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나는 여행

[시장따라 골목따라] 하단장

금산금산 2015. 7. 11. 12:54

하단장

 

 

 

 

 

200여m 장터거리 봄냄새 '풀풀' 순대·족발 썰기 무섭게 '입으로'

 

 

 

 

                                                                              

 

 

 

 

부산 사하구 하단지하철역에서 지상으로 한 발을 내딛는 순간 "짝!" 소리가 나도록 뺨 한 대 얻어맞는다.

낙동강에서 불어오는 꽃샘바람은 봄바람 나듯 아롱아롱 들뜬 마음에 사정없이 따귀를 올려 붙이는 것이다.

꽃샘의 손끝이 앙칼진 여인네의 말투처럼 맵고도 독하다.

웬 놈의 날씨가 이리도 변덕스럽누? 급히 옷매무새를 한 다음 장터로 향한다.

2·7일하단장.

오호! 이 곳에서는 바야흐로 봄이 모락모락 피어오르고 있는 것이다.

길이 200여m 남짓한 장터거리에는 온갖 봄것들이 봄 냄새를 풀풀 풍기고 있다.

봄나물이며,때 이른 봄과일,그리고 봄 바다의 해산물 등이 온통 봄 이야기를 나누며 서로들 시끄럽다.
 


몇 뼘의 햇볕 드는 곳에서는 삼삼오오 봄나물을 다듬고 있는 촌로들이 자리를 잡고 앉아 이야기꽃을 피운다.

그네들의 대화 속에도 넉넉한 봄의 기운이 묻어있다.

"큰 아 혼사가 언제고?"

"이번 토요일 아인교. 밥 무러 오이소이"

"와 아이라. 가야제"

이처럼 봄은 하단 장터에 미리 와 있다.

촌로들의 정겨운 인정 속에서,봄이 데려온 살가운 봄 것들 속에서,어느새 봄은 시끌벅적 다가와 있는 것이다.

그리고 봄을 사러 온 손님들을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하단장에서 객을 가장 먼저 반기는 것은 단연 봄나물. 겨우내 땅 속에서 봄 향기를 품고 있던

파릇파릇한 봄나물들이 노루 꼬리만 한 햇볕에도 간지러운 양 까르르댄다.

보드랍고 여린 어린 쑥,꽃샘같이 알싸한 향기의 달래,된장국 끓일 때 넣어먹으면 딱 좋을 냉이

그리고 입맛 되돌려 주는 취나물과 부지깽이,두릅,원추리,돌나물,돌미나리,머위….

이런 것들이 새콤쌉싸름한 봄을 한줌씩 움켜지고 있는 것이다.


철과 무관한 과일들도 지천이다.

이제 막 쏟아져 나오는 딸기에서부터 끝물의 감귤,사과,배,감,수입산 키위,바나나,오렌지에 이르기까지

봄의 나른함을 덜어주기에는 더할 나위 없는 것들이다.

장터 한 구석에서는 봄 갯벌에서 채취한 꼬막을 석쇠에 구워 '맛보기'를 보여주는 모습도 보이고,향긋한 멍게를

쓱쓱 잘라 한 입씩 입에 넣어주는 장꾼도 보인다.

석화도 손수레에 가득하고,미역도 좌판에 가득하다.


장터에서 바로 만들어 김이 모락모락 나는 두부와 어묵이 불티나게 팔려나가고,금방 데운 순대와 족발도

썰어대기 바쁘게 사람들 입으로 들어간다.

즉석에서 담근 생김치와 굴젓 그리고 각종 신선한 밑반찬들이 장을 도는 나그네의 식욕을 끝없이 자극한다.

마침 장터 어디에선가 구수한 냄새가 코끝을 자극한다.

슬슬 시장기가 돌 때라 더욱 냄새가 강렬하다.

각종 튀김을 파는 튀김집이 그 출처였다.

한창 고추튀김과 오징어튀김을 튀기고 있는데,자글자글 튀기는 소리만으로도 입안에 침이 가득 고인다.

2천원어치를 시킨다.

막걸리도 한 병 같이 시킨다.

막걸리 한 잔을 시원하게 들이켠다.

약간 쉰 듯한 맛이 장터 막걸리 맛이다.

역시 장에 오면 막걸리가 제격이다.

안주로 나온 시큼한 동초김치가 입에 착착 감긴다.

또 한 잔의 막걸리에 튀김을 먹는다.

튀김들이 입안에서 바삭바삭 소리를 낸다.

고추의 맵싸한 맛과 튀김 특유의 고소한 맛이 잘 어울린다.

오징어도 부드럽게 씹혀 먹을 만 하다.

오랜만에 튀김을 맛있게 먹어보는 장날인 것 같다.

두어 순배 술잔에 장은 거의 파했다.

도도한 술기운에 이미 하단장의 꽃샘은 자취를 감추었고,뉘엿뉘엿 기우는 햇살에 장을 도는

나그네의 가슴만 놀처럼 젖는다.

나그네의 젖은 가슴이 있는 한,우리네 장은 계속해서 장돌뱅이를 할 것이다.

그리고 사람들 마음속에도 계속해서 장이 설 것이다.

 

 

  최원준·시인 cowejoo@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