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영 '어의도'
작고 조용한 전형적인 어촌마을 인심도 푸근
어의도는 전형적인 어촌마을이다. 사진 앞쪽으로 거제 부속섬 가운데 두 번째로 큰 섬인 가조도가 보인다. |
- 1970~1980년 통영서 마을 소득 1위도
- 피조개 채묘 불황겪어 지금은 한산
- 작년 광역상수도 개통, 물걱정 없어
경남 통영의 570개 섬(유인도 44개) 가운데 가장 북쪽에 위치한 어의도(於義島)는 전형적인 어촌마을이다.
지금도 주민들이 정치망과 어선어업으로 생업을 이어가고 있다.
행정구역상 통영에 속하지만 생활권은 거제다.
섬을 오가는 도선도 거제 성포항에서 출항한다.
어의도란 섬 명칭이 어떻게 유래됐는지는 섬 주민들조차 잘 모른다.
다만 섬의 모양이 여자의 젖가슴을 닮았다고 해서 한 때는 유도(乳島)라고 불리웠다.
섬은 두개의 봉우리를 사이에 두고 중앙에 사주(沙洲)가 형성되면서 하나로 연결돼 있다.
■ '돈 섬'으로 불린 알부자 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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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제시 사등면 성포항을 출발한 어의호(7.31t)가 물살을 가르자
오른쪽으로 거제 부속섬 중 두 번째로 큰 섬인 가조도와
거제를 연결하는 가조연륙교가 한눈에 들어 온다.
가조도 앞바다는 하얀 부이가 빼곡할 정도로 온통 굴 양식어장이다.
10여 분을 달렸을까, 섬에 도착하자 마을 중앙에 자리잡은
2층 마을회관이 제일 먼저 눈에 띈다.
5~6년 전에 지어졌다고 하지만 이 섬에서는 가장 최신 건물이다.
회관에는 마을 주민들이 삼삼오오 모여 이야기 꽃을 피우고 있었다.
섬을 찾은 날은 일기가 고르지 않은 데다 최근 폭우가 많이 내려
조업이 신통치 않다며 주민들이 바다 일을 접은 상태였다.
어의도는 활황기 시절 '돈 섬'으로 불리웠다.
1970년대 후반에서 1980년대 초만 하더라도 피조개 채묘사업으로 주민들이 꽤나 큰 돈을 손에 만졌다.
바다 밑에 수하연 그물을 쳐 놓으면 조류의 흐름에 따라 자연스레 피조개 씨알이 달라 붙는
천혜의 어장이었던 탓에 걱정없이 살 수 있었다.
당시에는 주민이 200명을 훌쩍 넘었을 만큼 최대 번성기를 누렸다.
마을 단위로서는 통영에서 소득 1위를 차지해 가장 잘사는 섬으로 이름도 날렸다.
경남도로부터는 저축상을 수상하기까지 했다.
하지만 1990년대 이후 피조개 채묘사업이 불황을 겪으면서 주민 수도 눈에 뜨게 줄어들었다.
지금은 23가구에 39명의 주민이 살고 있어 한적할 정도다.
젊은 사람들이 하나둘 떠나기 시작해 이곳 주민 대부분은 60대 이상 고령이다.
어촌계장을 맡고 있는 김영택(64) 씨가 가장 젊은이에 속한다.
■ 인정 넘치는 어촌마을
어의도 전경. 두개의 봉우리를 사이에 두고 섬 중앙에 사주(沙洲)가 형성되면서 두 섬이 하나로 연결된 모습이다. |
이곳은 지난해 말 섬이 생긴 이래 가장 큰 잔치를 열었다.
광역상수도 개통식이 열린 후 각 가정마다 수돗물이 공급되기 시작했다.
그동안 주민들은 물이 부족한 탓에 지하수 등을 개발해
식수나 생활용수로 사용했다.
또 갈수기 때는 급수선을 통해 물을 공급받는 등 애로를 겪어 왔다.
하지만 육지로부터 해저관로를 통해 광역상수도를 공급받으면서
물 걱정을 덜 수 있게 됐다.
수백년 묵은 숙원사업이 해결되면서 주민들의 생활에도 여유가 생겨났다.
섬은 또 자체 발전소를 갖췄다.
마을 해안가 오른쪽 편 언덕에는 한국전력공사 어의도사업소가 자리잡고 있다.
그래서 이 섬에는 송전탑이 없다.
이런 탓에 자연 그대로의 섬 모습을 유지하고 있다.
섬은 전형적인 작은 어촌마을로 딱히 볼거리는 없다.
하지만 바닷가를 따라 조성된 해안도로(500여 m) 산책 코스와 언덕 위 마을 뒷길은
평화로운 섬 풍경을 감상하기에 그만이다.
섬은 더없이 편안하고 포근하다.
주민들 간 다툼은 찾아 볼 수 없다.
한 가족처럼 우애가 좋다고 정평나 있다.
취재진이 섬을 방문했을 때 모든 마을 주민들이 나와 반겨 줄 정도였다.
섬을 찾는 낚시꾼들에게도 다정다감하기는 마찬가지다.
■ 청정해역 어장 품은 섬
섬의 가장 큰 수입원은 정치망어장에서 올라오는 멸치다.
시장에 내다 팔고 남은 멸치로 액젓을 만들기도 하지만 아직은 가내수공업 수준이다.
그러나 맛 만큼은 전국에서도 알아 준다.
질좋고 싱싱한 멸치로 액젓을 담그기 때문이다.
23가구가 사는 섬에는 22척의 어선이 있다.
한 가구당 한 척 꼴이다.
섬은 청정해역 중심에 자리잡아 예전부터 어업전진기지 역할을 했다.
겨울 특산어종인 대구의 길목이기도 했다.
일제 강점기 당시에는 술집이 있을 정도로 호황을 누렸다.
1980년대 피조개 채묘사업으로 최대 번성기를 누린 후 쇠퇴기를 맞은 것이 아쉬울 따름이다.
현재 섬에서는 담배꽁초를 구경하기가 힘들다.
주민들은 '금연 섬마을' 지정을 희망하고 있다.
39명의 주민 중 단 한 명만이 흡연을 하고 있다.
도선은 거제 성포항에서 12명 정원인 어의호가
오전 7시40분, 오후 1시30분, 오후 4시40분 등 하루 3차례 운항한다.
때에 따라 수시 운항도 가능하다.
요금은 섬 주민의 경우 1000원, 일반인은 2000원이다.
문의는 김우용 선장(010-4808-7406)에게 하면 된다.
# "거제 성포선착장 이전 불합리, 차도선 도입 주민 숙원사업"
■ 김종택 이장
김종택(73) 이장은 경남 통영 어의도에서 태어나
평생을 이 섬에서 살고 있다.
5대 선조 할머니의 묘가 섬에 있는 것을 볼 때
어의도에 사람이 정착한 것은 족히 200년은 넘었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이 같이 조상대대로 섬에서 살아 온 그에게
최근들어 고민거리가 하나 생겼다.
거제 성포항 주민들이 도선 출발 장소를
통영으로 옮겨 달라고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횟집촌을 운영 중인 성포 주민들은 주차장 협소 등을 이유로 내세우고 있다.
김 이장은 "실생활권인 거제 성포를 제쳐두고 행정구역을 따져 통영으로 도선 선착장을 이전하라는 것은
섬 사람들의 불편은 아랑곳하지 않는 불합리한 처사"라며 "행정당국에서 이 문제 해결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가까운 성포항을 두고 통영으로 선착장을 이전하면 배 운항시간이 추가로 소요되는 등
불편이 크게 가중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섬 주민들 또한 통영과 거제 두 지자체 양쪽에서 모두 외면받고 있다는 하소연을 보탰다.
실생활권과 행정구역이 달라 주민들이 겪는 불편은 이 뿐이 아니다.
등기부등본 등 서류라도 한장 떼려고 하면 섬에서 성포항으로 나간 뒤
거제 시내버스를 타고 종점인 둔덕면에 하차, 다시 통영 시내버스로 갈아타야 한다.
시내버스 환승도 되지 않아 경비가 추가로 드는 데다 소요 시간도 만만치 않다.
김 이장은 "섬 주민들은 조용하고 편안히 지내기를 바랄 뿐이다.
이럴 바에야 통영과 거제가 하나의 도시로 통합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순박한 어의도 주민들이 바라는 것이 또 하나 있다면 차도선 운항이다.
증·개축 등 보수를 해야 할 집들이 많지만 건축 자재를 실어나르지 못해 사실상 손을 놓고 있다.
섬에서 생산되는 멸치 등 특산품의 원활한 수송을 위해서도 차도선 도입은 절실하다고 주민들은 입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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