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섬사람] 거제 '화도'

금산금산 2015. 3. 4. 20:28

거제 '화도'

 

 

 

 

진달래 흐드러지는 꽃섬, 가깝지만 다가가긴 어려워

 

 

 

 

거제시 화도미포마을 전경. 바다 건너편 통영 시가지가 한눈에 들어 올 정도로 지척이다.

 

 

 

 

- 남해안 멍게중 최상품, 멸치도 품질좋아
- 80여 가구 170명 사는 순박한 어촌마을
- 거제가 가까워도 도선없어 주민 큰불편

 

 



화도(花島)는 거제도 본섬통영시 사이에 자리잡고 있다. 

거제와 통영 사이에 있는 모든 섬들이 통영 부속섬인 반면 화도는 거제에 포함된 유일한 유인도다.

거제의 부속섬 9개(관광섬인 외도는 제외) 중 칠천도, 가조도, 산달도에 이어 4번째 큰 섬이다.

행정구역상 거제시 둔덕면에 속하지만 섬 주민들의 생활권은 통영이다.

여객선도 거제가 아니라 통영에서 운항하고 있다.


임진왜란 당시 조선 수군들이 왜구를 무찌르면서 섬에 불을 질러 화도(火島)라 부른 것을

 일제강점기 때 일본인들이 화도(花島)라고 바꾸었다는 설이 있다.

또 봄이면 섬에 진달래 꽃이 만발해 화도라 불렸다고 전해진다.

 

 



■ 거제·통영이 지척, 비경 일품

화도에 가기 위해 거제시 둔덕면 술역리 호곡선착장에서

 섬마을 이장의 어장 작업선을 빌려 탔다.

배가 잔잔한 남해바다 물길을 가른지 불과 10여 분.

 '벌써'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이내 섬에 도착해 버린다.

섬은 7개 촌락으로 형성돼 있다.

여객선이 도착하는 면포마을에서 해안도로를 따라

송포, 송좌포, 미포, 왜선포, 박포, 염막포

 섬을 빙 둘러 마을이 형성돼 있다.



면포마을에 내리자 '사람과 자연이 함께 하는 건강한 섬'이란 팻말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다.

이어 이 섬에서는 가장 최신식 건물인 화도 보건진료소가 나타난다.

마을주민들의 사랑방 역할을 하는 곳이다.

이 마을 앞에 있는 목섬은 화도의 또 다른 볼거리다.

물이 들면 섬이 되었다가 물이 빠지면 걸어서 건너갈 수 있기 때문이다.


왼편 해안도로를 따라가면 송포송좌포마을이 나온다.

송좌포마을로 접어들자 거제와 통영을 연결하는 거제대교가 먼발치에서 위용을 뽑내고 있다.

다시 발걸음을 재촉해 야트막한 고개를 넘으니 여기가 바로 미포마을이다.

이 곳에서는 통영 미륵산을 오르내리는 케이블카가 눈에 보일 정도로 지척이다.

손을 뻗으면 마치 닿을 것처럼 가깝게 느껴진다.

마을 안에서는 정치망에서 잡은 가을멸치를 선별하고 말리는 작업이 한창이다.


해안도로는 이 마을에서 끊겨 있었다.

오던 길을 되돌아 마을 언덕길을 넘어 왜선포마을에 도착했다.

임진왜란 당시 왜선이 많이 정박했던 곳이라 한다.

발포마을은 '섬속의 섬'이다.

7개 촌락 가운데 4륜 구동 차량이 아니면 진입이 힘들 정도로 가파르다.

여객선 선착장이 있는 면포마을 옆에 자리잡은 염막포마을은 섬의 특산물인

멍게양식업이 가장 활발히 이뤄지는 곳이다.

화도의 해안도로를 따라 거제도 본섬과 거제대교, 통영 시가지, 통영 도남항, 한산도 등이

끝없이 펼쳐져 섬 모든 곳에서 바라보는 조망은 압권이다.

 

 



■ 남해안 멍게·멸치 주산지

섬 전체 해안선 8㎞ 구간 중 해안도로는 5㎞ 구간이다.

주위 경관을 만끽하면서 천천히 걸어도 2시간이면 충분하다.

하지만 섬의 7개 마을 곳곳을 둘러보려면 족히 반나절 이상은 걸린다.

미포마을과 연막포마을 사이 3㎞ 구간은 도로가 끊겼지만 걸어서는 갈 수 있다.

섬 전체 주민수는 80여 가구에 170여 명.

많지 않은 인구인데도 마을이 해안을 따라 듬성듬성 형성돼 있다보니 더욱 한적하고 조용한 느낌이다.

주민 대다수는 멍게 양식업에 종사하고 있다.

요즘이 가장 바쁜 시기여서 마을에 가도 사람 구경하기가 쉽지 않을 정도다.


7개 섬 마을에 차량은 5대에 불과하다.

그나마 평소 운행하는 차도 거의 없기에 관광객들이라면

자전거 하이킹을 즐기거나 천천히 걸으면서 힐링을 하기에 적격이다.

섬 곳곳을 둘러 본 후 이장의 어장 작업선을 타고 섬을 한바퀴 둘러보는 호사도 누렸다.

섬을 방문할 때는 면포마을 앞에 떠있던 목섬이 어느새 바다길이 갈라져 한 개의 섬으로 연결돼 있었다.

섬을 빙둘러 애워싼 양식장이 끝없이 펼쳐져 있다.

이 곳 멍게는 다른 지역에 비해 맛과 향이 뛰어나다.

남해안에서 생산되는 멍게 가운데 최상품으로 꼽힌다.

또 이 섬에서 생산되는 바지락도 전량 일본으로 수출될 정도로 맛이 좋다.

이 모두가 소통이 좋은 조류 덕분이라는 게 이장의 설명이다.

섬 앞바다에는 멍게뿐 아니라 정치망어장인 권망도 여러군데 눈에 띄었다.

그곳에서는 멸치잡이가 한창이었다.

주민 김현태(62) 씨는 "섬 양 옆으로 물 흐름이 워낙 좋은데다 멸치를 현장에서 잡아

바로 삶아 말리기 때문에 맛과 품질이 다른 곳과 비교가 안된다"고 자랑했다.

 

 



■ 가깝고도 먼 섬

화도는 뭍 사람들에게 가깝고도 먼 섬이다.

거제 호곡선착장에서 10분이면 도착할 정도로 지척이지만 도선이 없어 섬을 찾기가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통영 여객선터미널에서는 하루 두 차례(오전 7시, 오후 2시) 여객선이 운항되지만 중간에 여러섬을 경유하다보니 정작 화도까지 가는 데만 족히 2시간 이상 걸린다.

멀어도 주민들이 통영을 생활권으로 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오전 배는 통영 여객선터미널~용초도~죽도~진두~동좌~서좌~비산도~화도를 거쳐 통영항으로 회항한다.

오후 배는 반대 코스다.

섬을 구경하기 위해서는 오전 배로 들어가 오후 배로 나와야 하는 만큼 편도 2시간 이상 걸린다.

이에 비해 섬에서 1박을 할 경우에는 오후 배로 들어가면 되기 때문에 20분 밖에 소요되지 않는다.

 

하지만 섬에는 그 흔한 민박집 한 곳 없으니 유의해야 한다.

그래서 캠핑족에게는 더없이 좋은 곳이기도 하다.

 실제 섬 곳곳에는 텐트를 친 낚시꾼들이 자주 목격된다.


주민들은 육지에 볼 일이 있으면 오전 배를 이용해 통영에서 생필품을 구입하고 오후 배로 돌아 온다.

하지만 거제시에 속해 있는 만큼 주민들은 행정서류 한 장만 떼려해도 불편이 이만저만 아니다.

게다가 주민 대다수가 노인들이라 더욱 그렇다.


# 7개 마을 살피는 '화도 도지사', 공과금 납부·우편 배달 도맡아

■ 강태순 이장

강태순(56) 이장은 '화도 도지사'로 통한다.

7개 마을의 유일한 이장인 탓이다.

큰 섬의 경우 마을마다 이장이 있거나,

작은 섬은 마을이 1~2개에 불과한데 비해

이 섬은 7개 촌락을 형성하고 있는 것이 특이하다.

그만큼 맡고 있는 마을 구역이 넓다고 해서 붙여진 별명이다.

그는 이 섬에서 태어나 초등학교를 거제에서 다니다

중·고등학교는 통영에서 졸업했다.

이후 수협에 줄곧 몸담은 끝에 3년 전 창원에서 수협 지점장으로 명예 퇴직했다.

이후 남은 인생을 어떻게 보낼까 고민하다 고향인 화도로 돌아 왔다.

부친의 가업이었던 멍게 양식업에 승부를 걸어보기로 결심한 것이다.

가족들은 반대했지만 그의 고집을 꺾을 수는 없었다.


섬에선 젊은 나이인 그가 돌아 오자 마을 주민들은 너도나도 이장직을 권유했다.

그의 해는 하루가 짧다.

수협에 몸담았다고는 하지만 남들보다 늦게 출발한 바다 사업이기에

쉼없이 연구하고 끊임없이 현장에 적응하려 노력하고 있다.

이장일을 맡다보니 주민들이 부르면 언제든지 달려간다.

각종 공과금 납부와 우편물 배달까지 궂은 일은 도맡아 한다.

원활한 업무를 위해 1t 트럭도 구입했다.

차량 진입이 힘든 발포마을은 배를 직접 이용한다.

마을에 긴급한 일이 생기면 그의 배는 응급 구조선이 된다.

노인들이 거제 둔덕면사무소에 나가 서류 등을 떼려고 하면 기꺼이 배 시동을 건다.

이처럼 마을이 띄엄띄엄 떨어진 섬에서 이장 업무와 생업인 멍게 양식업을 함께 하다보니

그에게는 하루 해가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를 정도로 바쁜 나날이 365일 계속된다. 

그럼에도 불구, 강 이장은 "고향 섬마을을 지킨다는 자부심으로 생활하고 있다"며 환하게 웃음 짓는다.

이어 그는 "주민과 관광객들의 편의를 위해 현재 운항 중인 여객선 외에도 거제 둔덕면에서 출발하는

차도선이 운항돼야 하고 중간에 끊겨진 섬 해안일주도로로 완공돼야 한다"며 이장다운 바람을 힘주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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