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新전설의 고향]
통도사 구룡지·'용피'바위
"절 지킬 것" 눈먼 용의 약속 1천360여 년간 큰 탈 없어
▲ 세 마리 용이 죽으면서 흘린 피가 묻은 용혈암 또는 용피바위. 김태권 기자 |
"643년(신라 선덕여왕 12년) 대국통인 자장율사는 당나라에서 문수보살로부터 받은
석가모니 가사와 사리를 모실 절을 창건(사)하기로 하고 여왕과 함께 전국을 누볐다.
그러던 중 석가모니가 설법했던 인도 영축산의 모습과 닮은 축서산을 발견하게 됐다.
자장율사는 축서산 아래 큰 연못을 메워 절을 짓기로 했다.
그러나 연못에는 아홉 마리의 용이 살고 있었다.
자장율사는 용을 불러
'절을 지을 예정이니 떠나줄 것'을 설득했지만 꿈쩍도 하지 않았다.
자장율사가 법력으로 큰 연못을 펄펄 끓게 하자 용들이 달아났다.
아홉 마리의 용 중 다섯 마리는 남서쪽으로 도망을 가다 떨어져 죽었다.
세 마리는 동쪽으로 달아나다 솥밭길 근처 커다란 바위에 부딪혀 죽고 말았다.
마지막 한 마리는 '눈이 멀어 갈 수 없으니 연못에 그대로 있게 해 주시면 절을
지키겠다'고 간청했다.
자장율사는 조그만 연못을 만들어 그 곳에 살도록 했다.
자장율사는 큰 연못을 메우고 금강계단을 쌓아 646년(선덕여왕
15년)에 절을 세우니 그곳이 바로 통도사다."
-삼국유사 자장정률 조의와 양산고을 옛이야기에서
개산대제 '축제의 장'으로
템플스테이로 관광객 유치
말사도 다양한 프로그램
올 들어 220만 명 찾아
경남 양산시 하북면 순지리에는 아홉 마리 용의 이야기가 내려오는 사찰이 있다.
우리나라 삼보사찰의 하나이자 석가모니 진신사리가 모셔져 있어 불보 사찰이기도 한 통도사다.
통도사에는 자장율사가 한 마리의 용을 위해 만들어준 연못이 있다.
구룡지다.
15㎡ 규모의 구룡지는 수심이 한 길(현재 1m 정도)이 채 안 되는 타원형의 작은 연못에 불과하지만
심한 가뭄에도
수량이 줄지 않아 구룡신지라는 이름으로 불리고 있다.
마지막 한 마리의 용이 살고 있는 구룡지 전경. 김태권 기자 |
통도사 산문에서 무풍한송길을 따라 조금만 올라가면 세 마리 용이 죽으면서 흘린 피가 묻은 바위도 있다.
용혈암 또는 용피바위다.
또 남서쪽으로 7~8㎞ 떨어진 상북면 외석리에는 다섯 마리 용이
떨어져 죽은 오룡골이 있다.
통도사는 창건 이후 여러 차례 나라가 망하고
새로 건국됐지만 1천360여 년을 이어오고 있다.
자장율사는 없지만 절을 지키겠다고 맹세한 구룡지에 사는 용 때문은 아닐까?
그러나 통도사도 어려움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1990년 말까지 연간 수백만 명의 불자와 관광객이 절을 찾았지만
2000년으로 접어들면서 감소하기 시작해
2012년에는 39만 명으로 급감했다.
그래서인지 통도사가 변하기
시작했다.
통도사는 지난해부터 1천360년 이상을 내려온 개산대제를 전통과 문화가 어우러지는 축제의 장으로 바꿨다.
템플스테이도 운영 중이다.
템플스테이는 외국인이 우리나라에서 가장 경험하고 싶은 것 중 하나인 만큼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명상과 암자 순례, 통도사연등축제 등 다양한 볼거리와 즐길거리를 마련해 불자와 관광객을 끌어들이고 있다.
말사도 들꽃축제, 자연건강 프로젝트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해 통도사에 힘을 보태고 있다.
이 때문에 지난해 통도사를 방문한 불자와 관광객은 286만 명으로 크게 증가했고,
올들어 지난 10월 말 현재 220여만 명이 다녀가는 등 옛 영화를 재현하고 있다.
양산시도 힘을 보탰다.
시는 지난해 8월 통도사 산문에서 일주문까지 1㎞ 구간의 무풍한송길을 걷고 싶은 명품길로 조성했다.
또 2017년까지 950억 원을 들여 통도사 일대를 역사문화관광벨트로 조성할 예정이다.
3천 명 이상이 들어가는 명상센터를 비롯해 교육문화시설, 한옥 숙박촌, 먹거리촌, 교통광장 등이 들어선다.
김태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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