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컬처로드 연다] 1부
'자연·생태와 함께하는 길' <1> 사상 '녹색길'
갈대 강물 노을은 '천지삐까리'인데 들리지 않는 "재첩국 사이소!"
▲ 부산 사상구 명품 가로거리 모습. 강변나들교와 사상인디스테이션(CATs) 사이에 있다. 길 건너편 파라곤 호텔 쪽에도 가로 거리가 조성돼 있다. 정종회 기자 |
부산
시민에게 낙동강은 생명의 젖줄이다. 특히 사상 지역에는 그 의미가 더 강렬하게 다가온다. 어렸을 적 자주 들었던 '재첩국 사이소'의 본거지가
바로 사상구 일대였다. 7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낙동강 지류인 삼락천 샛강이 이어지는 괘법동 일대에서는 농사를 지었다. 지금은 옛 흔적조차 쉬
찾을 수 없을 정도가 되었으니 '상전벽해(桑田碧海)'라는 말을 실감한다.
그래도 사상의 속살은
곳곳에 남아 있다.
시리즈 자문그룹은 이곳 '컬처로드'로
삼락생태공원→낙동 제방→강변나들교→명품 가로거리→사상인디스테이션(CATs)→하강선대→한내카페→상강선대→덕포시장→에코 뮤지엄(2015년 개관 예정)을 추천했다.
송숙희 사상구청장도
"사상의 문화와 자연, 그리고 삶을 체험할 수 있는 최고의 코스"라며 맞장구를 쳤다.
■ 자연과
호흡하다
출발점을 삼락수관교(낙동강교)로 해도 좋고,
삼락생태공원 내 가족공원으로 삼아도 좋다.
가족공원을 출발점으로 삼으면 5㎞ 남짓 되지만, 자연 생태를 체험하고 공간을 느끼며 걸으면
족히 한나절 코스는 된다.
삼락수관교 출발…5㎞ 한나절 코스
낙동강·삼락공원, 자연과 삶 조화
덕포시장, 샛강의 삶 오롯이 남아
도시화로 근대건축물 실종 아쉬워
삼락생태공원은 국내 최대 하천 둔치다.
곳곳이 풀밭이고, 개울이 흐르며, 운동시설에다 산책로가 있다.
2011년 제12회 때부터 이곳 낙동강변 삼락공원에서 여름 축제로 열리고 있는
부산국제록페스티벌은 삼락(三樂)의
'락'과 너무도 잘 어울린다.
공원에 들어서면, 낙동강의 넉넉한 품이
두 팔을 활짝 벌리듯 반긴다.
김용환은 1928년 발표한 '낙동강 칠백리'에서 낙동강을 이렇게 노래했다.
'달빛 아래 칠백리/낙동강 저 너머로/은혜로운 봄바람/한가히 불어들제'.
낙동강변 하면 갈대와 억새를 놓칠 수 없다.
그야말로 '천지삐가리'다.
억새의 가녀린 몸짓은 자연의 숨소리다.
바람 소리, 강물 소리는 오방색으로 넘실거리는 춤사위 같다.
생태공원엔 수많은 생명의 박동 소리, 생명의 DNA가 숨
쉬고 있다.
도심 쪽 낙동강 지류 샛강에선 수많은 야생 꽃을 만나게 된다.
자연과 더불어 갈대밭 저녁노을도 빠뜨리지 말자.
삼락의 3가지 즐거움 중 가히 으뜸이다.
낙동강 제방 길도 걸어 보자.
수해 피해가 잦자 이 지역 주민들이 동래부사 이경일에게 청원해 제방을 쌓았다(1788년)는 기록이 전해진다.
이 부사에 대한 공덕비도 상강선대(上降仙臺)에서 만나 볼 수 있다.
■ 삶의 체취를
느끼다
도시의 경쟁력은 단순히 규모의 문제가 아니라 도시
곳곳에 흩어져 있는 녹지 공간을 이어 주는 데 있다.
삼락생태공원과 괘법동의 경전철 르네시떼 역을 이어 주는 강변나들교가 그 역할을 한다.
부산뿐만 아니라 현재 국내에서 가장 긴 육교(268.5m)로 유명하다.
덕분에 '와이래깅교'라는 별명도 가졌다.
긴 육교 덕분에 삼락생태공원으로의 접근이 훨씬 수월해졌다.
다리 중간에는 청춘 남녀가 프러포즈할 수 있는 구역도 설치돼 있다.
이 다리는 명품 가로거리, 사상인디스테이션(CATs)으로 이어진다.
덕포시장을 향해 쭉 가다 보면 마을 당산인 강선대(降仙臺)를 만난다.
당신(堂神)을 모시는 곳으로 350여 년간 마을 주민들이 제(祭)를 지내
왔다.
서민의 체취를 느끼려면 '덕포시장'을 걸어 보라.
그곳에 서면, 그들의 삶이 만드는 일상의 예기치 못한 풍경에 새롭게 감동받을지 모른다.
주민 문화 사랑방인 '한내 카페'도 만날 수 있다.
내년
5월쯤엔 덕포시장 서문(현재 주차공간) 쪽에 지상 4층 규모의 에코 뮤지엄이 개관한다.
이곳엔 샛강을 품고 있는 삶의 모습이 담긴다.
삼락천을 따라 관문 대로에 이르면 40여 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할매재첩국집을 비롯해
주변에 네댓 집이 옹기종기 모여 삼락 재첩거리를 형성하고 있다.
걷다가 배에서 무두질이 시작되면 이곳에서 허기를 채울 수도 있을 터이다.
■ 컬처로드의 길을
묻다
아쉬운 게 한둘이 아니다.
그중에서도 삼락생태공원에 대한 접근성이 가장 아쉽다.
낙동대로와 강변대로가 나란히 가로막고 있어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시리즈 자문에 참여하고 있는 상지건축부설연구소 홍순연 선임연구원은 "도시철도나 버스 등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시민들을 위해 삼락생태공원을 이어 주는 순환버스를 두는 것이 급선무"라고 조언했다.
아울러 보행자를 위한 연결 통로도 더 마련되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지역 환경 모임인 '초록모자 친구들'의 황정희 실장은 "시민이 즐겨 찾는
삼락생태공원으로 만들어 나가기 위해서는 지금보다 훨씬 더 체계적이고 구체적인 생태체험 프로그램이나 체험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당연히 '해설사 하우스'도 만들어야 한다.
몇몇 구간에는 목재 덱이나 전망대를 설치해 자연을 좀 더 가까이서 보고 느낄 수 있어야 한다는 지적도
있었다.
명품 가로 거리는 '사상 1번지'라고 불리는 곳이지만 사상만의
정체성은 제대로 보여 주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홍 선임연구원은 "사람들 끌어들이는 매력적인 공간으로 다가가려면
콘텐츠 보강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사상인디스테이션이나 외국인거리와 연계한다면, 그 공백을 채울 수도 있을 터이다.
'학장천 살리기 주민 모임' 강미애 대표는 "지역문화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시장이나
사랑방, 문화공간 등을 안내하는 안내지도도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천 등 샛강을 살리는 주민들의 역할 프로그램도 필요하다.
무엇보다 옛 기억이 많이 사라진 것이 아쉬웠다.
특히 볼 만한 근대건축물조차 찾기가 쉽지 않았다.
이곳 주변에서는 사상초등, 사상교회, 사상역 정도를 추천할 뿐이었다.
시인 박노해는 노래했다.
'오래된 것들은 다 아름답다'고. 공간뿐만 아니라 삼락 유두리 출신으로 3·1 독립만세 시위를 주도한
동산(東山) 김형기(당시 재경 유학생회 회장) 등
이곳을 살다간 사람들을 추억하고 호명하는 일도 앞으로의 과제로 남았다.
정달식
기자
문화나 역사 등의 공간을 단순히 소개하고 연결하는 게 기존의 길이었다면
컬처로드는 문화와 역사뿐만 아니라 여기에 삶의 체취를 더하고 활력을 불어넣어
지속 가능한 성장의 길로 만든 개념이다.
한 발 더 나아가 시민이 직접 느끼고, 체험하고, 마음 깊이 다가갈 수 있는 길을 뜻한다.
이를 위해 인적, 공간적 네트워크 등 길에 대한 구체적인 활성화 방안이 시리즈를 통해 제시될 예정인데,
궁극적으로는 부산의 미래 자산, 부산의 문화·관광 자산(투어 관광상품)으로 자리 잡는 것을
부산판 컬처로드의 목표로 삼고 있다.
자문그룹 (가나다 순) 김기수 동아대 건축과 교수, 김은숙 문화카페 아트스페이스 움 대표, 김종세 민주시민교육원 나락한알 원장, 김지현 부산시의회 입법정책 담당관실 정책연구팀장, 김희진 문화공간 또따또가 센터장, 나동욱 부산근대역사관 관장, 서영수 부산문화관광축제조직위원회 사무처장, 안청자 부산시청 국제협력과 홍보관광담당, 이경덕 부산시청 문화예술과 문화정책담당, 이승욱 '안녕 광안리' 발행인, 주경업 부산민학회 회장, 차재근 부산문화재단 문예진흥실장, 최부림 부산관광공사 관광마케팅 팀장, 홍순연 상지건축부설연구소 선임연구원(이상 14명).
공동기획 동아대 디자인환경대학 지역유산재생연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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