리가 나무로 만든 승려들의 밥그릇-바리처럼 생겼다고 해서

바래봉으로 이름붙여졌다.

바리를 모르는 이들에게는 바리가 이런 모양이구나 싶기도 하겠다.

삿갓봉으로도 불리는데,승려들의 삿갓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과거에는 바래봉 일대에 절이 산재해 있었다고 하니 이래저래 불교와 인연이 깊은 봉우리인 셈이다.

다시 안부갈림길로 내려선다.

임도를 따라 하산한다.

올라오느라 헉헉거리는 이들을 거슬러 15분쯤 내려가다 운지사 표지판을 만난다.

여기에서 산길로 접어든다.

길이 가팔라서 발을 조심스레 내딛는다.

운지사까지는 30분.

다시 임도를 따라 걸으면 용산마을 주차장에 닿는다.

5월 한달동안은 일대에서 축제판이 벌어지니 잠깐 풍성한 먹거리와 볼거리에 젖어보는 것도 좋겠다.

산행문의 산&산 팀 051-461-4164.

글·사진=김영한 기자

 

 

지리산 정령치~바래봉 개념도

 

 

 

 

 

 

 

지리산 정령치~바래봉 산행수첩

 

지리산 서북부능선 코스는 부산·경남 사람들에게는 익숙치 않다.

교통편이 다소 불편해서다.

이번 산행은 원점회귀가 되지 않아 교통편에 신경을 써야한다.

차량을 2대 이상 동원하거나 단체버스를 이용하는 게 여러모로 낫다.

남해고속도로를 타고 진주 IC에서 대전통영간 고속도로로 갈아탄다.

다시 88고속도로로 옮겨서 20여분간 달리다 지리산 나들목에서 내린다.

여기서 24번 국도를 타고 남원·운봉 방면으로 향한다.

운봉읍에서 60번 도로로,다시 737번 도로로 갈아타면 지리산국립공원 매표소에 닿을 수 있다.

지리산국립공원 매표소까지는 15분.

산행들머리인 정량치 휴게소는 매표소를 지나 10여분간 달리면 닿는다.

대중교통도 이용가능하다. 남원을 거쳐 운봉으로 들어가는 것보다 함양을 거쳐 운봉에 닿는 방법이 낫다.

 

 

 

 

바래봉 철쭉제

 

 

바래봉이 철쭉 군락지로 명성을 얻기 시작한 것은 10여년 전부터이다.

그동안 지리산 주능선에 포함되지 않고 면양 목장으로서 일반인의 출입이 통제됐기 때문이다.

그래도 철쭉을 구경하려는 사람들은 꾸준히 늘었다.

결국 등산로가 열렸고 이제는 전국 제일의 철쭉군락지로 이름을 날리고 있다.

바래봉 철쭉은 해발 1천165m의 바래봉을 중심으로 3~4㎞의 능선길을 따라 정원처럼 깔린다.

꽃물결이 100여㏊에 걸쳐 펼쳐지니 그 규모를 가히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지리산 영봉에 걸린 운해가 저 멀리 배경이 되기라도 하면 아예 한폭의 그림이 된다.

바래봉 철쭉은 한 번에 다 구경할 수 없다.

철쭉은 산자락에서 시작해 5월 한달간 바래봉을 타고 오르며 점점 흐드러진다.

올해는 철쭉 개화가 평년보다 10여일 늦어졌는데,봄 날씨가 들쭉날쭉해서다.

철쭉들이 막 산 아래 마을 주변에서부터 타오르기 시작했다.

지역 주민들은 정상 주변의 경우 오는 20일 전후해서 철쭉이 가장 흐드러질 것 같다고 내다봤다.

김영한 기자

 

 

 

'' 카테고리의 다른 글

경북 영덕 '대둔산'  (0) 2014.09.30
김천 '대덕산'  (0) 2014.09.26
정읍 '내장산'  (0) 2014.09.10
무주' 적상산'  (0) 2014.09.04
밀양 '통수골' ~'가인골'  (0) 2014.09.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