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

[부산 컬처로드 연다]1부 '자연·생태와 함께하는 길' <3>금성 생생길

금산금산 2015. 1. 17. 13:59

금성 '생생길'

 

 

 

잠자던 역사가 말을 걸어 오는 '금정산성 성벽 18.8㎞'

 

 

 

▲ 자연생태 체험 공간인 '허브랑 야생화'의 내부 모습. 이재찬 기자

 

 

 

 

부산 금정구에는 사적 제215호국내 최장의 산성(18.8㎞) 금정산성이 있다.

금정산에 축조된 금정산성은 산 이름에서 따온 성곽의 이름이다.

성 안에는 공해마을, 중리마을, 죽전마을 등이 있다.

공해, 중리, 죽전은 행정구역상 모두 금정구 금성동(金城洞)이다.

금성동은 '금정산성 안의 동네'라는 의미.

흔히 '산성마을'이라고도 한다.
 


시리즈 자문위원들은 이곳을 부산의 대표적 컬처로드의 하나로 추천했다.

'금성 생생길'로 명명된 이 코스는

금성동 주민센터(산성막걸리 공장·킴스아트필드)→국청사→허브랑 야생화(생태체험공간)→(북문길)→장대→

오솔길→산성문화체험촌(산성막걸리 박물관·금샘숲학교)→죽전마을→금성초등(산성도예)으로 이어지는 길이다. 특히 장대에서 오솔길을 따라 산성문화체험촌으로 빠지는 길은

금성초등 학생들이 가끔씩 찾는 '명상의 길'(혹은 '숲 체험길')이기도 하다.

이 학교 최윤철 교사와 죽전마을 이시우 통장은 "꼭꼭 숨겨 놓고 싶은 그런 길"이라고 말했다.

 



■ 생생길에 담긴 보석

금성 생생길은 역사, 문화, 관광 그리고 자연이 어우러진 공간이다.

산성 내에 있기에 단연 자연 환경이 특출하다.

꽃이 피면 꽃을, 열매가 맺으면 열매를 제대로 볼 수 있는 곳이 바로 이곳이다.

 

 



민속주 1호 '산성막걸리' 향기
자연 느끼고 걷다 보면 한나절 '훌쩍'
볼 것 많아도 네트워크 안 돼 아쉬움
장기적으로 금정진도 복원해야

 

 



민주주의 사회연구소 전중근 상임연구원은

"꽃과 열매, 단풍과 눈을 도심 속에서 제대로 보고 느낄 수 있는 곳이 바로 이곳이다.

이곳에 오면 누가 숲이고 누가 햇살이고 누가 사람인지 분간이 되지 않는다.

나와 자연이 하나임을 느끼는 곳이며, 자연으로 돌아갈 수 있는 곳이 이곳이다.

이곳이야말로 살아 있는 자연 교육 현장이고 생명의 곳간이다"고 말했다.


주민의 삶과 함께 살아 숨쉬는 역사도 있다.

금성동 주민센터 맞은편, 금정산성막걸리의 누룩 냄새는 이곳에 터를 닦은 주민의 삶을 대신한다.

왜냐하면, 막걸리는 마을의 역사와 그 맥을 같이하기 때문이다.

조선 초기 이곳에서 화전민들이 생계수단으로 누룩을 빚기 시작한 데서 비롯되었다는 산성막걸리.

 

16세기 금정산성을 축성하면서 외지인들의 유입이 늘어나 널리 알려지게 된 금정산성막걸리는

현재까지 전통 양조 방식을 따라 제조하고 있어 은은한 향과 구수한 맛이 일품이다.

대한민국 민속주 1호의 자존심이 여기에 있다.


산성을 지키는 승군의 사령부가 있었다고 전하는 국청사(國淸寺),

전쟁 시 장수의 지휘소였던 장대(將臺)도 미소를 짓는다.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이곳에 금정산성과 산성 주변을 관리하는 관아인 금정진(金井鎭)이 있었다는 것이다.

생생길3㎞ 남짓되는 짧은 코스지만, 자연을 느끼며 걷다 보면 반나절, 혹은 한나절이 훌쩍 지나갈 수도 있다. 시간적인 여유가 있으면 중리마을로 올라가 금정산성의 4대문 가운데

정문인 동문으로 해서 산을 등산해 보는 것도 좋다.

또 공해마을로 올라가 산성고개에서 남문으로 가도 된다.

모두 한국의 가장 아름다운 산성, 금정산성을 오롯이 느낄 수 있는 길이다.

시리즈 자문위원인 나동욱 근대역사관 관장은

"금정산성 성벽 길을 따라 역사 여행도, 숲을 따라 자연생태 여행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 활성화 씨앗 찾기

생생길은 평소에도 등산객이 자주 찾는 길이라 어떤 곳보다도 생기가 넘치는 편이다.

주변엔 먹거리도 상당히 활성화되어 있다.

하지만 문화나 역사, 자연을 매개로 한 시민이나 지역민의 관심, 그리고 재생산은 다소 미약한 편이다.


킴스아트필드, 허브랑 야생화, 금정산성의 오솔길과 성벽길, 산성문화체험촌 등이 줄줄이 있지만,

주변 문화거점들과 연계되지 못하고 있다.

시리즈 자문위원들은 "이들이 생생길에 '생기를 불어넣는 허파'가 되기 위해서는 물리적, 정서적, 사회적으로 좀 더 긴밀하게 네트워크화가 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각각의 문화거점이 지렛대 또는 구심점 역할을 하면서 확장돼 나간다면, 얼마든지 지속 가능 및

성장 가능한 컬처로드가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이중에서도 금성동 주민센터는 주민과 매개할 수 있는 통로가 되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지역을 안내하는 것은 물론이고 소식이나 정보를 전달할 수 있는 홍보의 구심점 역할이 되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금정산성막걸리 유청길 대표와 산성문화체험촌 차일찬 대표는

 "마을에 문화해설사가 있어 우리 마을을 소개하든지, 그렇지 않으면 행정력이 밑바침이 돼

조직적으로 홍보하는 체계가 갖추어졌으면 한다"고 한목소리로 말했다.

이게 어렵다면, 마을 입구에 편의 시설이나 안내소를 두는 것도 한 방법이다.


마을주민 중에 생태해설사가 있다면, 허브랑 야생화와 연계해 아이들을 상대로 숲 관련 특성화 교육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장기적으로는 금정진도 복원할 필요가 있다.


문화거점 공간은 프로그램을 통해 관광객을 유인하거나 주민과 소통하는 역할을 맡아야 한다.

전중근 상임연구원은 "킴스아트필드나 허브랑 야생화, 산성문화체험촌 등은 지역민과 함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꾸준히 생성해 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런 차원에서 최근 마을에 교육문화협동조합이 탄생한 것은 매우 반가운 일이다.


과거에는 이곳이 외부자 중심의 관광 공간이었으나, 최근 들어 내부자 중심의

공동체 형성을 유도하고 있는 점은 눈여겨볼 변화라고 할 수 있다.

산성마을에 새로운 문화 공간이 재현되고 있음이다.

 

정달식 기자

 

공동기획  동아대 디자인환경대학 지역유산재생연구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