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

[부산 컬처로드 연다] 1부 '자연·생태와 함께하는 길' 화명 대천천길

금산금산 2015. 1. 24. 16:14

화명 '대천천길'

 

 

 

 

"대천천 주변 마을 넘치는 활력은 모두 공동체 덕분"

 

 

 

 

 

▲ 대천천은 살아 있는 생태 교육 및 학습의 장으로 평가받고 있다.

사진은 마을과 화명수목원 사이에 위치한 대천천 계곡. 강원태 기자

 

 

 

 

부산 북구 화명동을 가로지르는 대천천은 시민사회 분야에서 전국적인 인지도를 자랑하고 있다.

그건 바로 마을 공동체 덕분. 주민이 공동체를 만들어 내고, 만들어 가는 곳으로 유명하다.

또 하나의 자랑은 대천천의 맑은 물.

1급수에 버금갈 정도로 깨끗해 은어 떼 수천 마리가 발견될 정도로 살아 있는 생태 학습의 장이라는 것.

뿐만 아니라 마을 곳곳엔 역사와 문화가 살아 숨 쉰다. 


시리즈 자문 그룹은

화명 역(도시철도)→대천시장→파평 윤씨 금호재(재실)→대천 마을 회관→문화 공간(물고기 공방, 도자기연구원 도랑 등)→대천천 환경문화센터(부산참빛학교·맨발 동무 도서관·대천 마을학교·대천천 네트워크 등)→화명체육공원(쌈지공원)→가람낙조길→화명수목원→서문으로 이어지는 4㎞ 남짓 구간을

이 지역의 대표적 컬처로드로 추천했다.

 

길 이름은 화명 대천천길.

이 구간에서 멈추지 않고 좀 더 걷고 싶다면, 서문에서 등산로를 따라 계속 걸어도 좋고,

 다시 산성로 덱(Deck)을 따라 내려와도 좋다.

특히 화명체육공원에서 가람낙조길을 따라 화명수목원까지 이어지는 1.86㎞구간은

산허리를 휘감아 도는 길로 화명동 주민들도 강력 추천하는 길이다.

 

 



마을학교·도서관·밥상조합
주민 주도 공동체 15개 넘어
역사·문화·인적 자산 결합
구심점 역할 문화 공간 아쉬워

 

 



■ 어떤 보석이 숨어 있나

도시는 유기적이면서, 때로는 혼란스럽다.

정말 도시를 완전히 경험하고 싶다면 혼란스러움을 인정해야 한다.

이는 대천천 양옆, 양달과 음달 마을도 마찬가지이다.

도심에서 만나는 시골 같다고나 할까.

특히 음달 마을은 더 그렇다.

마을이 소박하게 보인다.

전통과 현대, 시골과 도시를 넘나드는 곳이 바로 이 마을이다.


대천천 주변엔 율리 패총(신석기 시대), 당산, 대천 마을에서 오랫동안 뿌리를 내리고 살아온 파평 윤씨 재실,

대천 마을회관 등 역사 자산이나 공간도 있지만 문화 공간도 빼놓을 수 없다.

시인이나 미술가들의 공방도 대천천을 따라 모여 있기 때문이다.

10년 넘게 화명동에 거주하며 창작 작업을 하고 있는 방정아(47) 작가,

오랫동안 지역에서 자연의 모습을 그려 온 소두(蘇斗) 김인환 화백의 작업실도 대천천 가까이에 있다.

 

화명1호교 쪽으로 내려가다 보면 인도네시아 센터도 만날 수 있다.


하지만 대천천의 보석은 뭐니 뭐니 해도 주민 주도의 대천 마을 공동체이다.

마을 공동체가 어림잡아 15개가 넘을 정도다.

이를테면, 대천 마을학교, 대천천네트워크, 맨발 동무 도서관, 마을밥상협동조합, 부산북구공동육아협동조합,

부산참빛학교(대안학교) 등이다.

아리스토텔레스가 말했던가. "도시는 다양한 사람들에 의해 만들어진다"고.

대천 마을 공동체를 보면 딱 들어맞는 말이다.


시리즈 자문 위원인 민주시민교육원 나락한알 김종세 원장은

"역사 자산, 문화 자산도 중요하지만, 이곳은 인적 자산이 최고인 곳"이라고 그 의미와 가치를 높게 부여했다.


대천천, 금정산 등 자연이나 살아가는 환경에 대한 공통된 의식은 공동체를 만들고, 끈끈하게 유지시키는

매개 역할을 하기에 충분했다.

특히 2000년대 들어 생겨난 맨발동무도서관(2005년), 대천마을학교(2008년) 등

 대천 마을 공동체의 시작이 대부분 그랬다.

맨발동무 도서관 홍보담당 김부련 씨는

 "이곳 마을 공동체 대부분은 화명동 주민들의 참여로 자생적으로 생겨났다"고 설명했다.


대천마을학교 이귀원 운영위원장은

"주민 자신들의 필요를 스스로 해결하고자 공동육아협동조합을 결성하고 운영하면서

자치의 재미와 협동의 위력을 발견한 조합원들은 자치와 협동의 정신을 점점 확장했다"고 말했다.

 


■ 유기적 활성화의 길은 어디에

주민 공동체는 활성화되어 있지만, 다른 문화·역사 자산과 연계되는 공간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이를 이어 주는 작업이 필요하다.

자문 그룹은 "역사 가치, 문화 가치, 인적 가치 등을 자연스럽게 연결해 주는 구심점 역할을 할

문화거점 공간이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공동체 거점 공간인 대천천환경문화센터를 구심점으로 삼을 수 있다.

주민들의 문화활동을 위한 공간과 주민센터나 학교를 네트워크 강화를 위한 매개체로

활용하는 방안도 함께 고민돼야 한다.


방 작가는 음달 마을의 텃밭, 골목길, 재래시장을 커뮤니티적 가치 요소로 보았다.

"특히 텃밭은 생태가치 측면도 있기는 하나

공동 텃밭을 통한 새로운 소통 가능성에 무게를 둘 수 있다"고 말했다.


생태 공간인 화명수목원과 대천천네트워크가 자연환경이라는 주제에서 유기적으로 결합할 수 있는

방안이나 프로그램도 고민될 수 있다.

강(川)과 산이 연계된 생태교육의 확장이 이루어지는 셈이다.

대천천의 경우 좀 더 적극적이고 지속적인 생태계 모니터링을 통한 친환경 하천관리 방안이 수립되어야 한다.

대천천 네트워크 강호열 사무처장은

"이번 비로 대천천 생태 환경이 많이 무너졌다.

이참에 하천 특성에 맞는 복구 계획을 세울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비록 재개발 예정 지구이긴 하지만, 음달 마을 곳곳에 분포된 바위나 나무를 비롯해

방치된 생태 혹은 삶의 공간을 새롭게 발굴하는 작업도 병행되어야 한다.

 


공간 정보를 제공하는 공공디자인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방문자에게 장소를 설명하고, 무엇이 어디에 있는지에 대한 위치를 알려 주어야 한다.

요컨대, 이 마을이 환경, 생태와 관련되어 있다면, 녹색 디자인으로 접근하는 게 필요하다.

지역을 되살리고 주민이 자립할 수 있는 마을 공동체 방식의 협동경제 만들기를 고민할 때도 되었다.

 

정달식 기자

공동기획 동아대 디자인환경대학 지역유산재생연구팀

 

 

 

 

 


마을 생태지도엔 동네 바위·나무 위치 꼼꼼히

 

 

 

 

 

 

화명 2동 음달마을에는 마을 안에 수많은 바위가 발견되고 있다.

작은 돌무더기부터 커다란 바위에 이르기까지 그 크기나 형태도 다양하다.

마당 한구석에 자리 잡은 바위가 있는가 하면 텃밭 한가운데, 길 한가운데에 있는 것도 있다.

특히 마을 텃밭에 있는 큰 돌은 여느 바위와는 달리 아랫부분이 드러나 흙 위에 덮인 상태라서

선사시대 고인돌 모양과 유사하다.  

 

 


 
화명동서 창작 활동 방정아 작가
"지질 학습장 같은 독특한 풍경"

 

 


 
화명동에서 10년 넘게 살면서 활발하게 창작 활동을 하는 방정아 작가는

수년 전 화명 2동에 분포돼 있는 바위와 나무에 주목, 생태가치지도를 만들기도 했다.


그가 그린 생태가치지도-바위 지도에는 동네 바위들의 위치가 나타나 있다.

특히 방 작가는 마을에 흩어져 있는 바위의 생태적 가치에 주목, 이를 보석의 이미지로 형상화했다.

나무지도(사진)는 더 자세하다.

감나무, 팽나무, 단풍나무 등 나무 품종까지 자세히 묘사돼 있다.

음달마을은 화강암으로 이루어진 금정산의 아랫자락에 위치한 까닭에 많은 수의 돌들이 자리 잡고 있다.

마을에는 풍부한 돌로 지어진 석조주택도 수 채 남아 있다.

또 풍부한 돌을 이용해 만든 돌담도 많다.

방 작가는 "바위를 보면 마치 지질 학습장을 방불케 한다.

비록 서민의 주택이지만 이 지역만이 가지고 있는 독특한 풍경을 보여 준다"고 말했다.

 

정달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