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의 전설 보따리] <41>
'마하사'와 '나한' 전설
종소리도 없애버리는 신비한 16나한
마하사 나한전의 16나한상. 사진상에는 8나한상만 보인다. |
장소: 연제구 연산7동
- 성도들 불사 늦추자 신통발휘
- 남몰래 화덕에 꺼진 불씨 살려
- 초능력 이용 참새 쫓아내기도
- 고려, 외적격퇴 목적 민간 성행
위대한 절이라는 의미의 마하사(摩詞寺·연제구 연산7동 2039)는
금련산(金蓮山·해발 400m·금색 빛나는 연꽃) 기슭에 자리잡고 있는 전통사찰이다.
지금도 산꾼들에게 마하사는 금련산이나 이웃 황령산을 오르는 들머리로 애용되고 있다.
마하사의 나한(석가모니의 설법을 듣고 깨달음을 얻은 성자)들은 6신통을 발휘하는 걸로 유명하다.
6신통이란 ▷초능력을 가진 눈, 천안통(天眼通)
▷초능력을 가진 귀, 천이통(天耳通)
▷남의 마을을 들여다보는 타심통(他心通)
▷과거 현재 미래의 운명을 모두 아는 숙명통(宿命通)
▷초능력적인 다리를 가진 신족통(神足通)
▷온갖 고뇌를 벗어날 수 있는 누진통(漏盡通)을 말한다.
마하사에는 나한이 6신통을 발휘한 여러 가지 전설이 전해온다.
지금으로부터 500년 전, 임진왜란(1592~1598) 이전 어느 동짓날 전후의 일이었다.
어느 날 화덕에 불씨가 꺼져 등불을 밝히지 못한 채 밤을 지샜다.
날이 밝아 걱정이 앞선 스님이 부엌에 나가 보니 뜻밖에 화덕에 불씨가 살아 있었다.
동짓날이라 팥죽을 쑤어 나한전에 올리려 같더니 오른쪽 세 번째 나한 입술에 팥죽이 묻어 있었다.
이를 이상하게 여기던 중 황령산에서 봉홧불을 지피던 봉화꾼이
마하사에 와서 말하기를 어젯밤 눈보라가 치던 험악한 산길에 상좌 아이가 불씨를 구하러 왔기에
너무나 애처러워 팥죽을 먹여 보냈다는 것이다.
이 말을 들은 스님은 그제서야 나한전의 나한이 타심통을 발휘해
신족통으로 멀고 험한 황령산에 가서 불씨를 구해다 놓은 사실을 알게 되었다.
'참새를 쫓아준 나한'의 이야기도 있다.
어느 해 마하사에도 참새떼가 몰려와 짹짹거리며 말리는 곡식들을 쪼아 먹어 피해를 주는 것이 아닌가.
스님이 나한전에 가서 참새를 몰아내달라고 기원하자 일순간 죽은 참새 한 마리가 뜰에 떨어지더니
이후로 다시는 참새떼가 마하사에 범접하지 않았다고 한다.
아마 나한이 초능력을 발휘하여 참새떼를 경계한 모양이다.
또 나한의 다른 이야기는 '소리나지 않은 금고(金鼓·쇠북)' 이야기다.
마하사의 '타종무성유래현판기(他種無聲由來懸板記)'에 따르면 범종이 아니고 금고로 기록돼 있다.
금고는 법당 내 혹은 요사채 마루에 걸어두고 법회시간이나 공양시간을 알리는 간단한 법음구(法音口)이다.
마하사의 이 금고를 쳐도 종소리가 나지 않은 때가 1860년대와 1910년대에 두 번 있었다.
1860년대 해령(海嶺)스님이 개금(改金) 번화(燔瓦) 불사를 마치고 회향 때 금고를 치니
4주야로 소리가 나지 않았고, 1910년대 해봉(海峯)스님이 개금과 탱화불사를 마치고
역시 회향시에 금고를 쳤지만 소리가 나무소리로 변하고 종소리가 나지 않았다.
이는 두 번 모두 16나한의 신통이었다고 한다.
불사는 두 번이나 했지만 16나한의 불사는 자금이 모자라 개분(改粉)과 탱화의 신작(新作)을 뒤로 미루었던
관계로 나한들이 신통을 발휘하여 나한전의 불사를 촉구하였던 것 같다.
이에 승도들이 목욕재계하고 16나한전의 불사를 약속하자 금고 종소리가 울렸다고 한다.
불 보살을 대상으로 하는 신앙은 계속 주류를 이뤄왔지만,
나한 신앙은 말세적 시대 분위기에서 나타나는 것이 특징이다.
고려시대 기우제나 외적 침입 격퇴를 위해 나한제가 성행하였다.
특히 고려 말 이성계가 석왕사에 나한전을 짓고 광적사의 오백나한을 옮겨
500일 기도 끝에 조선 개국을 성공리에 이룬 후에 비로소 나한 신앙이 매우 성행하게 되었다고 한다.
가마골향토역사연구원장·국사편찬위원회 부산사료조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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