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가리아[ 플로브디프]-역사의 구릉과 집 박물관
골목길 돌고돌아 천년고도를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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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가리아 플로브디프의 옛 이름인 '풀푸데바'의 네벳 언덕에서 본 구시가지의 모습. |
- 풀부데바→필리포폴리스→트리몬티움→
- 필리베→플로브디프로 이어지는 도시 역사
- 구도심 곳곳에서 흔적 찾아볼 수 있어
- 스테판 스탐볼로프 광장 여행의 기점
- 히포크라테스 옛 의약박물관 등
- 집집마다 '국가기념문화재' 박물관
- 도심정원은 여행자 휴식처이자
- 역사적 인물들과의 만남의 공간
소피아를 떠나서 플로브디프로 향하는 기차는 누군가가 장난스럽게 쓴 낙서와 그림으로 뒤덮어 있고,
차창 밖 풍경은 벌거숭이산으로 스산하다.
카메라로 담을 수 있는 풍경이 아니라고 생각하면, 여행자들은 잠시 눈을 감고 목적지에 도착할 때를 기다린다.
플로브디프는 풀푸데바, 필리포폴리스, 트리몬티움, 필리베의 시간을 거쳐서 왔다.
고대 트라키아 시대에는 세 개의 언덕을 뜻하는 풀푸데바, 기원전 342년 마케도니아 필리포스 2세에 의해
점령된 뒤에는 필리포폴리스, 기원후 46년 로마 제국의 트라키아 속주가 되면서는 세 개의 구릉을 뜻하는
트리몬티움, 1364년 오스만 터키의 식민지가 된 후에는 필리베, 그리고 제1차 세계대전 이후부터는
플로브디프로 명명되었다.
이처럼 시간 속에서 바뀐 도시의 이름만큼, 플로브디프는 역사의 뒤안길에 숨어져 있는
과거의 흔적을 가지고 있다.
그 흔적은 구도심에 그대로 모여있어, 여행자들은 반나절이 채 걸리지 않는 시간 속에서
고대부터 현재까지의 역사를 살펴볼 수 있다.
여행자들은, 불가리아 어느 도시에 있는 '프리 워킹 투어'를 따라 나서지 않더라도
구시가지와 신시가지를 갈라놓고 있는 스테판 스탐볼로프 광장을 이정표로 하여 길을 나선다.
■ 활기 넘치는 스테판 스탐볼로프 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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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포폴리스 시대의 성 동문과 골목길. |
그 광장의 양 옆에는 패션샵, 기념품 가게들, 야외 커피숍, 음식점 등이
도시정원까지 즐비하게 늘어서 있고 길거리 예술가들의 공연과
미술 전시회도 다채롭게 열리고 있다.
그 광장은 여행자들의 출발지이면서 언제나 되돌아오는 종착지이기도 하다. 여행자들은 그 광장에서 출발해 풀푸데바 시기의 네벳 언덕과 일곱 구릉의 정원, 필리포폴리스 시기의 동문과 예술전시 박물관 필리폴리스, 로마 제국 속주 시기의 로마 원형극장, 오스만 터키 식민지 이전 시기의 성모 승천
교회, 성 루드비히 대성당, 성 콘스탄틴과 헬레나 교회, 성 디미타르 교회, 식민지 이후의 주마야 모스크 그리고 플로브디프 극장, 열린 야외영화관
오르페우스, 인형극장, 미술전시관 림, 민속박물관 등을 거쳐서 되돌아온다.
그 과정에서 여행자들은 역사적 유적이나 기념물에서보다도 오히려
구시가지의 길 위에서 역사적 흔적들을 만난다.
좁고 비탈지고 굽은 길을 따라가다 보면 여행자들은 집집이 박물관이라는 이름을 쓴 문패들을 만난다.
길 위의 모든 집이 언제 지워진 누구누구 집 박물관이라는
분홍색 문패를 달고 있다.
'의사 소티르 아토니아디의 집, 히포크라테스의 옛 의약박물관, 1872년 건축', '디미터 조지아디의 집,
1846~1848 건축, 국가기념문화재', '니콜라 네드코비치의 집, 1863년 건축, 국가기념 문화재' 등등. 여행자들은 대체로 18세기에 건축되어 국가기념문화재로 지정된 집들을 따라서 골목길을 순례한다.
그 골목길을 따라가다가 발걸음을 멈추고 쉬고 싶을 때, 여행자들을 반겨주는 곳은 도시정원이다.
도시정원은 여행자들에게 휴식 공간이면서 역사적 인물들과의 만남의 공간이다.
정원은 푸른 숲이 드리워져 자연의 향기를 맡기에도, 곳곳에 있는 분수대에서 음악에 맞추어 솟아오르는
물을 보면서 휴식하기에도 너무나 좋은 곳이다.
휴식을 마치고 나무와 꽃들 사이로 난 길을 따라 산책을 하면서 여행자들은 역사적 인물들을
동상이나 흉상으로 만난다.
그 동상이나 흉상에는 불가리어로 생몰연대와 플로브디프에서의 거주 연도를 새겨 놓고 있다.
그 인물들이 누구인지 알 수 없지만 플로브디프의 현재를 있게 만든 사람들임에는 틀림없을 것 같다.
그 인물들은 유배를 보내면서 성경을 바탕으로 금욕주의 저서들을 썼던 필록세누스 같은 종교지도자일 수도,
이곳 국립도서관에 자신의 이름으로 된 서고를 가진 이반 바조프 같은 작가일 수도, 오스만 터키에 저항해
'독립'이라는 신문을 발간했던 슬라베이코 같은 사상가이면서 작가일 수도, 발칸 전쟁 혹은 제1, 2차 세계대전에서 싸운 '충성스러운 병사들'일 수도 있다.
그 인물이 위대한 지도자이든 일반인이든 누구이든 간에 도시정원에서 함께 어울려 있다.
그 어울림은 아마도 18세기 건축된 집 박물관들의 주인인 터키인과 도시정원의 불가리인들
그리고 집시들 사이에도 함께 있을 것이다.
■ 상영되지 못한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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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자에게 휴식을 주는 도시정원. |
고대에서 현재에 이르기까지의 역사적 환경, 그런 역사 속에서
다양한 사람들이 함께 어우러져 도시의 생활환경은
제4회 부산국제영화제(1999)에 초청되었지만 결국 상영되지 못한 영화
'플로브디프에서의 어린 시절'의 배경이 되었다.
이 영화의 내용은 이스라엘인 교수 알베르토가 발칸반도에서 가장 오래된 도시들 가운데 하나인 고향 플로브디프에서 보냈던 1940년대 어린 시절을 회상하는 것이다.
유대인으로서 그의 회상은 불가리아인, 터키인, 러시아인, 그리스인,
아르메니아인, 집시 등 다양한 인종들과 조화롭게 살았던 생활환경과
역사적 유적이 도시 곳곳에 남아 있던 독특한 도시환경과 그것들을 파괴한 공산주의자들의 모습이다.
공산주의자의 추방 정책으로 불가리아인을 제외하고는 모두 국외로
추방되거나 강제수용소로 수용된다.
그를 비롯한 모든 유대인들은 이스라엘로 추방되고, 그의 첫 사랑
아르메니아 여인은 먼 시골마을로 강제로 이주된다.
어린 시절의 추억을 찾아서 고향에 잠시 들른 그는 우연히 첫사랑의
연인을 만난다.
첫사랑의 연인과 함께 그는 고향의 기록을 최대한 남기기 위해 홀로 남은 유대인 사진작가의 사진기록들을
보면서 젊은 시절로 빠져 들어간다.
그 시절은 인종에 관계없이 사랑을 나누던 조화로운 삶을 살아갔던 시기이다.
그 시기는 이제 오지 않을 것인가?
그 대답을 2011년 9월 일어난 플로브디프의 반 집시폭동이 해줄 수 있을까?
그 폭동은 현지 교회지도자인 집시인의 차에 19세 불가리아 청년이 깔려 사망하면서 일어났다.
당시 시민들은 불가리아 집시들을 상대로 '우리는 잊지 않을 것이며 용서하지 않을 것'이라고
구호를 외치면서 격렬한 시위를 벌였다.
그 시위의 끝은 불가리아 집시들이 아니라 그 집시들이 고슴도치까지 잡아먹어야 하는
경제적 불안을 향하고 있었다.
다인종 사회의 갈등 해결에 경제가 답이 될까?
'얼마 지나지 않아 토착민의 전통, 혈통, 순수성 따위가 다시 우리를 유혹할 것이다'라고
플로브디프를 배경으로 한 소설 '비잔틴 살인사건'은 말한다.
그 원인은 집시에 대한 편견, 다른 인종에 대한 편견에 있을 것이다. 모든 인종이 편견없이
조화롭게 살고 있는 혼혈의 나라는 어디에 있을까?
# 발칸반도 여행 출발·종착지는 이스탄불로 잡는 게 좋아
■ 국경도시 안드레프 넘기
- 플로브디프서 이스탄불행 야간버스 타고
- 안드레프 국경검문소 거쳐 터키 입국
- 라마단 해제 전야제 참가 행운 얻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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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만 터키 식민지 시대 건축된 대표적인 집 박물관의 모습. |
발칸 유럽으로의 여행은 이스탄불을 출발지 겸 종착지로 하여
일정을 짜는 것이 가장 경제적이다.
이번 여행은 이스탄불에서 육로로 들어갔다가 나오는 불가리아 일정과
귀국하는 길에 타슈켄트를 중간 경유지로 한 우즈베키스탄 일정을
계획했다.
불가리아 일정은
'이스탄불→ 바르나→ 벨리코 타르노보→ 소피아→ 플로브디프→
이스탄불'로 이동하는 것인데, 터키 라마단이 끝나기 하루 전에 열리는
전야제를 염두에 두고 이스탄불에 도착하도록 계획한 것이다.
터키 라마단의 해제 전야제는 전 시민이 참여하는 축제로 성대한 행사가 벌어진다.
여정에 맞추어 플로브디프에서 아침 일찍 이스탄불로 가는 버스를 타면 국경도시 안드레프의 국경검문소를 거쳐 터키로 들어선다.
국경검문소의 출입국에 걸리는 시간이 버스를 타고 가는 시간만큼 걸린다면 이스탄불 오토가르(버스터미널)에는 밤늦게 도착한다.
다행히 출입국 시간이 30분도 채 걸리지 않은 덕분에 국경을 쉽게 넘어
라마단 해제 전야제에 참여하는 행운을 가졌다.
부산대 교수
민병욱 교수의 배낭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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