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이바구

[부산 매력 공간] '부산을 한눈에' 내려다보다

금산금산 2015. 3. 5. 08:53

'부산을 한눈에' 내려다보다

 

 

 

 

바람, 물, 사람이 매만진 시간의 결 따라 큰 창을 내었다

 

 

 

 

아미산 전망대

부산은 해안을 따른 긴 선형 구조로 크고 작은 산이 곳곳에 솟아 있고

700리 낙동강 끝자락이 큰 폭으로 가로질러 흐른다.

350만의 메트로폴리스 안에 준산하구해안이 어우러지니

세계에서도 흔치 않은 지형적 특징이다.

산으로 둘러싸여 앞뒤가 막힌 듯하지만

흐름을 따라 조금만 나서면 시야가 다시 탁 트인다.

산허리로 조금만 오르면 어느 지점에서든 시원하게 열린

바다를 만날 수 있다.

 

대학을 갓 졸업하고 입사한 사무실에서 두어 달 내리 야근과 밤샘을

거듭하던 어느 날 새벽, 동료들과 광안리 바닷가 국밥집에서 식사하던 중 그만 울컥했다.

 "아! 부산에 바다가 있었지!"

바다는 그 자체로 위로였다.

금정산 정상에 처음 올라 살던 동네를 내려다보던 기억도 잊을 수가 없다.

일상에 묻혀 살더라도 가끔 거시적 관점의 기회를 가져야 한다.

높은 데 올라 전체를 관망하면 윤곽과 흐름을 금방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 강과 바다와 석양이 그리는 수묵담채화 '아미산 전망대'

지리 교과서에 등장하는 '낙동강 삼각주'의 생생한 모습을 볼 수 있는 곳. 대형을 갖춰 나는 철새의 장관을 가장 가까이에서 볼 수 있는 곳.

그곳에 전망대가 건립됐다. '아미산 전망대'.

 

건물이 서기 전부터도 깎아지른 산 중턱 이 장소는

천혜의 탐조지로 잘 알려졌다.

더불어 물과 뭍을 온통 붉게 물들이는 석양의 장관도

여느 유명한 일몰지에 빠지지 않는다.



상류로부터 실려온 모래나 자갈이 쌓여 수면이 얕고, 민물과 바닷물이 만나 섞이는 곳이라

다양한 생물이 존재하고, 기온마저 따스하니 철새들이 잠시 머물기에는 안성맞춤인 지역이다.

크고 작은 연안사주와 넓은 갯벌, 드문드문 흰 날개를 펼쳐 오르는 새떼와 한가로운 배들,

더 멀리에 실루엣처럼 겹쳐 보이는 섬과 산.

그리고 붉게 타는 낙조까지 더하면 자못 수묵담채화이다.



이 모두가 아미산 전망대에서 볼 수 있는 광경이다.

건물은 그 광경을 가장 잘 볼 수 있도록 땅에서 비스듬히 솟구쳐 오르는 형태로 만들어졌다.

새가 앉아 있는 모양 같기도 한 건물의 새 머리 부분이 바로 실내 전망공간이다.

망원경으로 풍광과 생물체의 움직임을 더 자세히 관찰할 수 있다.

2층 전시공간에서는 삼각주의 형성 과정과 변화 모습, 이 지역 옛사람의 생활과 문화에 관한 지식을 얻을 수 있다.

이곳의 백미는 야외 전망대이다.

비스듬한 경사를 따라 건물 옥상으로 오르면 푸른 하늘과 바닷바람이 만든 자연의 결이

주변 풍광을 더욱 빛나게 만든다.

아쉽다면 건물의 뒤로는 온통 아파트가 병풍처럼 막고 있고, 전망대 아래

신평공단의 푸른 지붕들이 시야를 불편하게 한다는 점이다.

강 건너 명지 일대의 경제자유구역 개발과 갈대밭을 가로질러 지나가는

을숙도대교(2010년 개통)도 자연의 모습을 많이 지워버렸다.

 

 



※ 아미산 전망대

▶위치 : 부산 사하구 다대동 -도시철도 괴정역 6번 출구서 마을버스 환승 ▶규모 : 지하 1층, 지상 3층 ▶시설 : 전망대, 카페, 전시관, 야외전망대

▶설계 : 손숙희(수가디자인)▶문의 : 051-265-6863 http : //wetland.busan.go.kr

 

 


■ 바다와 산과 도시가 그리는 360도 파노라마 '황령산 봉수대'

 

 


황령산 봉수대


 

 

 

신기하게도 황령산 봉수대에 오르면 부산의 모든 것이 다 보인다.

가까이 서면과 동래 지역이 있고, 시선을 더 멀리 두면 가로 선을 그어놓은 듯 낙동강이 일자로 지나간다.

몸을 반대쪽으로 돌리면 광안대교와 멀리 해운대까지 보이고, 주변으로 주택가와 마린시티,

센텀시티의 마천루가 한눈에 들어온다.

우측으로는 개발 중인 북항과 함께 영도, 원도심이 한 덩어리다.

부산 지리를 공부할 요량으로 더 세세히 각 건물과 공원을 찾아보는 것도 재밌다.

 

 

바다와 산과 도시 전역이 360도 파노라마로 펼쳐진 곳.

그러니 이곳은 군사적 요충지였다.

적의 침입을 관찰하기 쉬웠으며, 가장 빨리 그 사실을 알리기 위해 봉수대를 두었다.

임진왜란 때는 부산에서 가장 먼저 봉화를 올려 이 지역 중심봉수 역할을 했다고 한다.

낮에는 연기를, 밤에는 불을 올려 빠르면 12시간가량 만에 서울 조정에 알리는

당시 최고의 통신수단 역할을 했다.

황령산 봉수대는 봉화구 5개가 있는데, 그동안 몇 차례 걸쳐

보수해 복원한 상태이다.

하지만 고증이 부실해 연조, 연소실 등 본래의 모습이 훼손된 점은

 못내 아쉬운 대목이다.

최근 능선 도로에서 봉수대까지 이르는 길목에 휴게시설과 포토존,

전망덱 등을 조성해 접근성이 더 좋아졌다.



아직은 콘텐츠가 부족하지만, 경관 조망 자체만으로도

이곳은 또 하나의 관광자원이 되기에 충분하다.

 특히 야경의 매력은 이미 입소문이 자자하다.

여기서 보는 광안대교의 야경은 말할 나위 없이 일품이며, 수직 빌딩들의 불빛, 시민공원의 은은한 조명,

불야성을 이루는 네온사인까지 낭만의 감성을 더욱 자극한다.

참고로 가장 매혹적인 야경은 일몰 직후부터 하늘이 거무스름해지는 저녁까지,

사진가들이 '매직아워'(magic hour)라 부르는 시간이다.

 

 



※ 황령산 봉수대

▶위치 : 부산 부산진구 전포동 -도시철도 금련산역 6번 출구 혹은 물만골역 1번 출구에서 도보로 산행 혹은 자가용 ▶문의 : 051-605-4542(산림공원담당)

 



■ 지형의 결을 잘 살리자

광활한 경관은 가슴을 탁 트이게 하는 묘한 힘을 지녔다.

힘 있게 솟구쳐 오르는 일출의 역동도 그렇지만, 하루의 밝힘이 서서히 수그러드는 일몰의 여운도

건강한 에너지를 불어넣어 준다.

하천과 바다가 가진 수평적 정서와 산과 구릉이 가진 수직적 정서는 미묘하게 다르면서도

상호 잇대어 하나가 돼 지형의 결을 만든다.

부산은 이런 다양한 지형의 결을 모두 가진 복 받은 도시이다.

그러니 기대어 사는 지형의 결을 의식하고, 잘 매만져야 한다.

 

아미산 전망대는 '부산다운건축상 대상'을 수상할 만큼 지형의 결을 잘 짚어낸

건물이라는 인정을 받았다.

 황령산 봉수대 인근에 전망타워를 건립하고자 하는 고민을 부산시가 하고 있다.

섣불리 진행하였다가 오히려 지형의 결을 뭉개는 작업이 되지는 말아야 한다.

어지간히 멋진 기획과 디자인을 수립하지 못하겠다면, 천혜의 경관자원 그대로를

 다음 세대에 넘겨주는 것이 가장 나은 선택일지도 모른다.


동명대학교 실내건축학과 교수 yein1@tu.ac.kr, 사진 이승헌 제공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의 지원을 받아 게재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