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면 '푸짐한 집' 골목
신한은행·영광도서 주변 위치 서민 시름 잠시 떠맡아 주는 곳
서민들의 겨우살이가 고되다.
칼바람 속의 노동이 그렇고,양식 걱정,연료걱정에 또 움츠러든다.
가족들의 건강도 걱정이다.
자녀들 진학 문제도 그렇고 설도 다가오는데,이리저리 주머니 사정도 만만찮다.
업무를 마치고 옷깃 여미며 길을 나설 때 이미 어스름은 지고,한두 집 네온사인 불빛이 어서오라고 손짓을 한다. 시장기도 느껴지고 이런저런 걱정을 잠시 내려놓을 요량으로 '딱 한 잔'의 유혹을 이기지 못한다.
술 한 잔에 배도 채울 겸 '푸짐한 집'으로 들어서는 것이다.
서민들의 무거운 어깨를 주물러주고 온갖 시름을 잠시 떠맡아주는 곳.
기본 안주가 수십 가지나 나와 주머니 부담도 덜하고 맘 편히 좋은 사람들끼리 만날 수 있는 곳.
서면의 '푸짐한 집'이 바로 그 곳이다.
서면에는 '푸짐한 집' 골목이 두 곳 있다.
서면 교차로에서 초읍 방면 도로 입구 신한은행 골목과 영광도서 맞은 편 골목이 그곳이다.
모두 다 각종 안주 수 십 가지와 맥주 3병을 기본으로 15.000원~20.000원을 받는다.
'푸짐한 집'의 시초는 '곰돌이 집'으로 25년 정도 됐다.
그 때부터 시작된 '푸짐한 집'은 다양한 안주와 저렴한 술값으로
인근의 샐러리맨을 비롯하여 젊은층에 인기가 높았다.
신한은행 골목은 12~13집이 영업을 하고 있다.
잠시의 부침을 거듭하다가 IMF 이후 서민경제가 몰락하며 이곳은 서민들의 한숨과 푸념을 껴안으며
다시 자리 잡기 시작한 것이다.
좋은 시절보다는 어려운 시절을 보듬는 착한 역할의 주점이 바로 '푸짐한 집'인 것이다.
영광도서 맞은 편 골목은 현재 6~7곳 정도가 자리하고 있는데 주로 문화예술인들이 많이 찾는다.
영광도서에서 각종 문화행사를 마치면 이 곳으로 와서 문화의 향기를 발산하는 것이다.
특히 '원미집'은 문화계 원로들이 사랑방처럼 드나드는 곳으로 김규태 시인을 비롯 정순철 경성대 명예교수,차한수 시인 등이 이 곳에서 명쾌한 논리와 유려한 언변으로 주위를 후끈 달아오르게 한다.
들리는 인사들의 면면에 걸맞게 안주도 점잖고 품위가 있다.
자연산 굴을 중앙으로 굴비구이,가오리회,우렁이 숙회,상어 아가미(두투),오징어 통구이 등이 입맛을 자극한다. '산야'도 문인들이 많이 모이는 장소로 정진채 전 문인협회 회장 등 문협 회원들이 자주 들리는 곳이다.
'푸짐한 집' 골목의 원조인 '곰돌이 집'에 잠시 앉는다.
기다리던 지인들과 맥주 한 잔 시원하게 들이켠다.
그 사이 안주가 3번에 걸쳐 속속들이 '한 상'을 채운다.
안주는 30여 가지.
돼지 족발,생 마 샐러드,노가리,홍합탕,오징어 무침,빈대떡,파전,각종 야채 및 과일…
맥주 3병에 기본 15.000원이니 30여 가지의 안주가 6.000원인 셈이다.
삶은 달걀 하나 까먹으며 아무리 생각해도 계산(?)이 안 된다.
그 대신 대량으로 안주를 제공하다보니 깊고 은근한 맛은 기대하지 않는 것이 좋다.
그냥 입맛만 다시는 술안주이기 때문이다.
'푸짐한 집' 골목의 입출입은 하루에 두 번의 싸이클을 가진다.
퇴근시간 무렵 샐러리맨 위주의 '배를 채우는 실속파' 출입과 늦은 저녁 일 차를 하고 난
주당들의 '2차 입가심' 출입이 그 것이다.
전자나 후자나 부담 없이 즐기는 것은 다 같다.
때문에 들리는 사람 모두 다 든든하고 호기로운 것이다.
아직 봄은 요원하다.
추운 겨울 마음이 추울 때 마음 추운 사람들과 동무하여 술 한 잔 권해보자.
가장으로서의 무거운 짐 잠시 내려두고,묵은 체증도 시원하게 가라앉히는 자리가 있어야 더 나은 미래도 기대할 수 있겠다.
최원준·시인 cowejoo@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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