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좋은 곳에 가면' 기운이 솟는다!~
거대한 도심 안, 하늘과 바다 사이…스파는 일상의 아지트다
스파랜드(왼쪽), 씨메르스파 |
한때 부산은 스쳐 지나가는 도시였다.
경주를 가기 위한 관광코스 중 태종대에나 잠시 들렀다 가는 정도.
하지만 이젠 관광도시의 위상이 많이 높아졌다.
아니, 최근에는 다양한 볼거리와 먹거리의 발굴로 사계절 찾고 머물고 싶은 도시로 주목받고 있다.
바다와 산과 강이 어우러져 있고, 전근대와 초현대의 시간성이 한데 엉겨 있으며, 소소한
체험관광·의료관광·문화관광 요소들이 산개해 국내외 관광객의 발길이 날로 융성해지고 있다.
그런데 진짜 관광도시로서의 승부처는 여장을 풀게 하는 데 있다.
동여맨 배낭을 내려놓고선 오늘은 여기서 하루 묵고 가야겠다는 마음이 들어야 한다.
더 오랜 시간을 머물게 하는 체류형 휴양지에는 괜찮은 숙박시설이나 쇼핑시설도 있어야 하겠지만, 여독을 풀어줄 물 좋은 스파도 갖추고 있어야 한다.
물을 이용해 몸을 정화하는 것은 물론이요, 마음과 정신의 조화와 회복까지도 안겨다 주는 스파시설은
여행객뿐만 아니라, 일상의 스트레스를 떨치고 싶은 모든 이를 위한 아지트 공간으로도 필요하다.
■ 세련된 도심형 스파시설, 스파랜드
부산 해운대 신세계센텀시티에 있는 '스파랜드'는 3개 층
2400평에 달하는 거대 규모 실내 휴양시설이다.
일본의 유명 인테리어 디자이너 하시모토 유키오에 의해
전체가 디자인된 이 공간은 젠스타일의 매우 세련되면서도
정갈한 풍미를 담고 있다.
일반 대중목욕탕이나 사우나와는 달리 심신의 릴렉스와 힐링이
가능하도록 배려한 공간들로 가득하다.
또 곡면으로 휘어진 커튼월 유리벽 너머로는 수영강과 광안대교, 그리고
낮은 산과 먼바다까지 두루 조망되는 기분 좋은 공간이다.
물 흐르듯 구성된 공간의 일차 경유지는 온천욕탕이다.
온통 흰색 화강석으로 마감된 벽면과 대형 타원형 바리솔 조명이 밝히고 있는 수직 5m가량의 공간에서
마음이 뻥 뚫리는 개방감을 느낀다.
부글부글 기포를 내뿜는 각양 욕조를 퐁당퐁당 오가면서 몸의 모든 긴장은 스스로 녹아내린다.
어지간히 온기가 올랐을 때 찜질복으로 갈아입고 실외 족욕탕에 나가 발을 담그고 있으면
마음이 편해지고 정신은 한결 맑아진다.
특히 야간에 도넛 모양의 조명 불빛 아래에서 하늘을 올려다보면 족욕의 또 다른 묘미에 빠지게 된다.
담장 넘어 여성 전용 노천탕도 그렇게 좋다고들 하던데, 가보질 못하여 표현하기가 어렵다.
1층 넓은 공간에는 바닥 난방의 한국식 찜질방 시스템과 썬베드가 나열된 리조트풍 휴게공간이 적절히 섞여 있다. 그 사이를 지나는 통로에는 얕은 수공간과 식물을 배치하여 사색하는 산책로의 기분을 더하였다.
큰 항아리를 뒤엎어놓은 듯한 독특한 형상의 황토방과 참숯방은 전통 한증막의 개념이며, 2층의 'SEV룸', '웨이브 드림룸', '피라미드룸', '발리룸', '하만룸', '로만룸' 등은 동서고금의 검증된 사우나 방식을 응용한
테마형 테라피 공간들이다.
이 공간들을 하나씩 드나들다 보면 잠자던 몸의 감각들이 서서히 일깨워진다.
계단을 따라 오르면 예상치 못한 휴게공간이 펼쳐진다.
소형 TV가 딸린 리클라이너(뒤로 젖혀 기댈 수 있는 의자) 수십 대가 배치된 릴렉스룸이다.
곡면 유리를 통해 도시를 바라보며 상념에 빠지거나, 잠시 잠깐 낄낄대며 느긋한 휴양의 시간을
자신에게 허할 수 있다.
입욕 후 노곤해진 몸과 마음이 비로소 모든 것을 내려놓고는 늘어진다.
다시 원기 회복을 원하는 이들을 위해 안쪽 홀로 들어가면 조망이 좋은 레스토랑과 카페가 있고, 마사지나
에스테틱 등의 더욱 더 적극적인 테라피를 위한 공간도 마련되어 있다.
■ 럭셔리 휴양형 스파시설, 씨메르스파
해운대 파라다이스호텔 4층 옥외 테라스에 꾸며진 '씨메르스파'는
하늘과 바다를 동시에 누릴 수 있는 특별한 노천 스파이다.
온천 욕탕에 몸을 담근 채 해운대 바다의 드넓은 풍광을 동시에 만끽할 수 있다는 설정은 방문객의 마음을 사로잡을 만하다.
거기에 해송과 향나무로 꾸며진 프라이빗 정원과 같은 전체 배치는
자연으로 돌아간 듯 느낌을 전달한다.
특히 해가 진 이후 낭만적 형형색색 조명 아래의 스파는 밤바다의
깊은 정취를 즐길 수 있어 더욱 매력적이다.
예로부터 해운대 온천은 물 좋기로 유명하다.
천질은 무색투명한 약알칼리성 식염천으로 류마티스, 신경통, 위장병, 냉증, 외상 후유증 등에
효능이 있다고 알려졌다.
이곳 씨메르에도 나트륨과 칼슘을 주성분으로 한 양질의 약알칼리성 온천수를 사용하고 있어
온 가족 혹은 연인들이 함께 즐길 수 있는 최적의 힐링스팟(healing spot)이다.
스파의 즐거움을 배가시키기 위해 구역별로 감성을 자극하는 다양한 디자인들이 반영되어 있다.
먼저 가장 초입에 있는 네 가지의 이벤트 베스는 탕마다 다른 온도와 입욕제가 들어 있어 향을 자극한다.
뭐니뭐니해도 가장 인기 있는 곳은 바다의 수평선이 눈높이에 딱 걸리도록 배려한 베스다.
몸은 뜨듯하고 눈과 머리는 시원하여 잠시나마 무릉도원을 상상케 한다.
그리고 버블마사지 기능을 가진 베스가 있는가 하면, 원두막 아래 자쿠지도 있고, 앙증맞은
스낵바(아쿠아바)가 둥둥 떠 있는 베스도 있다.
바로 옆 바(bar)에서 간단한 탄산수나 비어를 테이크아웃 하여 입을 즐겁게 할 수 있다.
반대편 테라스의 키즈존에는 꼬마 베스와 워터 스프레이가 있어 아이들만의 세상이 펼쳐진다.
여기서 놓치지 말아야 할 또 한 군데 멋진 공간은 연결 브릿지 건너에 있는 신관의 '오션풀'이다.
이국적 휴양지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아웃도어 수영장이다.
연 그레이, 네이비블루, 파스텔 그린 등의 시원한 컬러 타일이 적용된 메인풀과 오렌지 색 테라코타 타일로
마감된 사이드 공간은 세련되고도 시원한 눈맛을 준다.
거기에 수면과 맞닿은 듯한 바다의 수평라인이 절묘한 뷰를 형성한다.
씨메르와 같이 해변과 가장 가까운 쪽에는 인피니티 스파 풀과 키즈 자쿠지를 두어 바다를 즐기게 해 두었다.
광섬유와 수중 LED 조명 디스플레이가 더해진 밤의 풀은 그야말로 환상 분위기를 연출한다.
■ 일상을 회복할 아지트 공간 하나 마련
부산에 많은 온천 명소들이 있긴 하지만, 특별히 소개한 두 곳은 공간의 구성이 세련되고 현대스파의
테마를 잘 담고 있다.
스파랜드는 백화점에 부속되어 있고, 씨메르스파는 호텔에 부속되어 있어 체류형 관광을 위한
필수 아이템으로 자리 잡았다.
또 스파랜드는 '도심형 스파'로 심신의 회복과 긴장 이완에 초점이 맞춰져 있지만,
씨메르스파는 '휴양형 스파'로 일상과 확연히 구분되는 자연환경을 통한 힐링과 릴렉스에
더 비중이 맞추어져 있다.
누구 할 것 없이 현대인들은 각종 스트레스의 중압에 시달린다.
전원에 들어가거나 개인적 명상의 방식으로 극복하지 않는 한, 가끔은 이런 몸과 마음을 매만져주는
스파를 통해 치유를 경험할 필요가 있다.
꼭 스파가 아니더라도 평안함을 느끼게 하는 자신만의 아지트 공간 하나씩은 설정해 두는 것도 좋지 않겠는가.
한 해의 마지막 날, 묵은 때를 벗겨내고 스트레스를 날려버릴 아지트 공간으로 이곳을 추천한다.
# 씨메르스파
·위치 : 부산 해운대구 중동 · 규모 : 400평(씨메르)+285평(오션풀)
·시설 : 옥외스파 사우나 수영장 썬베드존
·설계자 : 더플랜(씨메르)/은민에스엔디(오션풀)
·문의 : 051-742-2121, http://www.busanparadisehotel.co.kr
# 스파랜드
·위치 : 부산 해운대구 우동 · 규모 : 지상 3층, 2400평
·시설 : 욕탕 사우나존 엔터테인먼트존
·설계자 : 유키오 하시모토
·문의 : 051-745-2900, http://www.shinsegae.com
동명대학교 실내건축학과 교수 yein1@tu.ac.kr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아 싣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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