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섬사람] 통영 '좌도'

금산금산 2015. 2. 25. 11:49

통영 '좌도'

 

 

 

 

통영 사람들도 잘 모르는, 작고 조용한 섬마을

 

 

 

섬 안쪽에서 바라본 경남 통영시 좌도 마을 모습. 이 섬은 아름다운 풍경에 비해 외부에 잘 알려지지 않아 더 큰 매력을 갖고 있다. 박현철 기자

 

 

 

 

 

- 하루에 오가는 배 두번 뿐 한적
- 그 흔한 민박집 하나 없이 고요
- 동좌·서좌마을 합쳐 100여명 주민
- 2~3월엔 매실따러 관광객 북적
- 한산도보다 전기·상수도는 먼저 도입



경남 통영시 좌도(佐島)는 임진왜란 당시 한산대첩이 펼쳐졌던 구국의 현장인 한산도 바로 옆에 위치한 섬이다. 하지만 일반에 덜 알려져, 통영시민들조차 이 섬을 잘 알지 못할 정도다.

좌도는 섬의 동쪽에 위치한 동좌마을과 서쪽의 서좌마을 등 2개의 촌락으로 이뤄져 있다.

지역민들 사이에서는 좌도는 잘 몰라도 동좌리와 서좌리는 알 정도로 오히려 마을 명칭이 더 익숙하다.

왜 섬의 이름이 좌도라 불리게 됐는 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일부에서는 한산도 본섬의 좌측 편에 붙어 좌도라 불리게 됐다고는 하지만 신빙성은 그다지 없어 보인다.

실제 섬은 한산도 본섬의 오른 편에 위치해 있기 때문이다.

오히려 한산도를 보좌하고 있다는 의미에서 좌도라 불리게 됐다는 설이 더 설득력이 있다.

 


■ 마음의 평온이 다가오는 섬

좌도는 1시간에 1대 씩 카페리선이 운항하는 한산도 본섬에 비해

교통편이 아주 열악하다.

하루에 오전, 오후 단 두 차례 배가 다니나

이마저 다른 섬들을 빙빙 거쳐 둘러 간다.

 오후 배로 들어가면 이후에는 뭍으로 나올 배가 없으니 유의해야 한다.


오전 7시 통영항여객선터미널을 떠난 배는 용초도의 용초마을과

호두마을, 죽도를 거쳐 한산도 면소재지가 있는 진두마을을 돌아

동좌마을에 도착했다.

4개 섬마을을 거쳐 동좌마을에 도착하기까지는 약 2시간.

섬 주민들에게 지루한 시간이겠지만 탐방객들에게는 바다와 섬마을을

맘껏 구경할 수 있다는 점에서 완행버스와 같은 색다른 재미를 안겨준다.


동좌마을은 무척 조용했다.

마을 해안가에는 맑은 물에서만 산다는 잘피가 대규모 군락을 이루고 있었다.

마을 입구에는 커다란 천막 그늘이 탐방객들에게 쉼터 역할을 해준다.

마을 중앙의 마을회관에는 할머니 몇 분이 앉아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이곳에는 25여 가구, 50여 명의 주민이 산다.

마을이라 해봐야 100여 m 구간이 전부다.

다른 곳에는 흔하디 흔한 민박집 하나 없다.


상쾌한 바닷바람이 불어오는 쉼터에 앉아 잠시 사색에 잠겨 본다.

마음의 평온이 느껴진다.

힐링이 따로 없다.

건너편 서좌마을로 걸어가 보기로 했다.

옛날에는 고갯길을 넘어갔다고 하지만 지금은 풀이 무성하게 자라 걷기가 힘들다고 주민들이 귀뜸해줬다.

그래서 해안도로를 이용하기로 했다.

해안도로는 동좌마을 해안 끝부분의 난공사로 완전 연결상태는 아니었다.

동좌마을에서 5분여 걸어 마을 뒤편으로 넘어갔다.

 

 



■ 자전거 해안도로 힐링 제격

마을 뒤편부터는 해안도로가 시원하게 뚫려 있다.

서좌마을까지는 걸어서 약 30분 거리다.

도로는 깔끔하지만 만나는 사람 한 명 없는 아주 조용하고 한적한 도로다.

섬의 오른편으로는 광활하게 펼쳐진 거제도의 높고 낮은 산줄기들이 끝없이 이어져 있다.

경치도 좋고 도로 포장도 잘 돼 있어 자전거 하이킹 코스로 제격이다.


도로의 중간 쯤에 다다르니 한산도의 또다른 부속섬인 비산도가 눈에 들어 왔다.

도로 중간을 넘으면 본섬인 한산도가 길게 늘어서 있는게 보인다.

섬의 오른쪽은 거제도, 왼쪽과 아래쪽은 한산도, 위로는 비산도

사방이 섬에 둘러 싸여 있어 마치 천혜의 요새처럼 느껴진다.


서좌마을에 도착하니 마을 주민 5, 6명이 오후 여객선을 타고 막 섬에 내렸다.

이들은 통영 서호시장에서 쌀과 부식거리 등 생필품을 구입하고 섬으로 돌아오던 참이었다.

오후 배는 통영항에서 비산도~서좌~동좌~진두~죽도~호두~용초~통영항을 운항한다.

오전 배와 반대 경로다. 

따라서 탐방객은 오전 배를 타고 들어가 오후 배로 나와야 하는 만큼 각각 2시간이 소요된다.


서좌마을에서 한산도 본섬의 소고포마을은 손에 닿을 듯 지척이다.

가까운 거리는 100여 m도 안돼 보였다.

곽복자(76) 할머니는 "죽기 전에 한산도 본섬을 걸어서 건너가 보는 것이 꿈"이라고 말했다.

이 마을에도 25가구, 50여 명의 주민이 살고 있다.



마을 주민들은 한산도와 추봉도는 연도교로 연결돼 있는 반면

좌도는 상대적으로 소외받고 있다며 불만을 털어 놓았다.

 또 거제도 어구마을과 한산도 소고포마을 간에는 차도선이 운항하고 있지만

바로 지척인 서좌마을에는 들르지 않는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 좌도의 숨은 매력, 매실

좌도는 비교적 조용한 섬이지만 2월 말부터 3월이면 이곳을 찾는 사람들이 늘어난다.

남해안 섬 가운데 최대의 매실 주산지여서다.

좌도 매실은 도시인들에게 꽤나 인기가 있다.


섬의 매실 역사는 일제 강점기 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일본인 부부가 동좌마을에 정착하면서 야산을 개간해 매화 나무를 심은 것이 시초다.

이후 마을 주민들은 집집마다 매실나무를 심었다.

서좌마을은 30여 년 전 하동에서 매화 묘목을 가져다 심으면서 섬 전체로 확대됐다.

많게는 한 집에서 70~80그루의 매실나무를 갖고 있어 매년 봄이면 섬 전체가 하얗게 뒤덮인다.

 

 

섬사람들은 여기서 생산되는 매실로 '매실 엑기스''매실주' 등을 만들어 도심으로 내보낸다.

해풍을 맞고 자란 매실이 굵기도 하거니와 향도 뛰어나 수확철이 되면 주문이 끊이지 않을 정도다.

섬은 한때 어선어업 등이 활발히 이뤄졌지만

지금은 젊은이들이 모두 떠나면서 대부분 매실 생산에 주력하고 있다.

일부 주민은 섬 특산물인 고구마와 옥수수 등 밭농사도 영위한다.

아주 작은 섬이지만 한산도 본섬보다 상수도와 전기가 먼저 들어 온 점도 특이하다.

행정구역상 통영에 속하나 거제 어구마을과 거리가 더 가까워서다.

전기는 섬과 섬 사이의 송전탑이, 상수도는 해저관로가 공급해준다.


# "차도선 운항, 주민 숙원사업…한산도-서좌마을 연륙교도"

■ 동좌마을 '조명윤' 이장

경남 통영시 좌도의 동좌마을 조명윤(73) 이장은 뼛속까지 좌도 사람이다. 이곳에서 태어나 지금까지 단 한번도 다른 곳으로

주민등록을 이전해 본 적이 없다.

군대 생활을 제외하고는 평생을 좌도에서 살고 있다.


젊은 시절에 멸치를 어획하는 기선권현망어선을 탄 선원 출신으로,

나중에는 선장까지 지냈다.

이후 세월이 흘러 가두리양식업을 했지만 갈수록 하락하는 어가에 비해 사료값 등이 치솟아

결국 손을 털고 말았다.

지금은 수년 전부터 마을이장을 하면서 고향 마을을 지키고 있다.


70대지만 그는 동좌마을에서 가장 젊은 사람이다.

조 이장은 "세월이 흐를수록 젊은이들이 떠나 어느새 섬을 지키는 마지막 세대가 되어버렸다"

씁쓸한 웃음을 지었다.

그는 좌도를 통해 이곳보다 면적이 더 큰 한산도 본섬에 상수도와 전기가 들어가고 있는데 비해

섬이 혜택은커녕 외면받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한산도 본섬에는 관광객이 넘치는 반면 지척 거리인 좌도는 배편이 열악해 갈수록 낙후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조 이장은 무엇보다 하루 단 두 차례만 선박이 운항 중인

교통불편이 해소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 대안으로는 인근의 섬을 오가는 차도선을 거론했다.

거제 어구와 한산도 소고포 간을 운항하는 차도선의 중간 운항지에

좌도를 포함시키면 문제는 간단히 해결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사안은 기존 여객항로를 가지고 있는 여객선사의 반발로 계속 무산되고 있다.


섬 주민들은 특히 한산도 소고포와 서좌마을 간 연도교 건설을 주장하고 있다.

한산도 진두와 추봉도는 다리로 연결된 반면 좌도는 계속 소외된 것에 대해 주민들은 불만이 많다.

이러다보니 일부 주민들 사이에서는 통영시보다 상대적으로 잘 사는

거제시로 주소를 이전하자는 말까지 나올 정도다.

주민들은 "배편 증설과 차도선 운항 등 거주자들을 조금만 더 생각해 주는 행정적 지원이 아쉽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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