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가 '문진우'의 걷고 찍고- 영도 산책
시간이 머문 길에서 두 발이 셔터를 눌렀다
흰여울길에 있는 집의 옥상에서 빨래가 잘 말라가고 있다. |
- 해안길 따라 과거의 흔적 지닌 곳
- 낡은 집 옹기종기 모인 흰여울길
- 산토리니 마을 부럽지 않은 절경
- 세월 멈춘 풍광·예스러움에 반해
예술의 행위 중에 사진만큼 비유가 많은 예술은 없을 거다.
"사진은 시간의 예술이다. 빛의 예술이다. 발견의 예술이다. 기다림의 예술이다. 발로 찍는 예술이다"와
같이. 나는 맨 마지막 말을 좋아한다.
실제로도 나의 작업은 대부분 발품을 팔아 하는 작업이다.
부산에서 걸으며 촬영하기에 매력적인 장소는 많다.
장소마다 특징은 다 있지만, 그중 가장 매력적인 곳을 꼽으라면 영도를 꼽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왜냐면 도심에 아주 가까우면서도 과거의 흔적이 많이 남아 있고
섬 전체가 바다에 에워싸여 정취를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하루 한 차례씩 도개하는 영도다리 주변부터 해안 길을 따라 영선동까지 가는 길은
옛 분위기를 느끼기에 제격인 것 같다.
■ 오래된 창고들의 노래
부산대교 아래에는 보세창고가 많다. |
부산대교 밑 주변으로 오래된 건물들을 볼 수 있다.
과거 보세창고로 사용되었던 건물들인데, 현재는 선박 관련 부품을
취급하는 공장, 창고, 사무실 등으로 쓰인다.
그리고 바다 쪽에는 수십 수백 척의 배가 빼곡히 들어서 있다.
주로 수리를 위해 대기 중이거나 일감이 없어 쉬는 배들이다.
그것들과 함께 시간의 녹이 슨 채 주변에 널브러져 있는 선박용 자재는
사진가에겐 좋은 피사체가 되기도 한다.
그 주변을 둘러보았다면 발길을 남항동을 지나 영선동 방향으로 옮겨 보자.
이송도 삼거리에서 바닷가 쪽 골목으로 내려가면 금세 바다가 한눈에 들어온다.
부산 남항 풍광이다.
먼 여행에 지친 배들이 남항을 안방 삼아 편히 쉬고 있다.
바다는 가을빛을 받아 은빛이다.
■ 흰여울길에서 보는 흰 여울
영화 '변호인'의 대사로 단장한 흰여울길 담벼락. |
골목을 빠져나가면 낭떠러지를 끼고 좁은 길이 이어진다.
흰여울길이다.
이름도 풍광만큼 참 이쁘다.
왼쪽은 탁 트인 바다, 오른쪽은 오래된 집이 옹기종기 있다.
가파른 경사에 지어진 집들이라 태풍이라도 오는 날에는
어떻게 견딜까 은근 걱정스런 맘이 들기도 한다.
계속 이어지는 좁은 골목을 걷자면
지중해의 산토리니 마을이 부럽지 않을 절경이다.
길을 따라가면 낡은 집들도 나오고 아기자기하게 그려진 벽화도 만난다.
영화 '변호인'의 무대가 됐던 집 담벼락에는 영화 속 대사가 그려져 있다.
"니 변호사 맞재? 변호사님아 니 내 쫌 도와도"
"이런 게 어딨어요? 이라면 안되는 거잖아요. 하께요! 변호인 하겠습니다!"….
영화 속 장면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간다.
길 중간중간 나지막한 담장 위 빨랫줄에 걸린 빨래마저도 바다와 어우러져 정겨워 보인다.
■ 시간이 멈춘 풍광
영선동 바닷가 골목에서 만난 마당 풍경. |
절벽을 끼고 이어지는 골목 중간중간 동네 안쪽으로 이어진
또 다른 골목이 있다.
들어서면 바깥 풍경과는 다른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돌로 쌓은 축대에 흙으로 지은 집도 만난다.
시간이 수십 년 전에 멈춰버린 풍경이다.
풍광이 좋고 과거의 흔적이 남아 있어 아마추어 사진가뿐 아니라
외지에서 찾는 사람이 꽤 많다.
최근에는 휴식공간도 생겼고 게스트하우스까지 들어서고 있다.
이렇듯 절경의 풍광에다 아기자기하면서도 예스러움까지 지닌 곳을 만날 수 있음에
문득 부산에 살아서 행복하다는 생각이 다시 든다.
포토스페이스 중강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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