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대동 '꽃시장'
눈부시다.
빨강,노랑,파랑,분홍,초록 색색의 꽃망울들이 팝콘 터지듯 톡톡 분주하게 터진다.
요즘 석대 벌판은 잘 차려 입은 꽃 몽우리들의 까르르대는 웃음소리로 요란하다.
산해진미로 한 상 잘 차린 잔칫집에 온 것같이 분주하고 맛있어 보인다.
휴일날.
석대꽃시장으로 가는 길.
꽃구경 가는 길이 마치 새 색시 맞으러 가는 신행길 같다.
새삼스레 마음마저 설렌다.
그래서 꽃을 여인에 비유하는 것일까?
따뜻한 온기가 온 가슴에 가득하다.
꽃 한 송이의 힘을 새삼스레 느끼는 부분이다.
석대꽃시장은 아침나절부터 아지랑이처럼 아른아른 더딘 걸음으로 오는 봄을
직접 맞으러 온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다.
그 소란에 잠을 깨워서일까?
겨우내 풀꽃 속에 숨어 있던 봄이,꽃잎이 열리면서 색색의 자태와 향으로 봄맞이 객들을 맞이하고 있다.
한껏 기지개를 켜며 예쁜 얼굴들을 선보이는 것이다.
현재 석대동 꽃시장에는 30여 곳의 화원이 자리하고 있다.
나무 묘목장도 서너 개 된다.
이 곳에서 한해살이 풀꽃부터 여러해살이 꽃,관엽,난,유실수 등 수천여 가지 종류의
식물들이 새로운 주인을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온 벌판이 총천연색의 물감을 뿌린 듯 '울긋불긋 꽃대궐'을 이루고 있다.
그래서 아름답고 예쁘고 기껍다.
눈과 마음이 즐겁다.
너무나 많다.
예쁘고 아름다운 것들이 시샘하듯 아양을 떤다.
복수초,할미꽃,애기똥풀,바위솔같은 우리 산야의 풀꽃에서부터
쟈스민,마아가렛,쥴리안,프리지어,시크라멘,카랑코에 등으로 불리는 아름다운 이름에 이르기까지.
그리고 가지각색의 허브와 색색의 팬지,장미,튤립,사랑초,짙은 향이 천리를 간다는 천리향 등,사랑스러운 것들이 나름의 아름다움을 서로서로 뽐내고 있다.
이렇게 아름다운 풀꽃들이 석대꽃시장에서는 미안해질 정도로 값이 싸다.
잠시 하룻밤(?)만 감상하고 버릴까 싶어 걱정이 들 정도다.
한해살이 풀꽃은 포기당 500원에서 1천원을 넘지 않는다.
만원이면 집안에서 봄을 넉넉하게 맞이할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일까?
석대벌판에 온 이들은 모두가 한 아름의 꽃들을 품에 안고 집으로들 향한다.
그 뒷모습이 풍성하고 여유롭다.
이름처럼 예쁜 꽃 마아가렛과 쥴리안을 10여 포기 산다.
흰색 들국화같은 마아가렛은 햇빛 아래에서 도도한 몸짓으로 콧대가 높고,쥴리안은 노오란 복수초처럼
은근하면서도 수줍은 듯 다소곳하다.
볕 잘 드는 집 창가와 사무실에 들여 놓으니 실내가 환하다.
마음까지 환해진다.
몇 천원으로 이렇게 큰 즐거움을 사다니,너무나 미안하고 어색할 정도다.
그래서 참으로 고맙고 고마운 이들이다.
물뿌리개로 물을 주니 진저리 치듯 간지럽다고 깔깔댄다.
그래서 나도 깔깔댄다.
이들 때문에 한동안 너무나 즐겁겠다.
봄볕이 좋다.
봄바람도 신선하다.
따뜻한 봄바람이 머리카락을 쓰다듬는 날,석대동 꽃시장엘 가보자.
여리고 여리면서도 막내딸같이 예쁘고 앙증맞은 꽃들이 화들짝 반가워하며 우리를 맞아 줄 것이다.
봄은 지금 우리들 가슴 안에까지 다가와 있다.
간들간들 예쁜 몸짓의 봄을 맞이하러 가 보자.
마음이 너무도 기꺼운 날이 될 것이다.
최원준·시인 cowejeo@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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