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기업'인'스토리]> 임병문 '성신 신소재' 회장

금산금산 2015. 4. 22. 21:11

임병문 '성신 신소재' 회장

 

 

 

 

신발부품 신기술 개발 동분서주…명품 '파이론'으로 세계 정상급 도약

 

 

임병문 성신신소재 회장이 집무실에서 세계 지도를 든 채 자신감 넘치는 포즈를 취하고 있다. '글로벌 지구촌이 내 품에 있다'는 메시지를 전하는 듯하다. 박수현 기자 parksh@

 

 

 

 

- 중창 한해 1억5000만 켤레 생산
- 세계 스포츠화 20% 이상 점유
- 10년간 로열티만 1000만 달러

- 세계 첫 컴퓨터 사출성형 성공
- 자동화시스템 도입은 실패 쓴맛
- 생산공장 해외 두고 시장 개척

- 직원 존중하는 기업가정신 실천
- 정밀화학 '꿈의 소재' 찾기 도전
- 항균·보습 신발 등 신제품 개발

 


'누구나 아이디어는 있습니다. 하지만 누구나 창의적이라는 말을 듣진 않습니다.

실패에 대한 두려움으로 새로운 시도를 망설이기 때문이죠. 창의적인 사람은 아이디어만 있는 게 아니라

실패의 공포를 이겨내고 도전하는 사람입니다'.

성신신소재가 올해 내놓은 세계 최초의 바이오 신발. 항균·보습 기능을 갖춘데다 무게도 매우 가볍다.

요즘 방영되는 한 공익성 광고 내용이다.

기업이 성공하려면 끊임없이 혁신하면서 사회로부터 사랑받아야 한다.

사운을 건 도박보다는 신기술로 무장해서 새 시장을 개척하며, 신성장동력 개발을 위한 투자에 힘을 쏟아야 기업이 오래갈 수 있다.

시장의 급격한 변화와 미래 불확실성이 짙어지는 상황에서 차별화한 역량을 갖추지 못하면 명문 장수기업이 될 수 없다.


여기 그런 향토 중견기업이 있다.

임병문(62) 회장이 이끄는 (주)성신신소재다.

사명을 보면 신발부품 업체로 여겨지지 않을 만큼 첨단을 강조한다.

사실이 그렇다.

대다수 세계 유명 신발브랜드에 쓰여질만큼 최고의 기술력을 보유한

강소기업이기 때문이다.

신발 밑창 위 발바닥이 닿는 중창 부문에서 지구촌 스포츠화 시장의

 20% 이상을 점하고 있으니 당연하다.

한해 1억5000만 켤레나 된다.

우리나라 모든 이에게 세 켤레씩 나눠주고도 남는다.

첨단 기술력 덕에 10년 간 로열티만 1000만 달러 이상 벌어들였다.

기업가의 치밀하고도 확고한 경영철학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불가능한 톱클래스 수준.


임 회장은 어릴 적부터 경영수업(?)을 받았다.

경남 산청에서 자라난 그는 한의사인 선친으로부터 예방주사를 맞았다.

그 첫번째가 '화살을 두 개 갖지 말라'였다.

전문성을 키워 집중하라는 뜻.

다음으로 '선장이라면 바람이 불지 않을 때 노를 저어야 한다'는 교훈을 얻었다.

소년 임병문은 기업가로서 총체적인 관리 역량을 갖추라는 은유법을 이해했고 커서 실천했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도전한 끝에 선두주자로 우뚝 섰다.



그는 특이한 사업가다.

행정학 전공의 사회학도가 신기술 개발에 매달린 것 자체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힘들다.

"사실 이공계 출신이었다면 꿈도 꾸지 못했을 겁니다. 문외한이었으니까 그랬지요."

다시 말해 발상의 전환이 가능했다는 거다. 모르는 길로 들어서라, 더 큰 기회가 기다리고 있을지니.

임 회장의 시작이 그랬다.

신발산업의 대표주자 화승 출신인 그는 거기서 '나무'가 아닌 '숲'을 봤다.

불같이 일어서 전성기를 누리던 화승에서 새 아이템을 생각할 겨를이 없었던 임 회장은 자립의 길을 택했다.

밤샘을 밥먹듯 하며 책을 뒤졌고, 전국 신발연구소를 누비고 다닌 끝에 새로운 화학물질 합성에 성공하자

사명에 신소재를 넣었다.


생산방식에도 획기적인 변화를 일으켰다.

수작업 방식으로는 20개 과정을 거쳐야 하기에 1인 당 하루 100켤레를 만들어내는 게 고작이었다.

22년 전 그는 세계에서 처음으로 컴퓨터 제어를 통한 사출성형방식을 선보였다.

결과는 대박.

생산단계가 3개로 확 줄면서 직원 한 명 당 1000켤레라는 경천동지할 실적을 올렸다.

성신신소재가 날개를 단 건 당연지사.


성신신소재를 상징하는 물질인 '파이론'도 피나는 노력이 없었던들 빛을 보지 못했을 것이다.

겨울에 온기를 전하는 라디에이터에 스폰지를 깔다 그는 놀라운 현상을 발견한다.

열이 가해질 때 눌렸던 스폰지가 식으면 원상태로 돌아가는 것이었다.

연산동 전셋집에서 다리미질을 숱하게 했다.

잘못해서 연기가 가득차자 놀란 집주인에게 내쫓긴 적도 있었다.

그렇게 해서 쿠션감과 탄력성이 뛰어난 신소재가 개발됐다.

지금 파이론은 세계 신발산업계에 일반화된 명품 소재로 이름을 날리고 있다.

 

 

그렇다고 성공가도만 달리지는 않았다.

시련은 끊임없이 밀어닥쳤다.

1990년 대 초반 그는 생산성을 더욱 높이기 위해 자동화기계시스템 개발에 매달렸다.

수십억 원을 투자해 공장까지 지어놓았지만 처절한 실패를 맛봤다.

이론적으로 가능했던 시스템이 막상 현장에 적용하자 생산라인이 줄줄이 끊어졌던 것이다.

그 비싼 기계를 고철값으로 넘겨야 했던 심정이 어떨지 짐작되고도 남는다.

하지만 임 회장은 담대히 받아들였다. 타이밍과 돈을 잃었지만 신뢰와 열정을 쌓았다고 굳게 믿었다.

바이어들이 개발 과정을 현미경 들여다보듯이 지켜보면서 그의 시도에 믿음을 보내줬기 때문이다.

외환위기 때 그는 사업 존폐위기를 맞는다.

원료값이 하루가 다르게 치솟고, 금리 역시 30%를 넘나들던 그 시절은 그야말로 악몽이었다.

하지만 뜻하지 않게 도움의 손길이 이어졌다.

이전부터 현금결제 원칙을 지켰던 그를 눈여겨 본 거래업체들이 나선 것이다.

"대기업에도 주지 않던 물량을 흔쾌히 공급해줘 한숨 돌렸습니다."

성신신소재는 국내에서 신기술 개발에 주력하는 대신 생산 공장들은 대부분 인도네시아와 중국 등

해외에 두고 있다.

값싼 노동력만 본 건 아니다.

리스크 관리에 앞서 시장을 넓히려는 게 주목적이다.

"동업 개념을 다시 생각해봐야 합니다. 파이 나눠먹기가 아니라 파이를 키워서 함께 성장하자는 겁니다.

서로의 장점을 배우며 이익을 나누는 것, 바로 이게 상생 아니겠습니까."



외국 파트너들과의 관계 중시는 직원(사람)이 우선이라는 임 회장의 기업가정신을 잘 보여준다.

국내에서도 그는 회사건물의 가장 중요한 1층을 직원 식당으로 흔쾌히 내줬다.

화장실과 복도를 비롯한 사내 시설도 호텔급 수준으로 꾸몄다.

사람들이 모여서 일하는 곳이 회사라는 뜻풀이에 충실히 따른 결과다.

직원들을 존중해주고 행복감을 느끼게 해야 일에 몰입할 수 있기에 당연하다는 논리를 폈다.

그게 기업인의 기본 책무라는 설명에 고개가 절로 끄덕여진다.


'꿈의 소재'를 찾는 임 회장의 여정은 계속된다.

신발부품업체가 아닌 세계적인 정밀화학 소재산업체로의 비상은 결코 허황된 목표가 아니다.

바이오 신발완제품 시판은 그 첫 걸음이다.

석유화학제품인 신발은 피부에 닿아 트러블을 일으킬 수도 있다.

이에 착안해 친환경 신발 개발에 나섰고 결국 성공했다.

세계 최초의 항균·보습 신발이다.

요즘 옷에 기능성 화장품 성분을 넣는 개념이 유행하고 있는데 신발에도 적용한 것이라 보면 되겠다.

컨셉트는 '걸으면서 쉰다(walk&rest)'.

그는 브랜드 밝히기를 점잖게 사양했다.

소비자들의 판단과 입소문에 따르겠다는 임 회장의 표정에 자신감이 흘러넘친다.

 도전, 어렵지만 두려움을 떨치고 반드시 시도해야할 진정한 용기의 표현이 아닐까.


# "자신의 부족함을 알고 자전거처럼 쉼없이 페달 밟아야"

■ 임병문 회장의 경영 철학

임 회장은 기업 경영을 곧잘 자전거 타기에 비유한다.

먼저 넘어지지 않도록 쉴새없이 페달을 돌리고 방향을 잘 잡고 나아가야 제대로 탈 수 있다.

끊임없는 혁신과 시장 개척을 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얘기다.

임 회장에게는 신기술로 무장하고 해외로 눈을 돌려 파이를 키워나가는 게 타깃이다.


그러기 위한 밑바탕은 뭘까. 부족함을 알고, 탁월함을 추구해나가는 것.

그의 좌우명이다.

장인 정신이 밴 작품은 시간이 지날수록 명품 취급을 받는 것과 같은 이치다.

단순히 좋아서는 안 된다.

탁월한 가치를 지녀야만 한다.

제품에도 역사가 있어야 하고, 뛰어난 기능이 뒷받침돼야 가능하다.

쓸모가 있어야 하는 건 물론이다.

기업과 상품도 인생사와 마찬가지다.

눈앞의 성공에 자만하지 말라고 임 회장은 강조한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한시도 잊지말 것, 다시 말해 우리 사회에 기여하는 제품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가난하게 태어난 것은 내 책임이 아니나, 가난하게 죽는 건 내 책임이라는 스티브 잡스의 말을 기억해야 합니다."


임 회장의 경영 철학은 '1만시간의 법칙'이라는 경제 이론을 떠올리게 한다.

사람이나 기업도 더 높은 수준으로 오르기 위해서는 에너지를 지속적으로 투입해야한다는 것이다.

미국 여객기가 허드슨 강에 추락했을 때 1만시간 이상의 비행 경험을 지닌 조종사가 강물에 스치듯이 착수해

승객 전원이 생존한 기적을 얼마든지 기업에도 적용할 수 있다.

단 그 경지에 이르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 해선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