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설

[부산의 전설 보따리] <39> '운수사'와 '우운대사'

금산금산 2014. 11. 30. 17:57

[부산의 전설 보따리] <39>

'운수사'와 '우운대사'

 

 

 

 

한밤중 서쪽으로 물 뿌리는 팔푼 스님

 

 

 

백양산 기슭 모라동에 위치한 운수사의 1980년대 전경. 낙동문화원 제공

 

 

 

- 장소: 사상구 모라동
- 실제 서쪽의 해인사에 큰 불
- 갑자기 동쪽서 구름 몰려와
- 굵은 소낙비에 순식간 진화
- 법명 밝히지 않아 '우운대사'



옛날 백양산(642m·옛 산명 운수산) 기슭에 터 잡은 운수사(雲水寺)에 항렬이 꽤 높은

팔푼 스님이라 불리는 분이 있었다.

부산진구 당감동에서 백양터널을 지나면 우측 도로변에 지금도 운수사라는 안내판이 보인다.

바로 그 절이다.

주소는 사상구 모라로 219번길 173.


이 절에서 항렬이 낮은 스님들은 궂은 일이라면 은근슬쩍 놀려가며 이 팔푼 스님에게 미루곤 했다.

그래도 이 스님은 싫은 내색 한 번 없이 일을 순식간에 처리했다.


한 번은 젊은 스님이 심심하던 차에 마침 팔푼 스님이 오수에 잠긴 것을 보고 놀릴 셈으로

"대사님 오뉴월 대낮에 극락 구경이 어떻습니까?"하고 물었다.

팔푼 스님이 깨어나 말하기를  "세상 중생이 농사일로 바쁜데 내가 어찌 한가하겠는가.

                                         내 잠시 농부들 일손이 어떠한지 살피고 왔지"라고 답했다.

이에 다시 젊은 스님이 "극락에도 농사를 짓는 모양이지요"라고 비아냥거리자

팔푼 스님은  "그렇고 말고. 농사일이 즐거우면 그곳이 바로 극락이 아닌가.

                   나는 다시 극락 구경을 가야겠으니 자네도 가려면 이리 오게나"라고 말한 후 다시 눈을 감았다. 이처럼 스님들은 팔푼 스님을 놀리면서 무료한 시간을 보내곤 했다.


한 번은 행자승이 자다가 일어나 뒷간에 다녀오기 위해 한밤중에 밖을 나가 보니 이상한 소리가 들렸다.

이 밤중에 무슨 소리인가 싶어 행자승이 소리나는 곳으로 살금살금 다가가 보았더니 놀랍게도 법당 뒤에서

팔푼 스님이 땀을 뻘뻘 흘리며 바가지에 물을 퍼들고 솔잎에 묻혀 서쪽을 향해 물을 뿌리고 있는 것이 아닌가.

이 광경을 본 동자승은 다른 스님에게도 보여주려고 여러 스님들을 깨워 불러냈다.

스님들이 웬일인가 싶어 동자승을 따라가 보니 팔푼 스님이 정신나간 사람처럼

물을 서쪽으로 뿌리고 있는 게 아닌가.

스님들이 한목소리로 비아냥거리면서 "대사님 도대체 이 한밤중에 무엇을 하고 계십니까"하고 물으니

팔푼 스님은 "어, 자네들 왔는가. 지금 해인사에 화재가 발생해 불을 끄고 있네.

                  여기 와서 이것 좀 도와주게. 너무 힘이 드네"라고 하지 않는가.

그러자 스님들은 '팔푼 스님이 드디어 미쳤다'라는 어이없는 표정을 짓고 다시 돌아가 잠을 잤다.


팔푼 스님의 엉뚱한 행동이 있은 뒤, 보름쯤 흘렀을까.

경내에 모월 모일 한밤중에 해인사에 원인 모를 불이 났다는 소문이 들려왔다.

그런데 해인사에 난 불이 워낙 거세 사람의 힘으로는 도저히 끌 수 없을 정도로 큰 불이었는데,

갑자기 동쪽 하늘에서 구름이 몰려들더니 굵은 소낙비가 퍼부어 순식간에 불을 꺼버렸다는 것이다.

그 소문을 들은 스님들이 가만히 셈을 해보니 해인사에 진짜 불이 난 날이 팔푼 스님이

한밤중에 해인사의 불을 끈다고 혼자서 땀을 뻘뻘 흘린 그날이 아닌가.

 

 

이후부터 운수사의 다른 스님들은 팔푼 스님을 보면 감히 함부로 대하지 못하고 존경을 표했다.

그 어느 스님들도 팔푼 스님의 법명을 알지 못했다.

팔푼 스님이 한 번도 자기 법명을 밝힌 적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렇다고 해서 예전처럼 그를 팔푼 스님이라 부를 수 없어 스님들은 해인사에 비를 내린 것에 착안하여

우운대사(雨雲大師)라고 불렀다고 한다.


가마골향토역사연구원장·국사편찬위원회 부산사료조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