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주 '치악산'
만산홍엽 벗삼아 오르면 절경이 반기니
'3대 악산'이라 겁먹지 마소
숨가쁜 사다리병창 코스 이 악물고 등정
비로봉 대형돌탑 3기돌며 사방을 눈요기
하산길 칠석폭포 물줄기 피로 씻어주네
치악산 정상 비로봉에는 치악산 명물 중 하나인 대형 돌탑 3기가 서 있다. 오른쪽이 신선탑, 왼쪽은 용왕탑이다. 사다리병창 코스로 올라올 경우 처음 만나는 칠성탑은 지나왔다 |
지금의 치악산이란 이름은
"뱀에게 먹힐 뻔한 까투리를 구해준 선비가 나중에 그 꿩의 보은으로 생명을 건졌다"는
꿩의 보은설화가 널리 알려지면서 '붉을 적(赤)' 자가 '꿩 치(雉)' 자로 대체된 것이다.
치악산은 흔히 설악 월악과 함께 험하기로 악명높아 '3악(岳)'으로 불린다.
한번쯤 경험해본 산꾼들이 오죽했으면 '치가 떨리고 악에 받치는 산'이라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까.
이 우스갯말이 나온 진원지는 바로 비로봉 북사면 등산로인 사다리병창 코스.
'병창'이란 '절벽'의 강원도 사투리.
사다리병창은 사다리처럼 경사가 급한 절벽같은 길이란 뜻이다.
국립공원 치악산관리사무소에 따르면 치악산의 연간 탐승객은 약 50만명.
이 중 절반인 25만명이 이 지옥같은 사다리병창 코스를 오른다.
고행길을 이겨냈다는 뿌듯함과 자부심, 그리고 땀흘린 대가로 주어지는 환상적인 조망이 그 이유이리라.
산행팀도 별 고민없이 사다리병창 코스를 택했다.
소문만큼 힘겨웠지만 월악산 월출산 정도를 다녀온 산꾼이라면
그리 걱정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 솔직한 소감이다.
더욱이 이 시기에 찾으면 울긋불긋 단풍에 완전히 매료돼
어떻게 올랐는지 모르고 정상에 닿게 된다.
산행은 구룡주차장~구룡매표소~황장금표~구룡사 원통문~구룡사~
구룡폭포(용소)~대곡야영장~생태학습원~세렴통제소~세렴폭포~
사다리병창·계곡 갈림길~사다리병창~상봉(비로봉)~산불초소~
칠석폭포~ 사다리병창·계곡 갈림길~구룡주차장 순.
순수 걷는 시간은 5시간 안팎.
산행로 입구에선 5~6시간 걸린다고 적혀 있다.
매표소에서 5m쯤 뒤 왼편 둔덕에 눈길끄는 팻말이 있다.
황장금표(黃腸禁標)다.
이 일대는 조선시대때 궁중용 재목으로만 쓰던 황장목이란 소나무 산지여서,
이 나무를 함부로 베어 가지 말라는 경고의 팻말이다.
자세히 보면 바위에 음각해 놓았다.
그러고 보니 주변에 아름드리 황장목이 하늘을 향해 쭉쭉 뻗어 있다.
구룡사 원통문과 구룡사 그리고 매점을 잇따라 지나면 구룡폭포가 힘찬 물소리를 쏟아내고 있고,
바로 밑에는 맑다 못해 시퍼렇기까지 한 용소가 발길을 붙잡는다.
단풍이 절정일 때 한 폭의 아름다운 수채화가 연상된다.
적갈색의 단풍과 흰 포말, 그리고 시퍼런 용소, 생각만 해도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울창한 숲과 시원한 계곡은 계속 이어진다.
대곡야영장과 자연해설센터를 지나면 세렴통제소.
코스가 험난하다보니 오후 2시(동절기 오후 1시) 이후에는 사다리병창 코스의 산행을 통제하는 곳이다.
물론 산행 이외의 목적은 통과 가능하다.
여기까지 대략 50분.
세렴통제소를 지나면 갈림길.
직진하면 세렴폭포,
오른쪽 다리를 건너면 본격 산행길.
100m 떨어진 세렴폭포를 잠시 구경하고 다리를 건넌다.
세렴폭포는 폭포라 부를 만큼 그리 위압적이지 못하니 참고하길.
다리를 건너자마자 바로 갈림길.
오른쪽은 하산길로 쓰이는 계곡길이며, 왼쪽 급경사 나무계단길은 그 유명한 사다리병창길이다.
각각 주봉인 비로봉까지 2.8㎞, 2.7㎞.
3㎞ 거리인 세렴폭포까지 50분 걸렸으니, 2.7㎞에 버거운 코스라 하니 1시간30분 정도로 생각하면 오산이다.
3시간 정도 잡아야 함을 미리 밝혀둔다.
처음부터 숨이 가쁘다.
나무계단으로 기를 죽여 놓더니 곧바로 쇠난간을 쳐둔 돌계단길로 확인사살을 한다.
잠시 숨 고를 틈을 주더니 이내 돌계단으로 몰아넣는다.
20분 뒤 너른 터.
이정표를 보니 500m밖에 못왔다.
한숨만 나온다.
힘을 내라는 건지, 약을 올리는 건지 다람쥐가 기다렸다가 코 앞에서 도망간다.
이런 광경은 산행 내내 계속된다.
10분 뒤 사다리병창.
해발 700m.
지금까지 몸풀기 과정이고, 여기서부터 본격 산행이라는 말에 다리가 풀렸지만 표정은 밝아진다.
붉게 물든 단풍이 보이기 시작하기 때문이다.
특히 이곳은 좌우 낭떠러지인 벼랑길인데다 바위에 뿌리를 내린 소나무가 절묘한 조화를 이뤄
'치악 8경' 중 하나로 손꼽힌다.
저 멀리 비로봉까지 보여 포토 존으로 손색이 없다.
계속되는 나무계단과 돌계단.
곳곳에 이를 연결하는 쇠로 된 발받침대와 밧줄이 약방의 감초처럼 기다린다.
과연 사다리병창이구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든다.
하지만 발을 딛고 있는 지점이 만산홍엽을 연출하는 울긋불긋한 단풍으로 에워싸져 한층 발걸음이 가볍다.
치악산에서 가장 경관이 빼어나다는 사다리병창의 출발점. '치악8경' 중 하나인 이곳은 좌우 낭떠러지인데다 바위에 뿌리를 내린 소나무가 절묘한 조화를 이뤄 간간이 발길을 멈추게 한다. 저 멀리 보이는 봉우리가 주봉인 비로봉이다. 사다리병창 바로 아래에는 '사다리병창(해발 800m)'이라는 이정표가 서 있다. |
'비로봉 0.3㎞'를 알리는 마지막 이정표에서 숨을 돌린다.
해발 1170m.
잠시 위를 쳐다보니 침목계단에 이어 가파른 철계단이 기다린다.
이후에도 알고보니 나무계단으로 연결돼 결국 정상까지 계단이다.
아! 무시무시한 계단이여.
정상에는 치악산 명물 중 하나인 대형 돌탑 3기가 있다.
순서대로 칠성탑 신선탑 용왕탑.
상봉의 장중함을 더해준다.
비로봉에 서면 치악산의 봉우리는 죄다 확인된다.
칠성탑 피뢰침 뒤로 매화산과 그 앞 천지봉이, 여기서 반시계 방향으로
헬기장이 있는 무영봉 뒷봉우리가 삼봉, 그 뒤로 암봉인 투구봉,
토끼봉이 확인된다.
다시 반시계 방향으로 원주시가지를 지나면 향로봉과 남대봉이
시야에 들어온다.
하산은 신선탑과 용왕탑 사이 계단으로 내려선다.
4분 뒤 산불초소 앞 갈림길.
직진하면 입석사 상원사 방향.
다시말해 향로봉 남대봉으로 이어지는 종주능선길.
산행팀은 오른쪽 세렴폭포 방향으로 향한다.
커다란 돌들이 깔린 급경사 너덜같은 길이다.
아래로 쏟아진다는 표현이 어쩌면 적확할 듯하다.
발을 헛디디면 다칠 염려가 있으니 유의하자.
그래도 울긋불긋 단풍이 숲을 덮고 있어 위안이 된다.
아래로 내려갈수록 초록이끼가 무성한 아름다운 계곡의 경관도 일품이다.
산행 시점에 거의 다다랐을 때 왼쪽 계곡에 시선을 붙잡는 폭포가 하나 보인다.
둥근 바위 사이로 흰 포말을 일으키는 물줄기가 수직으로 떨어진다.
칠석폭포다.
사다리병창 갈림길까지는 대략 1시간20분이면 닿는다.
이후부턴 왔던 길로 되돌아간다.
구룡주차장까지는 50분 소요된다.
# 떠나기전에
▷ 서둘면 당일치기도 가능…원조 안흥찐빵 맛 보길
연례행사인 강원도 단풍산행. 설악산은 무박2일 산행이 보편적이지만
오대산 치악산의 경우 무리하면 당일치기도 가능하다.
늦어도 오전 6시에는 떠나야 하며 최대한도로 시간을 아껴써야 함을 미리 일러둔다.
만일 여유있게 1박을 할 경우 국립공원관리공단(www.npa.or.kr) 홈페이지에서
치악산/교통과 숙박/음식점(숙박 겸용) 순으로 클릭하면 원하는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점심 도시락은 민박집이나 치악산 입구 식당에 부탁하면 된다.
비로봉 정상의 돌탑 3기는 20여년 전에 작고한 고 용창중 할아버지가
신의 계시를 받아 지난 1964에 시작해 1974년에 완성했다.
지지난해 태풍 매미때 무너졌지만 이후 헬기로 돌을 나르고, 시민들이 배낭에 돌을 담아 오르는 등
시와 시민들 그리고 국립공원 관리사무소가 일심단결해 수개월 만에 원상복구했다.
정상에서 만난 원주의 한 여성산꾼은 "고 용창중 할아버지가 탑을 쌓게 된 사연은
구룡사 인근 여자 화장실 문에 자세히 적혀있다"고 귀띔했다.
여성 산꾼들이여 확인하고 연락주시길.
또 한가지.
영동고속도로 새말IC로 나오면 횡성군 안흥면을 거쳐 치악산으로 연결된다.
거리에는 안흥찐빵 간판이 자주 보인다.
전국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판매하는 안흥찐빵의 원조가 바로 이곳이다.
꼭 맛을 보자.
# 교통편
▷ 원주터미널서 41번 버스타고 구룡주차장 하차
승용차를 이용할 경우 이정표 기준으로 경부고속도로~중앙고속도로(칠곡 춘천 방향)~영동고속도로(강릉 방향) 새말IC~안흥 치악산 구룡사 방면 우회전~원주 치악산 구룡사 방면 우회전~치악산 구룡주차장 순.
대중교통을 이용할 경우 노포동종합터미널에서 원주행 시외버스를 탄다.
오전 7시20분 첫 차를 시작으로 50분 간격으로 하루 14회 출발하며 막차는 오후 6시20분.
4시간20분 걸린다.
치악산 구룡주차장에 가기 위해선 원주터미널에서 나와 길건너 시내버스 41번을 탄다.
30분 간격으로 있으며 40분 걸린다.
원주터미널에서 부산행 시외버스는 50분 간격으로 하루 14회 있다.
막차는 오후 7시50분.
▶글·사진 = 이흥곤기자 hung@
주봉인 비로봉( 해발 1,288m 일명 시루봉)을 중심으로 향로봉(1,043m) 남대봉(1,181.5m) 등이
남북으로 14 에 걸쳐 병풍처럼 이어져 하나의 산줄기를 이루었다.
단풍이 아름다워 적악산으로 불렸으나 선비와 꿩과 구렁이가 얽힌 애절한 보은의 사연이 기슭에 서려
치악산으로 이름이 바뀌었다.
84년 16번째 국립공원으로 지정됐다.
부산서는 자주 갈 수 없는 산이지만 특히 눈과 얼음이 많아 연휴때 찾을 경우
겨울등산의 묘미를 가득 느낄 수 있다.
원주시를 품에안고 치솟은 비로봉 등 봉우리는 솟음이 너무나 치열하고 당당하다.
1,200m급의 산세로는 느낄 수 없는 경사도와 힘듦을 절절이 알려준다.
겨울엔 출입통제로 구룡사가 등산들머리인 비로능선(사다리병창)과 비로계곡 산행로만이 뚫려있다.
구룡사에서 큰골을 따라 30분가량 가면 세렴폭포입구.
길은 계곡을 향하는 쪽과 다리를 건너 오른편으로 가는 쪽으로 나뉘어진다.
계곡길은 세렴폭포로 가지만 정상을 향한 등산로는 폐쇄,다
리를 건너 오른편 길은 기슭에 닿자마자 또 갈래가 된다.
능선길이 사다리병창을 거쳐가는 등산로,
기슭을 따라 오른편으로 돌아가는 길은 비로계곡으로 들어선다.
해발 700m 안팎의 사다리병창은 치악산을 대표하는 험난한 바위길로 매우 가팔라
쇠줄을 설치해 놓았지만 아찔할 정도의 위험이 도사린 곳도 있다.
비로봉까지 직등하는 이길은 초입부터 가풀막져 극터듬어야 하는 등 정상까지 숨가쁨의 연속이다.
지난 3일 이미 8부이상 능선엔 내린 눈이 다져져 아이젠을 하고 올라야 할 정도였다.
세렴폭다리에서 정상까지는 3시간 30분 안팎이 걸렸다.
하산은 구룡사를 내려다보고 왼편능선을 내려가 약수터(1,150m)에서
오른편의 비로계곡(구룡사행)으로 향한다.
이 계곡은 응달이라 눈과 얼음이 길을 덮었다.(세렴폭다리까지 1시간 40분)
통제가 풀리면 상원사~남대봉~비로봉~구룡사의 종주도 해볼만.
구룡사는 치악산의 대표적인 절이며 해발 1,050m에 있는 상원사는
꿩의 보은으로 유명하며 입석대 등 명소도 즐비.
비로봉정상의 찰성 신성 용왕 등 3개 돌탑도 특이하다.
기차편은 부전역에서 오후 7시5분(원주착 오전 3시30분) 부산진역 오후 8시56분(원주착 오전 3시)
원주 오후 10시(부산착 오전 5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