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 감성 어루만지니 '착한 기업'으로 보인다
빌딩 속 '디지털 숲'에서…백화점 옥상 '공룡의 땅'에서…노는 건물이 다르다
'더놀자'(왼쪽), '주라지'. 사진제공=이승헌 |
놀이를 하는 동안 우리는, 함께 즐거울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해내고
서로 지켜야 할 약속을 규칙으로 정한다.
개인의 능력을 발휘해야 할 때도 있고, 때로는 협력을 통해 희망하는
목표를 재빠르게 달성하기도 한다.
이기지 못한 아쉬움을 극복하기 위해 더욱 지혜를 짜내고
다음 게임에서는 승리를 위해 최선을 다한다.
이처럼 놀이는 하나의 사회화 과정을 체험하는 것이다.
그렇기에 우리 사회가 더욱 건강해지려면 잘 놀아본 사람이 많아져야 한다.
제대로 놀아보지 못한 사람들이 만들어 낸 것이 온갖 '방(room)문화'이다. 갇힌 공간에서 내면의 억눌린 스트레스를 해소하려할 뿐, 주변과의 소통이 이루어지기엔 한계가 있다.
더욱이 우려되는 점은, 디지털과 미디어의 홍수 속에 노출되어 있는 우리 아이들 역시 놀이의 진정한 가치를
경험할 기회를 별로 갖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여기 소개하는 두 공간은 그나마 이런 안타까운 현실에 하나의 대안적 공간이지 않을까 싶다.
■ 디지털을 감성으로 노는 '더놀자'
센텀시티의 빌딩 숲속에 아이들의 실내놀이터가 하나 숨어있다.
이름하여 '더놀자'.
온라인게임 전문기업인 넥슨(NEXON)그룹에서 기업이윤의
사회공헌 차원에서 개설한 디지털 감성놀이터이다.
최첨단 디지털 기술력이 접목되었지만, 아이들의 감성을 자극하고
활발한 움직임을 유도한다.
아날로그와 디지털의 경계를 오가도록 개발된 14가지 체험 콘텐츠로 인해 아이들은 발을 들여놓자마자 흥분하기 시작한다.
공간은 크게 두 개 층으로 나뉘어 있다.
초입부의 부모 대기영역 겸 카페에서는 천장까지 시원하게
뚫린 공간에서 아이들의 노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동작인식센서가 있는 '아바타 미러' 앞에서 아이들은 영상에 비친
자기 모습을 신기해하며 신나게 막춤을 춰댄다.
두 개층을 자연스럽게 오르내릴 수 있도록 만든 '춤추는 언덕'도 있고,
돌출된 유리박스 안에는 '엉뚱기발 실험실'에서 터치스크린을 조작하는 아이들의 모습도 보인다.
안쪽으로 들어가면 먼저, 수많은 케이블선에 LED조명을 비춰 소낙비처럼 보이는 '알록달록 비'가 있다.
몸을 열심히 움직여야 하는 디지털 놀이공간에는 '뽀글뽀글 카페트'와 '두드려 벽', '고고씽 카트바이크' 등이
모여 있는데, 여긴 특히 자리 경쟁이 심하다.
게임 프로그램 '메이플스토리 던전'을 본따 만든 '요리조리 케이크'는 볼풀과 미끄럼과 봉으로 된
재미있는 공간이라 아이들이 즐거워한다.
잠시 쉴 수 있는 2층 작은 책방에는 높은 천장에 매달린 해먹에서 흔들흔들 진자 운동을 체험할 수 있다.
놀이터 바로 옆에는 통합예술교육을 위한 아츠랩(Arts Lab) 공간도 같이 운영하고 있다.
디지털에 미술 언어 과학 음악 등 다양한 장르를 접목해 만든 독자적 문화교육프로그램으로, '탐정이야기'
'네티켓지도' '글자 실험실' '키보드 디자이너' '하늘 나는 카메라' 등을 진행해 왔다.
프로그램만큼이나 세련된 것은 공간 곳곳의 디자인이다.
벽면 패턴, 색감, 캐릭터, 소품, 가구 디자인에 이르기까지 아이들의 감성과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한 창의적 결과물은 디자인 완성도가 매우 높다.
■ 도시에 공룡을 불러들인 '주라지'
첨단도시의, 그 중에서도 세계 최대 규모 백화점 옥상에 원시 공룡시대를
주제로 한 테마파크가 있다.
동물원의 'Zoo'와 공룡시대 '쥐라기(Jurassic)'를 합성하여 만든
'주라지(Zooraji)'가 바로 그곳.
1200평의 옥상에 이런 멋진 테마의 공간설계를 과연 누가했을까 궁금했다. 미국 LA의 유명 어린이 테마파크 '스커볼 문화센터'를 만든 건축사무소
올슨쿤딕에서 맡아서 진행했단다.
공룡 뼈 터널을 통과해서 들어가면 전면에 타원형의 넓은 잔디가 펼쳐져 있고, 바오밥 나무를 추상화한
라운드 벤치가 곳곳에 나열되어 있다.
도심 건물 옥상에서 만난 푸른 하늘과 초록의 잔디와 시원한 바람은 일순간 일상의 시간을 초월하게 만든다.
아이들은 마음껏 뛰놀고 부모들은 벤치에서 만연의 미소와 함께 간만의 휴식을 즐기는 표정이다.
'공룡의 땅' 영역에는 거대한 티라노사우루스 모형이 있다.
몸통 안으로 계단을 타고 올라가 다시 긴 미끄럼으로 내려온다.
공룡 입속에 손도 넣어보고 악수도 하고 쓰다듬기도 한다.
바로 옆 해적선 '블랙 고스트'호에 올라서는 바다를 향해 호령하듯 호기 찬 소리도 질러본다.
바닥분수와 안개분수가 설치된 '빗물 정원'에서 아이들은 옷이 물에 젖든 말든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뛰어다니더니, 금세 바로 옆 '정령의 나무'라는 이름을 가진 회전목마를 타기 위해 줄을 선다.
회전목마만 구매 영수증을 제시할 뿐 모든 시설이 공짜다.
대신 백화점은 35억 원을 들인 이 공간 덕분에 전체 매출이 상승하였다고 하니, 아이들의 감성과 가족의 정서를 활용한 고도의 마케팅이 아닐 수 없다.
그렇다 하더라도 실외 놀이공간이 태부족인 부산에 테마가 있는 공간이 조성되어 얼마나 다행스럽고
고마운지 모르겠다.
■ 놀이마케팅, 전략 혹은 기업정신
최근 마케팅 전략 중 하나가 고객에게 '놀거리'를 제공하는 '브랜드 엔터테인먼트'이다.
놀이를 통해 브랜드에 대한 우호적인 인상을 갖게 하고 연계된 상품에 대한 구매를 자연스럽게
촉진하는 고도의 마케팅 전략이다.
자동차 브랜드 홍보를 위해 드라이빙 센터를 짓는다든지,관광지를 직접 경험하는 듯한 느낌을 주기 위해
증강현실을 구현하는 방식이 유사 사례이다.
저변에 상업적 음모가 없지는 않았겠지만 '더놀자'와 '주라지'의 공간구성을 보면 직접적인 이윤 창출에
초점을 맞춘 개발이라기보다는 아이들에게 흥미로운 놀이터를 제공하고자 하는 선한 기업정신이
더 앞서 있는 것으로 보인다.
좋은 디자인으로 아이들의 감성을 어루만지고 있으니 착한 기업으로 착시되어 보이는 것이다.
고도의 전략이 먹혀들어간 셈이다.
◇ 더놀자
위치 : 부산 해운대구 우동(부산컨텐츠콤플레스 빌딩 지상 3층)
시설 : 디지털놀이터 카페
아츠랩
설계 : VOID planning(강신재 최희영)
예약 : 온라인 예약/ 입장료 있음
문의 : 051-731-6300 http://thenollja.nexon.com/
◇ 주라지
위치 : 부산 해운대구 우동(신세계백화점 센텀시티점 9층)
시설 : 잔디놀이터 회전목마 휴게벤치 등
설계 : 미국건축사무소 올슨쿤딕
예약 : 없음/ 입장료 없음
문의 : 1588-1234 www.shinsegae.com/store
※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아 싣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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