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의 전설 보따리] 달음산의 '산삼'
아들의 욕심에 산삼은 온데간데없어져
예부터 천년 묵은 산삼이 있었다고 전해오는 기장의 대장산인 달음산의 전경. |
- 장소: 기장군 정관면
- 산삼이 백발노인 된다는 소문
- 정관 노인의 극진한 대접에
- 작은 무 빼 팔라는 말 듣고도
- 제일 큰 것 뽑다가 기회 놓쳐
달음산(達陰山·587.5m)은 정관면의 동쪽에서 동해를 굽어보고
새벽의 첫 줄기 햇살을 맨 먼저 온몸으로 받는 산세가 아름다운 명당지의 명산이다.
해서, 왜놈들이 이 산 아래 굴을 뚫고 길을 내자 달음산 정기가 떠나버렸다고 한다.
달음산에 인공의 손길이 뻗치지 않았을 옛날 이 산에 큰 산삼이 있었다고 전해온다.
평소 '우'하는 소리가 자주 들리던 달음산에는 팔월과 섣달 대목 장날마다 꼭 일 년에 두 번 장날이 되면
산삼이 백발 노인으로 변해 장으로 내려와 요기를 하고 달음산으로 돌아간다는 소문이 전해져 내려왔다.
산 아랫마을 정관이라 불리는 노인은 이처럼 기이한 소문을 확인하기 위해
섣달 그믐 장날 이른 새벽 장에 와서 파할 때까지 어슬렁어슬렁 돌아다녔다.
해 질 무렵 정관 노인 쪽으로 한 백발의 노인이 걸어오고 있었다.
마침 행선지가 달음산 방향이어서 두 노인은 길동무가 되었다.
정관 노인은 집 근처에 와서 "저기가 우리 집"이라고 하자
백발 노인은 "낮에 시장에서 요기를 했는데 지금 배가 고프다"고 말했다.
정관 노인은 "오늘 동행한 것도 인연인데 우리 집에 가서 식사를 하고 가시지요"라고 하니
백발 노인이 "고맙다"며 정관 노인을 따라갔다.
마침 그날은 섣달 그믐의 추운 겨울이라 정관 노인의 집에서는 팥죽을 쑤어놓았다.
정관 노인의 며느리는 시아버지가 모셔온 백발 노인께 정중히 인사하고 팥죽 한 상을 극진히 대접했다.
백발 노인은 "잘 먹고 간다"고 하직 인사를 하니, 정관 노인이 따라나와 "살펴 가십시오"라고 인사를 했다.
백발 노인이 두 자쯤 가다 돌아서며 "살림살이도 넉넉지 못해 생계가 딱한 모양"이라 말한 후,
달음산을 가리키면서 "내일 저 산 뒤 평지로 가면 너른 잔디밭에 무밭이 있다. 거기서 제일 한복판의
큰 무를 뽑지 말고 그 주위에 난 무를 뽑아다 장에 파시오. 그래 가면 알 거다"고
돌아서니 온데간데없이 사라져 버렸다.
정관 노인은 '산삼의 위치를 알려준 것일 게다'라고 생각한 후 아들에게 자세한 내용을 설명했다.
"달음산 뒤 너른 잔디밭이 있느냐"는 아버지의 물음에
아들은 "나무하러 다니다가 보니 있는 것 같습니다"라고 답했다.
아버지는 "그곳에 가면 무밭이 있는데 한복판에 있는 제일 큰 것은 뽑지 말고
반드시 주변의 것을 뽑아 장에 나가서 팔거라"고 단단히 일렀다.
다음 날 아침, 아들은 달음산을 향해 한참을 우회해 올라가니 아버지의 말씀대로 무밭이 있었다.
어림잡아도 몇 천 평은 돼 보였다.
자세히 보니 주변에는 무가 조금씩 올라오고 있었는데, 한복판에 있는 것은
우뚝하게 서 있는 완전하게 자란 큰 무였다.
처음에는 아버지의 지시대로 작은 것을 뽑다가 차츰 욕심이 생겨
한복판에 있는 굵은 무를 뽑고 싶은 충동이 생겼다.
'뽑자' '뽑으면 안 된다'라는 내적 갈등을 겪던 아들은 결국 큰 무를 뽑기로 하고 당겼다.
하지만 워낙 크다 보니 안 뽑혔다.
이후 억지로 당기니 부러지며 거기서 팥죽이 나오며 동시에 산삼은 온데간데없어졌다.
아들은 한참 동안 혼자 잔디밭에 멍하니 서 있다가 귀가해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아버지인 정관 노인은 "왜 지시한 대로 안 했느냐. 때를 놓쳤구나" 하고 한탄을 하였다.
정관 노인이 그만큼 정성을 기울여 산삼을 찾으러 다니다 백발 노인을 만나 산삼을 구하는가 했지만
결국 아들의 욕심 때문에 기회를 놓쳤다는 안타까운 이야기가 달음산에 여태까지 전해오고 있다.
가마골향토역사연구원장 · 국사편찬위원회 부산사료조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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