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新전설의 고향] 통영 '사량도 옥녀봉'
'천륜' 지키려 꽃다운 나이에 요절 매년 크고 작은 사고 끊이지 않아
▲ 의붓아비와의 '천륜'을 지키기 위해 열여섯 꽃다운 나이에 요절한 옥녀의 전설이 서린 경남 통영시 사량도 옥녀봉. 지금은 구름다리가 놓였다. 김민진 기자 |
"옛날 사량도 옥녀봉 아래 작은 마을에 가난한 부부가 살고 있었다.
어느날 옥녀라는 예쁜 여자아이가 태어났지만 가난 때문에 제대로 먹지 못한 어머니가 옥녀를 낳은 뒤
병으로
세상을 등지자 아버지마저 슬픔에 잠겨 몸져눕고. 얼마 후 아버지도 세상을 하직한다.
그 때 이웃의 홀아비가 옥녀를 불쌍히 여겨 자기 집으로 데려가 키웠다.
그는 옥녀를 업고 이집 저집 다니면서 동냥젖을 얻어 먹이며 애지중지 보살폈다.
옥녀는 그를 친아버지로만 알고 자란다.
세월이 흘러 옥녀의 나이 열여섯. 옥녀는 어여쁜 처녀가 되었다.
미모가 아주 뛰어나 주변 마을은 물론 뭍에까지 소문이 자자했다.
봉 아래 사철 붉은
이끼
'옥녀의 피'라고 믿어
한해 산행객 35만여 명
주민 자체 산악구조 활동
그런데 이즈음, 의붓아비는 마음이 동해 옥녀를 딸로 보지 않고 이상한 행동을 할
낌새를 보이는데...
어느 날 밤, 욕정을 주체 못한 의붓아비가 급기야 옥녀의 방으로 뛰어들었다.
다급한 옥녀는 꾀를
낸다.
"아버지, 간절히 부탁합니다. 지금부터 제가 하라는 대로 행하시면
무엇이든 아버지의 요구를 들어 들이겠습니다.
내일 새벽 날이 밝기 전에 상복을 입고 멍석을 뒤집어 쓴 채,
풀을 뜯는 시늉을 하면서 송아지 울음소리를 내며 저 뒷산으로 네발로 기어서
올라오십시오.”
아버지가 설마 그렇게까지 할까 싶어 꺼낸 이야기였다.
하지만 미련한 의붓아비는 말이 끝나기 무섭게 "그러겠다"며
물러났다.
답답한 마음에 눈물로 밤을 새운 옥녀는 다음날 옥녀봉으로
올랐다.
인적이 없는 새벽녘, 옥녀봉에 앉았는데 상복을 입고 짐승의 모습을 한 의붓아비가
벼랑을 기어 올라오는 것이 보였다.
순간
옥녀는 의붓아비와 인연도 '천륜'이라며 얼굴을 가리고 천 길 낭떠러지로 떨어졌다.”
- 통영시사편찬위원회 -
해마다 봄이 오면 뭍사람들의 발길을 잡아끄는 섬 산이
있다.
기암절벽과 바다, 그리고 암벽을 동시에 즐길 수 있는 곳. 매화가 벚꽃에게 바통을 넘겨줄 때까지
뭍에서 온 등산객들로 몸살을 앓는 곳.
주말이면 하루 수천 명, 한해 35만 명 이상의 산행객이 몰려 등산로 곳곳에 긴 행렬이 이어지고
섬 전체를 들썩이게 만드는
곳.
한국의 100대 명산으로 손꼽히는 경남 통영시 사량도의
지리망산(398m)이다.
맑은 날이면 지리산 천왕봉이 보인다고 해서 지어진 이름이다.
지리망산은 주릉 좌우로가 천 길 낭떠러지다.
안타까운
옥녀의 전설을 간직한 옥녀봉은 지리망산을 오르는 갈래 길 중 하나다.
옥녀의 한이 서린 탓일까, 언뜻 완만해 보이는 산세지만 험준한
지형 탓에
매년 산행객 사망사고를 비롯한 크고 작은 작은 사고가 잇따르고 있다.
통영소방서에 따르면 발을 헛디뎌 낭떠러지로 추락하거나
산행 중 호흡곤란으로 사경을
헤매다 구조되는 사례가 매년 20건 이상이다.
옥녀봉 밑에는 사철 붉은
이끼가 끼어있는데 사람들은 이를 옥녀의 피라고 믿고 있다.
좀처럼 끊이지 않은 사고 소식에 마을 주민들은 지난 2007년 자체
산악구조 지원단을 꾸렸다.
통영시도 지난해 산봉우리를 잇는 구름다리를 설치했다.
처녀로 죽은 옥녀를 자극하지 않기위한 주민들의 결혼 풍습도
전해지고 있다.
이형석 사량수협장은 "지금도 결혼식 때면 옥녀봉이 보이는
곳에서는 신랑 신부가 맞절을 하지않는다.
신부가 결혼해 가마를 타고 가다가도 옥녀봉 아래를 지날 때는 걸어서 가는 풍습이 남아 있다"고 전했다.
김민진 기자 mj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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