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이바구

[부산 도심 여행] '죽성'에서 '대변항'까지...

금산금산 2015. 6. 10. 09:03

'죽성'에서 '대변항'까지...

 

 

 

 

꾸불꾸불 은빛 해안길에 꾸덕꾸덕 겨울을 말리다

 

 

겨울 해풍이 분다. 부산 기장군 연화리 포구에 닿은 바닷바람이 갓 잡은 오징어를 말린다. 지금 기장군 대변항 일대는 오징어가 풍년이다.

 

 

 

 

 

 

- 왜성 황학대 죽성해송 등 역사 흔적과
- 출사명소 드림성당·이색 등대 덩그러니
- 평화로운 대변항엔 갈매기도 유유자적
- 피데기 굽는 냄새에 코가 즐겁다


마을버스가 시온합섬을 지나자 아직 어둠 속에서 잠이 덜 깬 작은 포구와 여명 속에 묻힌 바다가 눈에 들어온다. 기장 죽성이다.

죽성은 까까머리 고교 시절 동기의 고향이기도 하다.

그 시절만 해도 오지였던 조그만 어촌 가난한 집 아들로 태어나 부산으로 유학 온 친구다.

지금은 작지만 어엿한 기업의 대표가 되었다.

죽성을 찾을 때마다 그 친구 생각이 난다.

죽성초등학교 앞에서 마을버스에서 내렸다.

차가운 새벽공기가 비릿한 바다내음을 품고 코끝에 다가온다.

죽성리 바닷가에 있는 황학대 전경. 옛 시인 고산 윤선도가 거닐었던 언덕이다.

정류소에서 바다 쪽으로 20~30m를 걸어나가자

작은 포구가 눈에 들어온다.

포구 맞은편에 황학대가 여명 속에 실루엣으로 보인다.

황학대는 조선 시대 3대 가인 윤선도가

유배생활 초창기를 보냈던 곳이란다.

옛날에는 조그만 돌섬이었지만 지금은 매립되어 육지가 됐다.

황학대와 조그만 가게 사이로 난 길로 들어서자

저만치 등대를 벗 삼은 성당 건물이 눈에 들어온다.

일명 '드림성당'이다.

몇 년 드라마 촬영용 세트장으로 만들어 쓴 뒤 그대로 두면서 알려지기 시작했다.

성당을 배경으로 한 일출 모습이 좋아 아마추어 사진가가 많이 찾는 곳이다.

오늘도 부지런한 사진가 서너 명이 삼각대를 펼치고 해가 올라오기를 기다리고 있다.

 

 

마침 해가 물 위로 얼굴을 내민다.

재빨리 구도를 잡아 몇 컷 눌렀다.

죽성은 역사적 흔적이 많이 숨어 있는 곳이다.

임진왜란 때 왜군들이 축조한 왜성, 황학대, 어사암, 땅 위로 드러난 뿌리가 용의 모습을 닮은

죽성해송 등이 있다.

 잠시 왜성에 올랐다.

몇백 년 세월이 흘렀지만 성곽은 대체로 잘 보존돼 있다.

왜성 아래로 죽성과 두호마을이 한눈에 들어온다.

여명 속에 드러난 일명 '드림성당'의 실루엣.

왜성을 내려와 해안길을 따라 월전 쪽으로 발길을 돌렸다.

해안가에 쌓아둔 테트라포드에 따뜻한 겨울햇살을 즐기듯

갈매기들이 자리를 잡고 있다.

참 평화로운 풍경이다.

월전은 붕장어(아나고)구이가 맨 처음 시작된 곳이라 한다.

이곳 할머니들이 난전에서 시작한 붕장어구이는 주말이면

그 맛을 즐기려는 사람들로 마을이 북적이게 한다.


월전에서 대변항까지는 그냥 해안길이다.

특별한 사진 소재가 많지 않지만, 은빛 바다를 보며 해안길 따라 걷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매력적이다.

30, 40분 걸었나 싶으니 대변항이 눈에 들어온다.

대변항은 멸치로 유명한 곳이다. 어

민의 말을 빌리자면 12월에 시작해 이듬해 4월까지가 철인데 올해는 시작부터 별 재미가 없단다.

대신 대변항 전체가 오징어로 덮여있다.

천막촌 곳곳에서 오징어 말리는 아주머니들 손길이 바쁘다.

4, 5일 말린 오징어를 피데기라 하는데, 돌판에 살짝 구우면

딱딱하지 않고 씹기 좋아 많은 사람이 즐긴다.

그래서인지 천막촌 주변 여기저기서 피데기 돌판구이(사진)가 눈에 띈다.

평일이라 그런지 대변항은 조용하다.

연화리 쪽으로 발길을 돌린다.

바다 위 독특한 모양의 등대들이 눈에 들어온다.

젖병등대. 닭벼슬등대, 마징가등대.

다른 데서 보기 힘든 이색적인 등대들이 대변항 방문객을 반긴다.

등대 주위로 갈매기가 유유자적 날아다닌다.

해가 벌써 중천이다.

어깨에 걸린 카메라가 조금씩 무겁게 느껴지기 시작한다.

그러나 상쾌한 바닷 바람에 가슴속 찌든 때를 씻어낸 행복한 시간이었다.

포토스페이스 중강 대표

갈매기 쉼터가 된 테트라포드. 죽성리 해변.


 

오른쪽 멀리 연화리 젖병등대가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