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어사' 창건
의상대사 불력으로 왜구 막고자 세운 호국사찰
화엄종의 개조 의상대사가 창건한 천년고찰 범어사의 1915년 모습. |
- 장소 : 금정구 청룡동
- 문무왕 잦은 노략질에 근심 중
- 꿈속에서 의상 천거 계시 받고
- 금정암서 화엄 신중 함께 독송
- 땅 흔들리며 왜선의 병사 죽어
부산의 역사는 동래에서 출발했고, 동래는 금정산(801.5m) 자락에 뿌리를 두고 있다.
금정산은 백두대간의 줄기가 남으로 뻗어내리다 강원도 태백 매봉산에서 그 맥을 낙동정맥으로 갈아탄 후
국토의 동남쪽 해안에서 멈춰선 부산의 진호산이다.
범어사는 신라 의상대사(625~702)가 불력의 힘으로 왜구를 막고자 하는 염원에서 창건한 호국 사찰이다.
대왜 방비라는 군사적 목적이 우선이었다.
서기 668년 삼국통일을 이룬 신라 문무왕(재위 661~680)은 바다 건너 신라의 통치체제를 마비시킬 정도로
강성한 왜적의 침입 때문에 항상 골치를 앓고 있었다.
그들은 10만 병선을 거느리고 언제든 침략을 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당시 근심으로 하루하루를 보내던 문무왕은 어느 날 꿈속에 신인이 나타나 한 인물을 천거하라는 계시를 받았다. 계시 내용은 대략 다음과 같다.
"왕이시여, 근심하지 마소서. 태백산에 의상이라는 스님이 계시는데 진실로 금산보개여래의 제7후신입니다. 항상 성중(聖衆)1000명, 범중(梵衆)1000명, 귀중(鬼衆)1000명 등 모두 3000명의 대중을 거느리고 화엄의지법문을 설법합니다. 이에 화엄신중과 40법체, 제신 및 천왕이 곁을 떠나지 않고 따라다닙니다. 또 국토의 동남쪽 해변에 금정산이 있고, 정상 인근에는 높이 10m쯤 되는 독특한 바위 금정암이 우뚝 솟아 있습니다. 그 바위 위에는 우물이 있어 항상 금색으로 사시사철 물이 마르지 않습니다. 그곳에는 범천에서 오색 구름을 타고 온 금빛 고기가 헤엄치며 놀고 있답니다. 대왕께서는 의상 스님을 맞이하여 함께 금정암 아래로 가셔서 칠일 밤낮으로 화엄 신중을 독송하면 미륵여래와 비로자나여래가 금색신으로 화현하고 사방의 천왕이 각각 병기를 가지고 색신으로 나타날 것입니다. 보현, 문수, 향화동자 등 40법체와 제신, 천왕을 거느리고 동래를 위압하면 왜적이 자연히 물러갈 것입니다. 만약 후대에 훌륭한 법사가 출현하여 계속 이어가지 않는다면 왜적들이 다시 침입하게 되어 사방에서 병란이 끊어지지 아니합니다. 그러니 금정암 밑에서 화엄정진이 이어지도록 한다면 자손이 끊어지지 않고 전쟁이 영원히 없을 것입니다."
잠에서 깨어난 왕은 새벽을 지새고 아침이 되자
여러 신하들을 불러 꿈 이야기를 전하고는 즉시 사신을 보내 의상을 맞아 오게 했다.
왕은 꿈속에서 들은 계시대로 의상과 함께 친히 금정산 금정암에 가서 칠일 밤낮을 일심으로 독경을 하자
갑자기 땅이 크게 진동하며 홀연히 제불, 천왕, 신중 그리고 문수동자 등이 각각 나타나 병기를 갖고
동해로 임했다.
창을 휘두르고 칼을 뿌리니 모래와 돌이 비처럼 휘날렸다.
바람을 주관하는 신은 부채로 흑풍을 일으키니 병화(兵火)가 하늘에 넘치고 파도가 땅을 흔들었다.
이에 왜선의 모든 병사는 살아 남은 자가 없었다.
왕이 매우 기뻐하여 의상을 예공대사(銳公大師)로 삼으니, 이것이 곧 꿈의 영험이었다.
이후 왕은 금샘 아래에 2층의 미륵전을 세우니 그때가 678년(문무왕 18)으로 오늘날 범어사(梵魚寺)다.
이처럼 범어사는 불력으로 나라를 지키려는 신앙적 기원(祈願)과 사찰의 무력적 기반을 적극 이용하고자 했던
국가의 의도가 관철돼 이뤄진 호국사찰이다.
범어사의 호국적 성격은 임진왜란 때도 그대로 이어져 서산 대사가 범어사를 사령부로 삼아 승병을 지휘하여
왜병과 치열한 격전을 벌였다.
하지만 왜병의 파괴와 방화로 창건 당시의 범어사 원형을 찾아 볼 수 없게 된 것이 큰 아픔이다.
가마골 향토역사연구원장, 국사편찬위원회 부산사료 조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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