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양 '억산'
처음엔 험준한 산세에 "억"… 정상에선 기막힌 절경에 "억"
▲ 용을 꿈꾸던 이무기가 도망치다가 꼬리로 내려쳤다는 억산 깨진바위에 섰다. 이무기가 멱을 감았다는 대비지가 가운데 아래에 보인다. 그 뒤로 북 영남알프스와 비슬지맥의 산들이 산 너울을 이룬다. |
'부산·울산·경남 산꾼들의 영원한 노스탤지어', '한강 이남의 가장 아름다운 산군(山群)'.
바로 영남알프스입니다.
억산(億山·954m)은 영남알프스의 두 번째 고산인 운문산(雲門山·1,195m) 왼쪽에 있습니다.
이 산은 이름만큼이나 독특한 산입니다.
산 이름은 '억만건곤(億萬乾坤)'에서 나왔습니다.
하늘과 땅 사이 수많은 산 중에 최고의 산이라네요.
당찬 자부심만큼 멀리서 보면 산세가 험준해 산행 초입부터 '억장'을 무너지게 하는 산입니다.
하지만 정상에 오르면 눈앞에 펼쳐지는 일망무제의 산그리메에
'억!' 하며 감탄사를 연발하게 하는 산이기도 합니다.
일부 산꾼은 억산이 '억(화폐 단위)을 벌게 해 준다'며 새해에 표석을 붙잡고 부귀와 사업번창을 빌기도 한답니다. 유명세만큼이나 다양한 매력이 가득한 억산에 다녀왔습니다.
영남알프스 운문산 왼쪽 위치
'억만건곤'에서 산 이름 유래
산행 초입 신라말 창건 석골사
이무기 전설 담은 깨진 바위도
영남알프스의 맏형 가지산에서 불거진 운문산은 운문지맥의 두꺼운 산 주름을 긋는다.
지맥 출발선에 있는 억산은 바통을 구만산으로 잇는다.
운문산~구만산 환종주의 중심 산이다.
산행코스는 석골사에서 올라 억산 남릉으로 붙는다.
남릉에 오르면 운문산을 오른쪽에 두고 정상까지 오른다.
정상~팔풍재 구간은 수월하다.
팔풍재에서 범봉(962m)까지는 힘깨나 쓴다.
범봉~딱밭재 사이는 넉넉한 내리막이다.
하산길은 운문산 기암과 상운암 계곡의 물소리로 신난다.
대비골과 상운암 계곡이 만나는 합수점부터 석골사까지는 온통 '명품 탁족처'다.
들머리 날머리는 계곡이지만 막상 산에서는 물을 보충할 데가 없다.
식수를 넉넉히 준비하자.
산행 거리 8.8㎞. 충분히 쉬어도 5시간 정도면 끝난다.
석골사(石骨寺) 입구 석등을 지나면 길 오른쪽 아래에 높이 10m의 석골폭포가 보인다.
억산과 운문산의 자잘한 골이 품어낸 물이 흐른다.
가뭄에도 마르지 않는다는 옥수다.
바라만 봐도 시원하다.
등산로는 석골사를 통과하거나 우회해도 된다.
일단 절 안으로 들어갔다.
절은 극락전과 칠성각, 요사채 2곳이 있다.
아담하다.
본래 절 이름은 석굴사(石窟寺).
신라 말 비허 조사가 지은 암자로 추정된다.
비허는 도반인 보양 선사와 함께 태조 왕건의 고려 건국을 도왔다.
그 덕에 고려 때는 9개의 말사를 거느렸다.
조선 건국으로 절은 쇠퇴를 거듭하다가 조선후기 영조 11년에 승려 의청이 중창했다.
절은 임진왜란 때 왜적의 화를 입지 않아, 의병과 피란민들이 모이기도 했다.
그러다 한국전쟁 즈음에 빨치산의 소굴이 된다며 관공서에서 절을 불태웠다.
현재의 절은 1962년 신도와 주민들이 다시 지은 것이다.
절 뒷문으로 나와 숲길을 7분 정도 오르면 억산·운문산 등산 안내도와 이정표가 나온다.
왼쪽 비탈로 올라 자잘한 너덜을 밟고 10분 남짓 가면 갈림길이다.
오른쪽을 택한다.
여기서 묘까지는 15분쯤.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 고도가 380m에서 490m대로 오르기에 조금 버겁다.
묘부터는 억산 남릉이다.
외길이라 이정표를 따르면 무리가 없다.
솔과 참나무가 그늘을 만들어 준다.
나뭇가지 사이로 힐끗힐끗 보이던 운문산이 쉼터에 앉으니 어엿하게 드러난다.
영남알프스 제2의 고봉답게 마루금이 두텁고 뚜렷하다.
쉼터를 지나면서 산등성이 군데군데 전망대가 있다.
억산 정상이 멀리 보인다.
남릉에서 보면 툭 튀어나온 바위가 하늘을 향해 포효하는 모습이다.
억산의 대표 브랜드인 '깨진바위'는 남릉보다는 억산 북릉 쪽인 경북 청도 땅에서 봐야 오묘한 맛이 살아난다.
가풀막과 씨름하다 보면 북암산 방면 이정표가 나온다.
우회전해 다시 나무터널로 들어간다.
바람이 시원하고 그늘이 넓어 밥 먹기 알맞은 곳이다.
헬기장을 지나 정상까지는 5분 정도.
그늘이 없어 햇볕을 그대로 받는다.
화강암 너덜로 포장한 듯 돌길이다.
정상은 화강암 암반이다.
청도산악회가 세운 표석은 정상 높이를 944m로 표기했다.
반면 국토지리정보원(이하 지리정보원) 2만 5천 분의 1 지도는 954m이다.
산행팀은 지리정보원의 높이를 따랐다.
문제는 억산의 위치다.
지리정보원의 지도는 억산을 동쪽으로 1.5㎞쯤 떨어진 범봉에 표시했다.
명백한 오류다.
수정이 필요하다.
정상 조망은 탁월했다.
영남알프스의 운문산, 그 뒤로 가지산의 산 너울이 늠름하게 다가온다.
북쪽을 대하니 비슬지맥의 대왕산, 발백산이 운문호 뒤에서 병풍처럼 버티고 있다.
운문호 오른쪽으로 낙동정맥의 단석산, 백운산이 빗장을 친 듯 막고 섰다.
산들은 겁을 주거나 위협하지 않고, 넉넉한 산세와 올곧은 마루금으로 산꾼의 눈을 보듬었다.
정상에서 동쪽으로 50m가량 비스듬히 내려서면 깨진바위가 보인다.
전설에 따르면 억산 북릉 자락에 있는 대비사에서 주지 스님과 상좌가 수양했다.
상좌는 밤마다 뭣에 홀린 듯 밖으로 나갔고, 이를 이상해 여긴 주지 스님이 뒤를 밟았다.
상좌가 대비사 앞에서 옷을 벗고 못으로 뛰어들자 이내 몸이 이무기로 변했다.
놀란 주지 스님이 "거기서 무얼하느냐?"라고 호통 치자, 상좌는 "1년만 있으면 천 년을 채워 용이 되는데…"
라며 억산으로 울면서 도망쳤다.
이때 이무기가 꼬리로 산봉우리를 내리치는 바람에 꼭대기가 두 갈래로 나뉘었다고 한다.
바위는 이무기의 한을 반영한 듯 V자 모양으로 날카롭게 갈라졌다.
깨진바위의 길이는 130여m 갈라진 틈은 20m가량이다.
벼랑에 서서 바위 아래를 내려다보니 천인단애 그 자체다.
까마득한 낭떠러지에서 골바람이 위로 솟구치니 다리가 후들거린다.
절벽에서 돌아서서 오른쪽 진달래 군락지로 난 등로로 다시 들어선다.
가파른 내리막이다.
예전엔 이곳을 내려올 때 밧줄을 이용했는데, 요즘엔 나무계단이 설치돼 한결 수월하다.
7분 정도 가면 팔풍재다.
청도 금천면 사람들이 밀양 산내면 송백리 팔풍 장에 갈 때 넘었던 고개였다.
청도 사람들은 '억산 아랫재'로 부른다.
여기서 대비사, 운문산, 상운암 계곡으로 길이 갈린다.
운문산 쪽으로 간다.
팔풍재부터 제법 길이 가파르다.
정상을 밟은 뒤 이런 된비알을 접하면 산행을 다시 시작하는 기분이다.
15분쯤 오르면 갈림길에 닿는다.
여기서 왼쪽으로 내려가면 호거대, 운문사로 갈 수 있다.
갈림길에서 범봉까지는 15분 남짓.
범봉(962m)은 억산보다 높지만 산세나 조망은 억산의 기세에 눌렸는지 평범하다.
범봉 표석에 누군가가 유성펜으로 '자강불식(自彊不息:스스로 힘을 가다듬어 쉬지 아니함)'이라 써놓았다.
좋은 글귀지만 표석을 훼손한 것 같아 안타깝다.
범봉에서 딱밭재까지는 무난한 내리막이다.
15분 정도면 닿는다.
딱밭재의 유래는 '전에 닥나무가 여기 많이 있었다'는 설과
이 고개부터 운문산이 시작돼 '딱 기가 막힌다'는 설로 나뉜다.
딱밭재부터 다시 숲길로 내려선다.
울퉁불퉁한 너덜이 이어진다.
30분 정도 느긋하게 걷는다.
계곡 물소리가 조금씩 커질 무렵 왼쪽 언덕 사면에 동굴이 있다.
올라가 봤더니 동굴이 비닐로 막혔다.
사람은 없고, 초·향냄새가 가득했다.
기도터이지 싶다.
기도터에서 이정표를 잇달아 지나친다.
상운암 계곡의 기암들이 하산 길을 지루하지 않게 한다.
전망대에서 치마바위를 바라봤다.
돌로 주름을 만든 듯 신기하다.
졸졸대던 물줄기가 시원한 소리를 낸다.
올라올 때 만났던 등산 안내판을 지나니 석골사다.
전망대에서 석골사까지 30분 정도.
석골사 옆 석골폭포에서 발을 담그며 산행을 마무리했다.
글·사진=전대식 기자 pro@
그래픽=노인호 기자 nogari@
밀양 억산 '산행 지도'
밀양 억산 '가는길 먹을곳'
찾아가기
원점회귀 산행이라 자가운전이 편하다.
경부고속도로는 언양IC에서 빠져 밀양·석남사 방면으로 우회전해 가지산 터널~호박소 터널을 통과한다.
얼음골 교차로에서 밀양 방면으로 3.9㎞쯤 달리다 원서(석골)마을 입구에서 우회전한다.
1.3㎞가량 가면 석골사 주차장이 나온다.
대구·부산고속도로를 탔다면 밀양IC에서 울산·언양 방면으로 우회전한다.
24번 국도로 19㎞쯤 달리다 원서마을 입구가 나오면 좌회전한다.
내비게이션은 '석골사'로 검색한다.
대중교통은 부산 서부버스터미널(051-322-8303)에서
밀양시외버스터미널(055-354-3959)로 가는 시외버스를 탄다.
오전 7시부터 매 정시에 차가 있다.
소요시간 1시간.
밀양터미널에서 석남사(남명마을)행 버스를 타고 원서마을 버스정류소에서 내린다.
배차는 오전 7시부터 40~50분 간격.
소요시간 40분.
버스정류소에서 석골사까지는 도보로 20분 정도.
산행을 마치면 석골사에서 원서마을 버스정류소까지 내려와 밀양터미널행 버스를 탄다.
오후 7시 40분까지 40~50분 간격으로 운행.
밀양터미널에서 부산행 시외버스는 오후 8시 55분까지 있다.
음 식 점
석골사 주차장 주변에 있는 '능화가든'(055-353-1825)에서 닭백숙과 오리불고기를 판다.
서너 명은 충분히 먹을 수 있다.
간단한 요깃거리로 파전, 도토리묵도 있다.
산내면주민센터 옆의 '산내식당'(055-352-7043)은 매운탕 정식이 맛있다.
텃밭에서 키운 상추를 서비스로 준다.
꿩요리 전문점인 '꿩농원식당'(055-353-3556)의 매콤하고 담백한 '꿩도리탕'도 괜찮겠다.
지금 가면 갓 출하한 '물오른(?)' 햇꿩이 나온다.
전대식 기자
▲ 석골사 입구 석등을 지나자마자 오른쪽으로 석골폭포가 보인다. 산행 끝난 뒤 땀을 씻기에 좋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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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석골사를 나와 처음 만나는 이정표. 여기서 억산과 운문산 방향이 갈린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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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도군 금천면 대비사에서 본 억산과 깨진바위다. 깨진 틈이 확연이 드러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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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억산 고스락으로 가는 길이다. 화강암이 포장한 듯 깔려있다. 그늘이 없어서 등이 따갑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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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깨진바위 건너편에서 바라본 청도 땅은 산 물결이 춤추는 풍경화다. 이무기가 도망쳐 온 대비지가 가운데로 보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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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깨진바위를 우회해서 내려가는 나무 계단이다. 전에 밧줄로 극복하던 구간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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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범봉으로 가다가 뒤돌아 본 억산 정상이다. 깨진바위를 제대로 보려면 억산 북릉 쪽인 청도에서 보는 게 낫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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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닥나무가 있었다는 딱밭재. 여기서부터 운문산 자락이 공식적으로 시작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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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운암 계곡의 폭포에서 최찬락 대장이 생각에 잠겨 있다. '알탕' 장소로 그만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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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석골사 앞 돌 구름다리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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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양 [억산] '영남 알프스'의 하나... 정상까지 4시간!~
경북 청도군 금천면과 경남 밀양시 산내면의 경계에 위치하고 있는 억산(944m)은 영남알프스 산
군의 북쪽에 있다.
동.서쪽에 운문산과 구만산을 끼고 있으며 산록에는 고찰 석골사가 자리잡고 있다.
이 산은 산행기점을 청도쪽보다는 밀양쪽을 택하는 것이 교통편이 좋다.
산행의 들머리는 가인리 인곡마을.
봉의저수지 못미쳐 마을 오른편의 억산 능선 꼬리부분에 있는 묘지 뒤편으로 길을 잡아야 된다.
처음에는 등산로같은 산길이 이어지지만 30분정도 오르면 묘지가 끝나면서 길도 없어진다.
처음부터 길을 찾아 오르겠다는 생각은 버리고 능선만 제대로 찾아 헤쳐나가면 된다.
그러나 때때로 나타나는 관목숲 사이의 암층은 우회할 길이 없기 때문에 정면 돌파를 해야한다.
1시간 남짓 오르다보면 정면에 큰바위가 앞을 가로막는데 이것이 북바위다.
이곳서 맞은편의 봉우리에 올라서면 돌무더기가 있다. 지형도상 810m 봉이다.
여기서부터는 희미하나마 잡목사이로 길이 있다.
810m 봉에서 내리막인 듯하다가 묘지가 나타나고 다시 올라치면서 암릉을 넘어야 된다.
북바위에서 45분정도,한바탕 땀을 쏟고나면 문바위에 닿는다.
여기서 억산의 정상은 보이지 않지만 동쪽의 가지산 운문산 주변은 물론 남쪽의 수리봉,서쪽의 구만산, 인골,
주전자 바위 등이 한눈에 들어온다.
산릉을 타고 오르락 내리락하다보면 어느듯 810m 봉에 이르는데 문바위에서 1시간정도 걸린다.
여기서 정상까지는 넉넉잡고 30분이면 닿을 수 있다.
낙엽쌓인 등산로를 따라 15분쯤 가면 갈림길이고 다시 헬기장을 지나 정상에 설수 있다.
하산은 석골사나 대비사로 할 수 있고 운문산을 연계해도 된다.
이 코스는 정상까지 4시간가량 소요되는데 능선상에 물이 없으므로 식수는 미리 준비해야 되고
긴소매 상의와 긴바지착용은 필수다.
교통편은 기차를 이용,밀양까지 간다음 밀양에서는 얼음골행 버스를 타면된다.
<황계복.석봉산악회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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