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덕 '강구항' 대게 골목
국내 최대 생산·소비지 하루 10만명 이상 찾아
"치익 칙,칙칙"
온 마을이 대게 찌는 소리로 시끄럽다.
온통 구수한 대게 냄새가 진동을 한다.
그도 그럴 것이 이곳이 영덕 강구항 대게 골목이니 그럴 수밖에 더 있으랴?
국내 최대의 대게 생산지이자 소비지인 강구항. 마을 전체가 '대게타운'으로 대게와 관련되지 않는 것이 없다.
이리저리 기웃거려 보아도 대게 이외에는 보이는 것이 없을 정도로 대게 천국이다.
집집마다 먹고 남은 대게 껍질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는 것마저도 이채롭다.
이곳에서 대게 다리 한 짝 맛보려고 찾아오는 사람들이 줄잡아 하루 10여 만 명은 수월찮이 넘는다고 한다.
휴일마다 500여 미터에 이르는 대게 골목은 전국에서 몰려 든 자동차와 관광버스들로 북새통을 이룬다.
이곳만큼은 모든 것에 있어 대게가 우선인 것이다.
강구항.
이렇게 시끄럽고 번잡하면서도 여유로운 곳이 있을까?
이곳 강구항에서 길디 긴 여정을 접는 오십천과 동해의 짙푸른 파도가 넘실넘실
나그네의 발목에까지 다가와 장난을 치는 곳.
한 때는 한적하고 조금은 쓸쓸했을 법한 마을이었던 강구항이,대게로 인해
이제는 전국 최대의 대게 마을이 된 것이다.
이곳에서 국내산 대게뿐만 아니라 러시아,북한산 대게와 킹크랩,홍게,청게,너도 대게 등
다양한 게들이 판매되고 있는 것이다.
크기도 그렇고 가격도 천차만별이다.
껍질이 단단하고 살이 꽉 찬 '박달게'는 아직도 귀히 대접을 받는다.
시세에 따라 '부르는 게 값'이다.
그러나 러시아,북한산이나 크기가 작은 대게는 아주 저렴한 편이다.
수입산은 오랜 수송 및 통관기간으로 살이 빠져 국내산보다 맛이 덜하고,작은 것은 먹을 게 별로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평이다.
그래도 작은 대게는 5~6마리에 3만원 정도로 저렴한 가격에 팔리고 있어 장사진을 이루고 있었다.
마리당 5천원인 셈이니 혹할 만도 하다.
사람들 물결 사이로 느릿느릿 대게 골목을 거닐어 본다.
온통 호객하는 사람들로 시끄럽다.
모든 이들이 대게로 인해 들 떠 있다.
규모가 큰 대게집은 벽에 대게 모양의 큰 간판을 설치해 놓았다.
이색적이다.
일본 오오사카의 해산물 거리에 온 것 같다.
좌판에서 대게를 흥정한다.
1.5킬로미터 정도 되는 큼지막한 놈으로 입 실랑이를 벌이는 것이다.
2마리 5만원 달라는 상인과 4만원 주겠다는 객의 신경전이 예사롭지 않다.
결국 4만원에 게를 사고 득의만만하게 돌아선다.
대게를 쪄 주는 곳에 게를 맡기고 기다리자니 '일각이 여삼추(一刻 如三秋)'다.
이윽고 기다리던 대게와 마주한다.
대나무처럼 생긴 대게 다리에 살이 꽉꽉 들어찼다.
다리 살을 한입에 넣는다.
달다. 고숩다. 게 특유의 향긋한 비린내가 진동을 한다.
살이 오동통하니 이렇게 부드러울 수 있을까?
후딱 게 한 마리가 '마파람에 게 눈 감추듯' 사라진다.
다 먹고도 한참을 대게향이 입 안을 돈다.
게딱지에 참기름 한 방울 넣고 쓱쓱 밥을 비빈다.
밥에 푸르스름한 물이 든다.
대게 내장은 특유의 쌉쌀함으로 잃어버린 입맛마저 돌아올 정도로 별미를 자랑한다.
과연 코끝을 스치는 향긋하고 쌉싸름한 맛이 동해 바다를 닮아 있다.
먹으면 먹을수록 기꺼워 지는 음식이다.
'묵은 지'와 함께 하니 더욱 풍미가 깊고도 깊다.
이제 곧 자녀들의 새 학년이 시작된다.
아직 가족여행을 가지 못한 가정은 국도 7호선을 따라 마지막 겨울 동해여행을 권한다.
푸른 바다와 해안의 절경에 탄성이 저절로 나올 것이다.
오는 길에 강구항에서의 '대게 맛보기'도 당연히 권한다.
잊지 못할 가족여행이 될 것이다.
최원준·시인 cowejoo@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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