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설

[新전설의 고향] 울산 동구 '쇠평마을 홍송'

금산금산 2014. 11. 8. 11:02

[新전설의 고향]

울산 동구 '쇠평마을 홍송'

 

 

 

자신에게 해 끼친 사람 응징 제사 지내자 각종 사고 없어져

 

 

 

▲ 예부터 소원을 이뤄준다는 전설을 지닌 울산시 동구 동부동 쇠평마을홍송이 웅장한 자태를 드러내고 있다. 권승혁 기자

 

 

 

쇠평마을에는 예전부터 소원을 이뤄주는 신령한 나무가 있었다.

온몸이 붉은 소나무여서 '홍송(紅松)'이라고 불린다.

이 나무가 처음부터 신령한 존재는 아니었다.

'쇠를 이기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여기는 사람들이 나무의 힘을 깨달은 뒤부터였다.

마을 주민들은 쇠를 다루는 일을 하다 다치는 일이 잦았다.

다친 이들은 모두 마을 안에 있는 붉은 소나무에 해를 끼친 사람들이었다.

다른 나무에 올라갔다 떨어진 사람들은 다쳐도 금세 나았다.

하지만 홍송에 올라갔던 사람들은 허리가 부러져서 불구가 되거나, 다리가 부러져서 평생을 절곤 했다.

어느 날은 대장장이 한 명이 불똥이 튀어 실명하는 일이 일어났다.

산에 다녀오면서 꺾어 온 홍송가지로 부지깽이를 만들어 쓴 뒤의 일이었다.

마을 어른들이 회의를 했다.

'홍송에 제사를 올리자'는 의견이 나왔다.

하지만 '쇠가 최고로 강하다'는 생각으로 살던 사람들은 나무에 제사 지내는 걸 반대했다.

그러나 그런 반대는 그리 오래 가지 않았다.

사고가 연이어 일어났기 때문이다.

 

한 대장장이가 '가장 강한 쇠를 달구는 것은 불이고, 그 불을 일으키는 게 나무'라며 사람들을 설득했다.

'쇠를 끓이려고 베어 낸 나무들 때문에 나무신이 노한 것 같다'는 대장장이의 말에

마을 주민들이 수긍하기 시작했다.

온마을 사람들이 일손을 놓고 홍송 앞으로 몰려와 정성껏 음식을 차려놓고 제를 올렸다.

그날이 삼월 삼짇날이었다.

제사를 끝낸 며칠 뒤부터 앓던 사람들이 서서히 낫기 시작했다.

그때부터 사람들은 홍송을 마을의 신으로 받들었다.

홍송에 올라가기도 하던 아이들을 막기 위해 금줄도 쳤다.

쇳물을 끊이기 위한 나무를 벨 때는 필요한 양만큼만 베고

큰 나무를 벨 때는 반드시 홍송에 고(告)하기를 잊지 않았다.

-울산 동구청 발간 '옥류천 이야기길'

 

 

 


쇠 다루는 주민 없지만
소원성취 나무로 신성시

조선소 취업 직원 기도 

 

 

 


"실제 효험 봤다 " 상당수

울산 동구 남목을 지나 주전바다가 바라다보이는 고갯길을 2㎞ 정도 오르다보면

오른편에 주전봉수대를 알리는 이정표가 보인다.

거기에서부터 왼편 진입로를 따라 한참을 들어가면 산골마을 하나가 나온다.

바로 울산시 동구 동부동 쇠평마을이다.

홍송을 모시는 마을답게 주변에는 소나무가 빼곡하다.

마을길로 걸어가다 보면 개울가의 산자락과 맞댄 지점에 불그스름한 나무 두 그루가 눈에 띈다.

바로 홍송이다.

붉은 빛을 뽐내며 하늘로 쭉 뻗은 몸통이 주변나무에 비해 웅장한 기운을 내뿜으며

보는 이로 하여금 경건한 마음을 품게 한다.

이 나무의 나이는 150~200년.

키는 9.8m, 나무둘레 2.68m, 수관폭은 13m에 달한다.

당집 왼쪽 돌담에 기댄 동생 소나무의 나이도 100년은 족히 넘었다.

굵기는 형 나무에 미치지 못하지만 키는 더 크다.

홍송 곁에는 돌담으로 둘러싸인 당집이 있다.

사람이 쉽게 드나들 수 있도록 한편에는 돌을 쌓지 않았다.

당집은 근래 들어 다시 지은 것이다.

외벽을 조립식 양철로 짓고 지붕에는 개량기와를 얹었다.

평소에도 청소를 하는 덕분에 제당 주변이 깨끗했다.

아직 이곳을 신성한다는 증거다.

동구에 대형 조선소가 여러 곳 생기면서 일자리를 구한 주민들의 안전사고가 속출했는데,

홍송의 영험함을 듣고 기도를 하러 찾아오는 사람들이 많다.

실제로 기도를 한 뒤 효험을 봤다는 사람들도 상당수인 것으로 알려졌다.


동구에서 철강산업인 조선업이 발달한 것도 쇠를 다뤘던 쇠평마을의 전설과 무관하지 않다는 얘기도 나온다.

쇠평마을에는 최근들어 '마을 풍광이 아름답다'는 소문이 나면서 전원주택이 잇따라 들어서고 있다.

하지만 주민들은 홍송의 전설을 기억하며 나무를 함부로 베거나 훼손하지 않는다.

마을은 조금씩 옛 모습을 잃어갈지 모르나 홍송만큼은 '쇠도 녹이는 열정'으로

꿋꿋이 그 자리를 지키고 있는 것이다.


쇠평마을 안순옥(60) 통장은

"세월이 흘러 이제 쇠를 다루는 주민들은 찾아볼 수 없지만 지금도 주민들은 마을의 평안을 기원하는

동제(洞祭)를 지낸다""홍송은 쇠평마을에 있어 무엇보다 소중한 존재로 주민들에게 소원을 들어주는

나무로 신성시되고 있다"고 말했다.

 

권승혁 기자 gsh09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