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영 '우도'
차 다닐 도로 아예 없어 자연의 아름다움 고스란히 간직
경남 통영 우도의 몽돌해변 앞에 있는 구멍섬. 만조가 되면 구멍 사이로 작은 배가 지나다닐 수도 있다 |
- 울막개·아랫막개 16가구 20명 살아
- 천연기념물 생달나무 후박나무 울창
- 네모 반듯하게 구멍난 구멍섬 유명
- 만조 때 작은 배가 지날수 있어
- 욕지군도 9경 중 으뜸으로 꼽혀
경남 통영항에서 뱃길로 1시간 떨어진 우도(牛島)는 일반에 잘 알려지지 않은 '신비의 섬'이다.
대개 우도하면 제주도의 우도를 떠올리지만, 통영에도 같은 이름의 섬이 있다.
전국에 우도란 섬이 6개 있다고 알려져 있는데 이 중 통영 우도는 제주도 우도 다음으로 크다.
우도는 욕지군도에 속하는 한 부속 섬이다.
불교성지로 유명한 연화도 바로 위에 자리잡고 있다.
연화도에서는 뱃길로 5분 거리다.
소가 누워 있는 형태로 보인다 해서 이름 붙여졌지만,
섬마을 주민들은 구멍난 곳이 많아 '소(疏)섬'이라고 부른다.
실제 배를 타고 섬을 한바퀴 둘러보면 해안가 바위 곳곳에서 구멍들을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섬 해안가 비경은 경이롭기까지 할 정도다.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간직
우도는 울막개(큰마을)와 아랫막개(작은마을) 두 마을에
16가구 20여 명의 주민이 살고 있다.
카페리선이 도착하는 아랫막개에서
한 고개를 넘어 10여 분을 걸어가면 울막개다.
카페리선은 먼저 연화도에 대부분의 승객과 차량을 내린 후
우도에 도착한다.
이곳에서 내리는 사람은 거의 없다.
우도는 통영의 570개 섬(유인도 44개) 중
카페리선이 운항하는 몇 섬 가운데 유일하게 차가 없는 곳이다.
다닐 도로가 없기 때문이다.
섬은 선착장을 빼고나면 철저하게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다.
울막개에는 천연기념물 344호로 지정된 생달나무와 후박나무가 떡하니 마을을 지키고 있다.
신목(神木)에 걸맞은 위용을 자랑한다.
전남 보길도의 후박나무와 함께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나무로 알려져 있다.
마을 사이를 가로질러 야트막한 언덕을 오르니 옛 사람들이 다니던 지겟길이 나왔다.
숲이 울창해 한여름인 데도 햇볕이 들어오지 않아 시원하다.
현지에서는 이 길을 '숲속의 터널'이라고 부른다.
주민들은 남해안 섬 가운데 동백나무 군락지로서 손가락에 꼽힌다고 자랑했다.
지겟길을 따라 내리막길을 걸으니 마을 뒤편 해안가에 몽돌해변이 시원하게 펼쳐져 있다.
한여름인 데도 인적이 없다.
인파와 떨어져 한적하게 휴식을 취하고 싶은 피서객들에게 안성맞춤이다.
바닷물은 눈이 부시도록 푸르고 맑다.
■ 신비로운 구멍 섬
몽돌해변 앞 바다에는 우도 본섬보다 유명한 구멍섬이 한눈에 들어 온다.
섬의 한가운데 구멍이 뻥 뚫려있는 것이 신기하다.
구멍은 가로 세로 4m 정도의 네모반듯한 형태다.
사리 때 만조가 되면 구멍 사이로 작은 배가 지나 다닐 수 있다.
독특한 형상의 비경으로, 욕지군도 9경 가운데 으뜸이다.
몽돌해변 옆에는 또다른 섬인 목섬이 있다.
물때에 따라 섬이 되기도 하고 우도와 연결되기도 한다.
연화도와 우도 사이에 있는 반하도 또한 목섬과 마찬가지다.
이처럼 우도의 부속 섬 3개는 모두가 신비롭다.
정부는 2011년 이곳을 '찾아가고 싶은 섬'으로 선정했다.
사업의 일환으로 지난해 '우도 둘레길'을 조성했다.
해안가와 옛 지겟길을 연결하고 정비해 울창한 숲과 바닷가를 함께 거닐 수 있는 탐방로를 만들었다.
3.7㎞가량으로, 천천히 걸으면 1시간30분이 소요된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현재 이 탐방로는 부분적으로 허용된다.
일부 구간은 숲이 우거질대로 우거져 다니기가 힘들다.
섬 주민 대부분이 70대 이상 고령자여서 탐방로 숲길을 수시로 정비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섬 주민들도 일손이 없으니 어쩔 수 없다며 안타까워 하고 있다.
200m 정도 되는 해안선에 펼쳐진 몽돌해변은 나무 덱을 설치해 야영객의 편의를 돕고 있지만
정식 개장은 아직 힘들다.
섬 주민들은 화장실과 샤워실 등 부대 시설이 설치되는 내년이 돼야 개장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 물 귀하지만 여유는 넘쳐
우도는 물이 귀한 섬이다.
마을에는 다른 섬과 달리 물탱크가 많이 보인다.
곳곳에 우물을 만든 뒤 펌프를 이용해 퍼올린 물을 탱크에 저장, 식수와 생활용수로 사용한다.
하지만 주민들 얼굴에서는 불편함을 찾을 수 없다.
오랜 세월 그렇게 생활해서인지 여유마저 느껴진다.
물이 귀하지만 텃밭에 고추, 마늘, 배추, 고구마 등을 심어 자급자족하고 있다.
뭍에서는 쌀만 구입해 사용할 정도다.
대신 해산물은 풍부하다.
섬 갯바위 곳곳에서 톳, 가시리, 따개비 등 해초들이 지천으로 깔려 있다.
뭍 사람들은 이곳에서 나는 고둥을 잡기 위해 일부러 섬을 찾고 있다.
어종도 다양하다.
우도는 전국에서 내로라 하는 갯바위 낚시꾼들 사이에서 최고의 포인트 중 하나로 꼽힌다.
배를 타고 섬을 한바퀴 둘러보면 갯바위 곳곳에서 조사들이 낚싯대를 드리우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우도는 통영항에서 하루 2회 카페리선이 운항한다.
통영항에서 연화도를 운항하는 5회(오전 6시30분, 9시30분, 11시, 오후 1시, 3시)의 배 편 가운데
우도를 경유하는 시간은 오전 11시와 오후 3시다.
문의는 여객선사(055-641-6181)로 하면 된다.
# 어촌체험마을로 섬 살림 나아지길
■ 김강춘·강남연 어촌계장 부부
- 70대 이상 고령주민 중 가장 젊어
- 유일하게 배 소유해 주민 발 역할도
- 민박서 만드는 해초비빔밥 인기
김강춘(52) 강남연(49) 부부(사진)는 '우도 지킴이'로 불린다.
어촌계장을 맡고 있는 김 씨는 이 섬에서 가장 젊은 사람이다.
우도 출신으로 뭍에서 줄곧 생활하다가 부친의 건강이 악화된
2002년 섬으로 되돌아 왔다.
경남 진주 출신인 강 씨도 남편의 뜻을 따라 섬에 정착했다.
이들 부부는 주민 대부분 70대 이상 고령인 마을에서
궂은 일을 도맡아 하고 있다.
외지인을 제외하고는 섬에서 유일하게 배를 갖고 있어 섬 주민들의 발 역할도 톡톡히 하고 있다.
카페리선 시간 때가 맞지 않는 섬 주민들의 뭍 나들이를 위해 연화도를 수시로 왕래한다.
섬 주민들은 하루에 한끼 정도는 김 씨 집에서 해결하고 있을 정도다.
'송도호 민박'(010-3589-6714. 010-3881-0784)을 운영하는 부인 강 씨는
우도에서만 맛볼 수 있는 해초비빔밥을 만든다.
이곳에서는 우도 갯가에서 나는 귀한 해초들로 구성된 해물 밥상이 나온다.
강 씨는 썰물 때가 되면 갯바위로 나가 청정해역이 품고 있는 해초들을 한아름 따온다.
그러나 강 씨는 아직 수영을 할 줄 모른다.
갯바위로 나갈 때면 고무신에 새끼줄을 꼬아 미끄러짐을 방지한다.
톳 밥에 가시리, 석모 등 5~6가지의 해초들을 섞어 비벼 먹는 해초 비빔밥은 씹히는 감칠 맛이 독특하다.
모 방송국의 음식 코너에 소개된 후 점차 유명해지고 있다.
통영시민들 사이에서도 꽤나 알려져 해초비빔밥을 맛보기 위해 우도를 찾는 사례가 늘고 있다.
김 씨는 "우도에는 다른 섬들이 가지고 있지 않은 매력이 있어 계속 이곳을 지켜 나갈 것"이라며
"다만 어촌체험마을 조성과 카페리선 증회 등으로 섬 주민들의 생활이 조금만 더 나아졌으면 하는 바람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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