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이바구

[부산 매력 공간] 박물관에서 '도시의 깊이'와 '풍성함'을 만나다

금산금산 2015. 5. 13. 20:12

박물관에서 '도시의 깊이'와 '풍성함'을 만나다

 

 

 

 

처마 살짝 치켜올린 고궁을 닮은 듯…태종대 앞바다 일렁이는 파도인 듯

박물관은 '線' 살아있다

 

 

 

'전통의 구현'에 초점을 맞춘 부산박물관. 부석사 무량수전이나 종묘와 같은 전통 건축물의 형상을 닮았다.

 

 

 

 

 

 

박물관에 가는 것을 즐긴다.

일단 입장료가 없고, 볼거리가 많아서다.

아무런 마음의 준비가 없이 방문하더라도 항상 예상외의 감동을 하기에 더욱 좋다.

운 좋게 학예사들의 재미난 설명을 곁들여 듣게 되면 몰랐던 역사의 스토리에 푹 빠져들게 된다.

요즘은 특히 관람자 중심의 전시 콘텐츠를 구성하고 있어서 아이들과 함께 가더라도 그다지 지겨워하지 않는다. 흥미로운 스토리라인을 토대로 하여, 중간중간에 체험거리들도 여럿 배치해두고 있다.


박물관이 주는 더 궁극적 유익은 한 도시 혹은 한 문화의 깊이와 풍성함을 집약적으로 읽어낼 수 있다는 점이다. 도시는 땅의 표피면 위에 단순히 얹혀 있는 것이 아니다.

영욕의 역사와 인간의 고뇌, 삶의 양식, 문화의 흥망 등을 저면에 깊숙이 깔고 세워져 있다.

하나의 지층 위에 또 하나의 지층이 덮고 있고, 그 지층 두께만큼의 역사가 쌓이고 쌓여 오늘을 이루고 있다.

그러니 지역의 속살(결)을 더듬어보려 한다면 박물관엘 가야 한다.  




■ 선인의 섬세함 담은 부산박물관

부산박물관은 부석사 무량수전이나 종묘와 같은 전통 건축물의 형상을

닮았다(지어진 1978년 즈음 국내 건축계에서는 '전통의 구현'이

민감한 화두였다).

1층은 외부 바닥면보다 들어 올려 일종의 기단을 형성하고, 몸체 부분과

지붕으로 나누어지는 3단 구성으로 되어 있다.

열주(列柱)로 처마를 받치고 있는 모양새나 전돌벽돌과 철재로 완자 격자

 패턴을 만든 외벽의 디테일 등에도 전통에 대한 고려가 읽힌다.

 2000년에 추가로 지어진 신관의 경우도 전통성의 맥락을 크게 비껴가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설계되었음을 알 수 있다.


박물관의 상설 전시실은 '동래관''부산관'으로 구분되어 있다.

부산의 옛 이름인 '동래' 명칭을 딴 '동래관'에는 구석기시대부터

고려시대까지 부산 지역 일대 주변 유적에서 출토된 유물들을

시대순으로 전시하고 있다.

브릿지를 지나 '부산관'으로 넘어가면 조선시대로부터 대한제국 시절의 한일관계, 생활문화, 민속을 보여주고,

근현대 부산의 역사와 문화를 전시한다. 중앙 경사로를 따라 다시 1층으로 내려오면 기증전시실과 기획전시실에서 매번 다른 주제의 전시를 접할 수 있다.


이번에 2014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 개최 기념으로 열고 있는 '부산박물관 소장유물 100선, 진보(珍寶)'전은

특히 볼거리가 풍성하다.

박물관 개관 이래 가장 가치가 있는 소장 유물을 엄선하여 선보이는 것이라 하나하나 경이로운 작품이다.

은근한 미소와 당당한 가슴, 가녀린 손 맵시가 독특하게 조합된 '금동보살입상'(국보 200호), 작달막한 다리에

통통한 몸통, 귀여운 코끼리 얼굴을 가진 '백자상준'(술을 담는 禮器), 정밀한 모사로 1674년에 그려진 세계지도 '곤여전도' 앞에서는 발걸음을 옮기기 힘들었다.


역사박물관을 방문할 때마다 내 마음을 사로잡는 것은 옛 선인의 섬세함과 호방함이다.

빗살무늬토기에는 짧은 사선과 긴 사선이 조합되어 있고, 지붕의 양 끝에 얹은 치미는 날갯짓 하는 듯

치켜세워져 있고, 분청사기나 백자의 몸통과 주둥이는 섹시할 정도의 미려한 곡선으로 되어 있으며, 조선통신사절단의 그림은 3차원 입체투시도보다 더 살아있는 듯하게 그려놓았다.

현대의 여느 디자인 결과물들과 비견되지 않을 정도의 형상과 패턴의 풍성함에 다시금 신선한 충격을 받는다.

 

 

 

국립해양박물관의 독특한 건물 외관. 역삼각형의 비정형적인 모습으로 야간에는 빛 연출도 가능하다.

 

 


■ 부산 앞바다 담은 국립해양박물관

해양박물관은 건물 외관 자체가 매우 독특하다.

파도의 일렁이는 형상 같기도 한 역삼각형의 비정형적인 건물은 숱한 3차원의 곡면 또는 경사진 모양의 판을

이어 붙여 만들었다.

 '영화의전당'이나 'DDP(동대문디자인플라자)'의 표면과 같이 은빛 패널로 되어 있으며, 야간에는 조명에 의한

형형색색 빛 연출이 가능하다.

바닷가 끝자락 매립지에 불 밝힌 이 건물은 길을 안내하는 등대 같기도 하고, 유유히 바다를 가르고 지나는

유람선 같기도 하다.

박물관의 전시실은 상설전시 8개, 기획전시 1개의 공간으로 나뉘어 있다.

내용으로는 해양문화, 해양역사, 해양생물, 해양산업, 해양영토, 해양

과학인물, 항해 선박 등 해양에 관련된 정보를 체계적으로 전시하고 있다. 내용이 과하다 싶을 정도로 많아 다 소화하긴 힘들지만, 여기가 아니면

볼 수 없는 진기한 장면이 많이 소개되어 있다.

기획전시공간이나 어린이박물관, 4D 영상관은 관람의 흥미도를 더욱

 높여 주고, 곳곳에 직접 체험할 수 있는 코너에는 긴 줄이 늘어선다.


무엇보다도 가장 큰 매리트는 수족관이다.

상어랑 큰 바다거북을 위시한 다양한 심해 어종이 유영하고 있는 수족관 터널은 남녀노소 누구 할 것 없이

즐거운 체험이다.

또 바로 옆에는 소라와 작은 물고기들을 만져볼 수 있도록 '터치풀'을 두어 아이들에게 인기가 좋다.

또 한편 다른 박물관에서 볼 수 없는 것이 실제의 절반 크기로 복원한 조선통신사선(船)이나 덴마크와

이탈리아에서 수입한 바이킹선과 곤돌라선과 같은 각종 모양의 배들이다.

해양박물관이 소유한 최고의 전시품은 오히려 '바다' 그 자체이다.

건물 내외부 어디에서든 부산 앞바다를 내다볼 수 있다.

바로 정면으로는 신기하게도 오륙도의 섬들이 일렬로 나열되어 있다.

왼쪽으로 시선을 돌리면 도심과 부두가 겹쳐 보이고, 국제크루즈

여객터미널의 대형 선박이 보인다.

오른쪽의 섬(조도)에는 옹기종기 자리 잡고 있는 한국해양대 캠퍼스

전체가 한눈에 잡힌다.

4층 카페테리어나 옥상 전망대에서 보는 바다도 일품이지만, 1층

도서관의 창을 가득 채운 바다는 더욱 깊고 넓게 느껴진다.


부산항축제 때, 박물관 앞뒤 광장은 해양문화 테마파크로 변신한다.

해군함정 승선체험, 크루즈요트 체험, 불꽃쇼, 스탬프 투어, 타악 퍼포먼스, 열기구 체험, 문학콘서트, 부산항

골든벨 등 친수공간의 장점을 최대한 살린 다양한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특히 바다를 배경으로 한 무대에서 펼쳐진 힙합페스티벌 행사는 아이들에게 잊을 수 없는 추억을 남겨 주었다.



■ 오늘을 읽고 미래까지 내다보다

비교한 두 박물관의 외형은 동시대의 것이라 여겨지지 않을 만큼 차이가 크다.

전통의 향기가 묻어있는 부산박물관은 땅과 거의 붙어 있는 형상이라고 한다면, 바닷가에 안착한 비행선 모양의 국립해양박물관은 금방이라도 하늘로 떠오를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언뜻 보이는 외형이 그렇다 하여 전시물이 우리에게 보여주는 것조차 편협된 시간에 얽매여 있는 것은

아니다.

오래된 유물을 보면서 우리 선조의 기상과 문화에 대한 열정을 읽을 수 있다.

땅을 일구고 바다에 대응하며 사는 삶의 지혜를 배우며, 환경에 순응하고 환경을 개척하는

기술을 엿볼 수 있다.

그러기에 박물관은 오늘의 현상과 미래의 전망까지도 보여준다고 할 수 있겠다.

전시물들을 머나먼 과거의 어딘가에 묻혀 있던 박제화된 대상으로 대하지 않고, 사색과

상상력을 동원해 깊이 들여다본다면 그것은 시간을 역으로 뚫고 일어나 새로운 표상으로

우리에게 다가온다.

박물관은 깊이와 풍성함을 동시에 담고 있는 '도시의 보고(寶庫)'다.  



 동명대학교 실내건축학과 교수 yein1@tu.ac.kr

부산 박물관

위치

부산시 남구 대연동

개관

1978년(신관은 2000년)

규모

지상 2층, 연면적 1613평

시설

상설전시실, 기획전시실,
박물관교육실, 학예연구실,
수장고, 소강당, 대강당

설계자

이희태
(신관은 정춘국)

문의

051- 610 - 7111
http://museum.busan.go.kr


국립 해양박물관

위치

부산시 영도구 동삼동

개관

2012년

규모

지하1층/지상4층, 연면적 7826평

시설

상설전시실, 4D 영상관,
기획전시실, 어린이박물관,
해양도서관, 학예연구실,수장고

설계자

정림건축,
(주)건우사 종합건축사사무소

문의

051 - 309 - 1900
http://www.nmm.g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