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나는 여행

남도'해양'열차

금산금산 2015. 6. 20. 15:40

남도'해양'열차

 

 

 

 

S트레인 타고 추억 속으로…

 

 

 

 

 


흘러간 옛이야기는 아름답다.

세월 속에서 곱게 포장된다.

그때는 힘들었지만, 그 시절이 그립다는 말이 자연스럽게 나온다.

추억 속으로 떠나는 시간 여행.

오전 8시 35분.

구포역. 남도해양열차, S트레인에 몸을 실었다.

낙동강을 바라보는 창밖으로 자전거 동호인이 줄지어 가는 모습이 보인다. 


■ 정감 넘치는 득량역

커피 한 잔의 여유를 찾아간 열차 카페.

완전히 딴 세상이 펼쳐진다.

청실홍실, 육군 김 일병. 70년대 분위기를 자아내는 영화 포스터가 잔뜩 걸려 있다.

추억의 음악다방. 카운터에는 교복을 입은 여고생 차림의 승무원이 앉아 있다.

 "교복 입은 학생이 다방에 출입하다니…."

실없이 던지는 농담 사이로 느끼는 커피 맛이 새롭다. 



열차가 진주역을 지날 무렵, 낭랑한 DJ 목소리가 방송을 타고 들려온다.

간단한 사연과 함께 신청곡을 적어낸 쪽지를 소개하는 방식이 촌스럽기도 하지만

추억을 먹고 사는 열차 안에서는 제격이다.


"밤하늘에 별만큼이나 수많았던 우리의 이야기들…."

두 눈을 지그시 감고 노랫말을 즐길 무렵

"열차가 5분간 정차한다"는 멘트가 흘러나온다.

북천역.

가을에는 코스모스 축제가 열릴 만큼 아름다운 간이역이다.

팔랑개비가 가냘프게 흔들리는 풍경이 인상적이다.

 

 



타임머신 타고 떠난 시간여행-S트레인 내부와 차창 밖 풍경.

 

 

오후 12시 3분.

득량역 입구에는 '억수로 반갑데이'라고 써 붙인 현판이 걸렸다.

역 앞 광장에는 "저에게는 아직 열두 섬의 득량 쌀이 있사옵니다"라고 외치는

이순신 장군의 벽화가 그려져 있다.

임진왜란 때 식량이 떨어진 이순신 장군이 '득량 섬'에서 군량미를 지원받아 왜군을 무찔렀다는

사연을 소개하는 글과 함께. '얻을 득( 得)'과 '곡식 량(糧)'자를 쓰는 마을 이름도 여기서 유래했다고 한다.


'추억의 거리'라고 이름이 붙여진 마을 입구에는 '역전이발소'가 있다.

살짝 문을 열어보니 무료함에 지친 주인아저씨가 낮잠에 빠져 있다.

역전이발소 옆에는 '행운다방'이 있다.

남진, 나훈아, 하춘화 등 70년대를 주름잡았던 가수의 엘피판이 가득한 '그야말로 옛날식 다방'이다.

'마담'이라는 호칭이 어색할 만큼 푸근한 인상을 주는 행운다방 주인아주머니와 역전이발소 아저씨는

부부라고 했다.


추억의 거리를 걷다 보면 빨간색 기계식 공중전화가 보인다.

연탄 집, 석유 집, 의상실이 읍내 풍경을 재현한다.

'휴지 버리지 말기 운동'이라 쓰인 현수막이 걸린 전봇대도 70년대 분위기를 전해준다.

명절 때면 물에 불린 쌀을 머리에 이고 온 아낙네들이 줄을 이었을 방앗간도 옛 모습 그대로다.

읍내 풍경을 담은 사진관에는 추억이 걸렸다.


마을 중간쯤에는 옛 득량초등학교 모습을 재연해놓은 교실이 있다.

칠판 옆에는 국어, 산수, 사회라고 쓰인 시간표가 붙었다.

음악 시간에 사용했을 풍금 앞으로는 조그만 책걸상이 줄지어 있다.

교실 뒤편에는 손때가 묻은 교복들이 다소곳하게 걸렸다.

그 시절 교복을 입고 등교했던 아이들은 지금은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을까. 



달콤한 상념을 즐기며 추억의 거리를 돌아본 뒤 마을버스를 타고 보성으로 향했다.

남도해양열차의 종착역이 있는 곳이다.

보성버스터미널에서 관광 안내판을 살펴보니 녹차 밭 '대한다원'이 눈에 들어온다.



그곳은 시간이 멈춘 듯-득량역 앞 거리 풍경.


 

 

■ 푸른빛 넘치는 보성녹차 밭

시골버스로 15분 거리에 있는 대한다원.

눈이 시리도록 짙푸른 녹색 천국이다.

청춘을 상징하는 녹색.

득량 역 앞에서 보았던 70년대 복고풍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다.


6월의 따가운 햇볕 아래 땀을 뻘뻘 흘리며 산비탈 녹차밭을 걸어 올라가면 '바다전망대'라는 팻말이 보인다.

경사 급한 길 계단 위편 언덕배기에 만들어진 공간을 소개하는 표지판이다.

무더운 날씨에 포기할까 생각하다 '녹차 밭 풍경의 백미'라는 설명에 다시 힘을 내어

숨 가쁘게 도착한 바다전망대.



첩첩 산 너머로 다도해가 눈에 들어온다.

하늘 아래 푸른 바다가 가슴을 여는 풍경.

청량제가 따로 없다.

세파에 시달린 가슴을 씻어주기에 충분하다.

그러나 감상에 젖는 것도 잠시. 열차 시간을 맞추기 위해 서둘러 녹차 밭을 내려와야 했다. 

 

 



종착역엔 녹색의 바다 물결

눈이 시리도록 짙푸른 보성녹차밭. 청춘을 상징하는 색깔만큼 생명력이 넘친다.

 

 

오후 4시 40분.

보성역을 떠나 부산으로 향하는 남도해양열차.

올 때와는 전혀 다른 분위기다.

카페 칸 승무원도 같은 사람이고 추억의 음악다방 인테리어도 변함이 없지만 들떴던 분위기는 간 곳이 없다.



고달픈 일상에서 탈출하듯 떠났던 추억 여행을 끝내고 삶의 현장으로 되돌아가는 사람들.

아쉬움보다는 도착 시각을 재촉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여행길에 활력을 재충전 받은 결과일까.

아니면 일상생활의 소중함을 확인한 덕분일까.

'떠남의 미학'이라는 말처럼 '빈 가슴을 채워 주는' 여정.

그래서 모두 여행을 떠나는 가 보다.

글·사진=정순형 선임기자 junsh@

 

취재협조=코레일 부산경남본부


여행 팁

■ 교통편

남도해양열차는 매일(월요일은 제외) 오전 8시 20분 부산역(구포역은 8시 35분)에서 출발한다.

 돌아오는 열차는 오후 4시 40분(득량역은 4시 51분) 보성역이 출발점이다.

요금 2만 2천 900원(득량역 성인 기준).

문의전화; 051-440-2513.

■ 먹거리

 

보성이 자랑하는 먹거리라면 단연 꼬막 정식이다.

 벌교에서 잡은 통꼬막과 꼬막전, 꼬막회무침, 꼬막탕과 양념꼬막 등이 푸짐하다.

그중 꼬막회무침은 매콤하면서도 쫄깃한 꼬막이 채소와 어우러져 향긋한 맛을 낸다.

여기에다 생선구이와 낙지말이까지 합치면 밑반찬만 해도 배가 부를 지경이다.

벌교태백산맥 꼬막맛집. 1인분 1만 5천 원. 061-858-6100.

 

정순형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