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의 전설 보따리] <40>
'망부송'에 얽힌 '부부사랑'
소나무 심고 남편 기다리다 뱀과 사라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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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사랑의 상징으로 불리는 해운대구 중2동 청사포마을의 망부송. |
- 장소: 해운대구 중2동
- 못 돌아온 여인의 정절 넋 기려
- 청사포에 '골목할매' 당산 조성
- 주민 수호신 삼아 해마다 제사
청사포마을의 해변길 왼쪽에는 마을 수호신처럼 눈길을 끄는 400년쯤 된
아름드리 큰 소나무(해운대구 중2동 594번지) 두 그루가 있다.
그 아래에는 청사포 당산이 자리잡고 있다.
옛날 청사포마을에 금실이 좋은 부부가 자식없이 어업에 종사하며 살았다.
어느 날 남편이 배를 타고 먼 바다로 고기를 잡으러 나갔다가 풍랑을 만나 배가 뒤집혀 그만 죽고 말았다.
남편이 죽은 줄도 모르는 아내는 매일 바닷가 바위 위에 올라 남편의 배가 돌아오기만을 기다렸다.
그러나 남편의 배는 돌아오지 않았고, 그 여인은 기다림의 지루함을 달래기 위해
바닷가 바위 옆에 소나무 한 그루를 심어 놓고 남편과 만나기만을 기다렸다.
여인이 끼니도 제때 챙겨 먹지 않고 남편을 하염없이 기다리고 있다는 소문이 용왕 귀에까지 들렸다.
이를 안타깝게 여기던 용왕은 자신을 대신해서 푸른 뱀을 여인에게 보냈다.
여인은 푸른 뱀을 타고 용궁으로 들어가 그토록 기다렸던 남편을 만나게 되었지만
그는 이미 돌아올 수 없는 몸이 돼버렸다.
마을사람들에게 이 기구한 사연이 알려지면서 그 여인이 살던 마을은 청사포(靑蛇浦), 여인이 심은 소나무는
망부송(望夫松), 여인이 남편 돌아오기만을 빌며 기다리던 바위는 망부석(望夫石)이라 불리게 되었다.
이후 청사포(靑蛇浦)는 해변에 푸른 자갈이 많다 하여 청사포(靑沙浦)로 개명됐고, 죽은 그 여인이
김해 김씨임이 알려져 그 정절의 넋을 기리기 위해 당산을 조성해 '골목할매'의 위패를 모셨다.
망부송은 오랜 세월 소금기를 머금은 세찬 해풍과 파도가 그침없이 몰아쳐도 꿋꿋하게 살아가는 게
신기할 뿐더러 소나무 뿌리가 바닷물 속으로 수없이 뻗어나갔을 텐데도 죽지 않은 것은
용왕님의 보살핌 때문이라고 주민들은 말하고 있다.
망부송과 관련된 알려지지 않은 에피소드 하나.
어느날 망부송이 서 있는 곳과 바로 이웃한 집의 방밑 구들장을 뚫고 망부송 뿌리가 올라왔다.
고민 끝에 주인은 망부송의 뿌리를 잘라 버렸다.
그 다음날 뿌리를 자른 주인이 눈이 멀고 집안이 풍비박산이 나 버렸다고 전해온다.
소금기를 대량 섭취하고도 시들지 않는 강인함을 갖춘 망부송은 서로 마주보고 있다.
바다를 향한 망부송의 가지들은 남편을 잃은 아내의 마음을 대변하는 것 같아 애절하기 그지 없다.
망부송 아래 위치한 당산에는 '골목할매'를 모셔 마을 수호신으로 삼고 있는
주민들은 해마다 세 번씩 '맑은 사람'을 제주로 하여 마을의 안녕을 위해 제를 올리고 있다.
지금도 청사포마을 주민들은 조그마한 불행이 닥쳐도
이곳을 찾아 '골목할매께 빌고나면 일이 저절로 풀린다'고 자신있게 얘기한다.
이 마을의 한 주민은 아들이 없어 애태우다가 5년간 당산에서 정성껏 공을 들여
삼형제를 줄줄이 낳은 행운도 얻었다고 말한다.
오늘도 영험한 망부송 아래 멋쟁이 할머니 '골목할매' 당산에는 소원 성취를 위해 공을 들이는
아낙네들이 촛불과 향을 피우고 용왕님께 치성을 드리고 있다.
가마골향토역사연구원장 ·국사편찬위원회 부산사료조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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