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동골마을의 '천국부'와 장터걸
가짜 엽전으로 국부된 천 씨, 아들 때문에 망해
용동골마을과 용동천의 모습. 뒤쪽으로 금정산이 보인다. |
- 장소: 북구 화명2동
- 머슴살이하다 소금장사로 성공
- 장터걸 場 세울 만큼 재력 보유
- 용당골 정착 후 아들 법 어기며
- 100칸짜리 집 짓다 재산 몰수
금정산성로 입구 용동교를 지나면 우측에 용이 살던 곳이라는 용동골(龍洞谷)이 금정산 기슭에 자리잡고 있다. 옛날 용동골마을에 배를 가지고 소금장사를 해서 큰 부자가 되었던 천국부(千國富)의 집이 있었다.
이 용동골마을 인근에 장터걸(대천장(大川場)·
지금의 북구보건소, 화신중, 롯데마트 일대)이 있는데, 천국부 한 사람의 재력으로 장(場)이 섰다는
이야기가 전해온다.
이 마을에는 또 못(마을 뒷산 기슭)이 하나 있었는데, 천국부의 돈(엽전)을 씻던 못이었다고 한다.
이렇듯 용동골마을은 천국부의 집과 그 집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한 마을을 형성했다고 할 만큼,
천 씨가 부자였던 모양이다.
그래서 국부(國富·한 나라의 부자)라는 이름이 전해오고 있는 것이다.
그러면 어떤 연유로 천국부가 큰 부자가 됐을까.
입에서 입을 통해 전해오는 말에 의하면 천국부는 소금배를 타고 낙동강 상류로 장사를 다니면서
가짜 엽전을 싸게 사들여 그것을 배 밑에 깔아 가마니를 덮어놓고 소금물을 퍼부었다고 한다.
그러면 이내 엽전에 녹이 쓸어 진짜와 구분하지 못할 정도가 돼 큰 부자가 되었다고 한다.
옛날 민간인이 가짜로 만든 엽전을 사전(私錢)이라고 했는데 배에서 그것을 만들었다는 것이다.
천국부는 원래 양산 화제 출신으로 마흔이 넘도록 남의 집 머슴살이를 하며 살았다.
아무리 머슴살이를 해도 끝이 보이지 않아 가난을 면치 못했다.
버선을 한 켤레 신으면 바닥이 닳아버리고 버선목만 달고 다녔을 정도라하고 한다.
천국부는 어느 날 세상 살맛이 나지 않아 신개버들(새로 개울 둑을 만들어 버드나무를 심었던 둑)에
벌렁 누워 있었다.
이때 지나가던 한 과객이 천 씨 앞에서 발걸음을 멈추고는 "부자될 놈이 왜 이렇게 자탄하느냐?"고 하자
천 씨는 "부자될 놈이란 저를 보고 하는 것 같은데 도대체 왜 그런 말을 하는 것이오"라고 물었다.
과객은 "너가 지금은 거지처럼 이렇게 맥이 빠져 길가에 누워 있지만 너는 반드시 큰 부자가 될거다"라고 답했다.
천 씨는 하도 기가 차서 "왜 그런 소리를 하오"라고 했더니 과객은 딴 말은 하지 않고
"너는 부자가 될 것이 틀림없으니 그리 알아라"고 말한 후 발걸음을 옮겼다.
이후 늘 그렇듯 천 씨는 머슴살이를 하면서 고되게 살았다.
달포가 지난 어느 날 천 씨는 양산 화제 갯벌에 나가 보니 광선(廣船) 한 척이 정박해 있었다.
아무도 없는 듯해서 천 씨는 호기심이 발동해 배 안으로 들어갔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배 안에는 엽전이 가득 들어 있었다.
급히 집으로 달려가 아내에게 자초지종을 고하고 엽전을 가져오자고 해 밤새도록 이고지고
집으로 엽전을 가져왔다.
천 씨는 이 돈으로 논밭을 사서 큰 부자가 되었고, 이후 소금배를 사 용동골에 와서 살게 되었다.
이후 천국부는 집 짓는 것을 아들에게 맡겼다.
하지만 아들은 99칸밖에 지을 수 없는 나라의 법도를 어기고 100칸짜리를 짓는 것이었다.
금정산의 아름드리 나무들을 베어 불메를 차려 놓고, 연장을 제작하여 큰 일을 벌이자
천국부는 아들에게 집을 너무 크게 짓지 말라고 타일렀다.
하루는 천국부가 용당포로 가다가 말랑걸(어촌민속관 입구 고개)에 마차를 세워놓고
바로 건너 보이는 용동골의 자기집 짓는 광경을 보게 되었다.
이때 마부가 너무 거창하게 일을 시작해 집을 미처 짓지 못할 것이라고 하면서
집터에서 찌끼미(구렁이)가 나가더라고 일러 주는 것이었다.
천국부는 결국 망했다.
대원군 때 경복궁을 지으면서 상놈이 너무 돈을 많이 가지고 대문 100칸짜리를 짓는다 하여
나라에서 전 재산을 빼앗아 버렸기 때문이다.
망해 버린 천국부 집의 기와는 범어사로 가고, 목재는 명지 소금밭의 땔감으로 가져가 쓰였다고 한다.
가마골향토역사연구원장, 국사편찬위원회 부산사료조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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