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어래산~도덕산'
산자락마다 '선현들의 발자취' 켜켜이…
▲ 어래산~도덕산 종주 코스의 반환점이 되는 봉좌산 정상. 암릉이 제법 발달한 이 산 정상에 서면 포항시 기계면 일대는 물론 그 너머 포항공단이 발아래로 내려다 보인다. |
이번주 산행지는 경북 경주시와 영천시 경계에 있는 도덕산(703m)이다.
7번 국도를 타고 경주에서 포항으로 가다보면 포항 조금 못 미쳐 왼쪽에 안강벌이라는 꽤 너른 들이 있는데
그 들을 북쪽에서 감싸고 있는 산이다.
눈이 부실 정도의 현란한 산세를 자랑하는 산은 아니지만 평야지대에 우뚝 솟아 있다보니 높이에 비해 장중할 뿐 아니라 조망도 거리낌없어 호쾌한 산행을 즐기는 지역의 산꾼들이 자주 찾는 곳이다.
실제로 이 산에 올라보면 안강의 너른 들이 시원하게 펼쳐지고 맑은 날이면
그 너머로 동해바다가 쪽빛 푸른 물결로 출렁인다.
어깨를 맞댄 자옥산(570m) 봉좌산(625m) 어래산(572m)이 더욱 가깝게 보이고
멀리 북쪽으로 기룡산 운주산,그리고 머리에 흰눈을 인 보현산이 시선 가득이 들어온다.
남쪽으로 산그리메로 아련한 영남알프스의 연봉이 유독 눈에 밟히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지 모른다.
도덕산을 소개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하지만 이것만이 도덕산을 찾는 이유의 전부가 아니다.
도덕산은 조선시대 영남오현의 한 사람인 회재 이언적 선생의 예사롭지 않은 발자취가 고풍의 문화유산으로,
혹은 범접하기 어려운 기품으로 자락 곳곳에 깃들어 있는 곳이다.
회재 선생의 발자취를 함께 더듬어 봐야 비로소 도덕산의 매력을 제대로 향유한다고 할 수 있다.
그의 흔적은 사랑채인 독락당(보물 413호)과 사저인 계정,그리고 그를 제향하기 위해 세운
옥산서원(사적 154호) 등의 유적에서 찾아볼 수 있다.
도덕산의 이름 역시 그가 생명을 불어넣은 사산오대의 하나에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독락당은 특출한 공간구성으로 자연과 잘 어우러진 한옥의 아름다움을 더욱 극대화한 고건축물이며
조선말 대원군의 서원철폐 시에도 훼철되지 않은 옥산서원은 당대 명필들의 글씨가 더욱 시선을 끄는 곳이다.
그래서 독락당은 정면에서보다 계곡으로 내려가 볼 때 더욱 운치가 있고 옥산서원은 곳곳의 현판을
더욱 꼼꼼히 살펴볼 때 의미가 크다고 한다.
참고로 강의실인 구인당 바깥의 옥산서원 현판은 추사 김정희가,안쪽에 걸린 또다른 서체의 옥산서원 현판은
아계 이산해가,그리고 구인당 제호의 현판은 한석봉이 쓴 글이라 한다.
도덕산은 이밖에도 문화유산이 여럿 있다.
특히 돋보이는 것은 국보 제40호인 정혜사지 13층석탑이다.
흙으로 쌓은 1단의 기단 위에 13층의 몸돌을 올린 탑의 모습은 불국사의 다보탑 등과 함께
우리나라 이형(異形)석탑의 걸작으로 평가받는다고 한다.
이번주 산은 도덕산은 물론,이 산 자락에 깃든 여러 문화유적들을 두루 탐방하는 코스로 꾸몄다.
더불어 도덕산만 타고 내려오기에는 다소 아쉬움이 남을 것 같아 어깨를 맞대고 있는
주변의 산들을 하나로 묶어 원점회귀 종주코스로 기획했다.
개략적으로 보면 먼저 옥산서원에 들러 문향에 젖어본 뒤 뒷산인 어래산에 오른다.
그리고 봉좌산으로 이어간 뒤 도덕산을 탄다.
끝으로 자옥산쪽 안부를 거쳐 정혜사지 석탑으로 내려온다.
구체적 답사경로는 다음과 같다.
경북 경주시 안강읍 옥산1리 산장식당앞~옥산1리표석~옥산서원~어래산~봉좌산~낙동정맥길~도덕산~안부~정혜사지13층석탑~독락당 앞 버스종점 순.
도상거리만 15.5㎞에 달하는 이 코스는 걷는 시간만 5시간,
휴식 및 문화재 탐방시간을 포함한다면 7시간은 잡아야 할 것이다.
사실 이 코스는 도상거리만을 두고 볼 때 당일 일정으로는 조금은 빠듯하다.
하지만 암릉이 많지 않은 부드러운 능선이 대부분인데다 길도 대체로 뚜렷해 생각보다 빠르게 진행할 수 있다.
다만 기온이 급상승하는 4월 중순 이후에는 무리가 따를 것으로 보인다.
물을 충분히 준비하는 것과 아이젠을 지참하는 것은 두말할 필요 없는 기본이다.
산행은 옥산1리 표석에서 시작한다.
표석은 옥산행 버스를 탔을 경우 종점 바로 앞의 정류소에 있는 '산장식당' 맞은편에 있다.
식당은 대형입간판이 있어 참고한다.
옥산1리 표석을 보고 오른쪽 시멘트 길로 접어든다.
3분쯤 그 길을 이어가면 넓은 공터와 함께 옥산서원이 보인다.
철제 울타리 출입구를 통해 통나무 외다리를 건너면 서원 앞이다.
서원 탐방은 정문인 역락문을 통해 출입할 수 없고 대신 서원 오른쪽의 쪽문을 통해 들어갈 수 있다.
본격적인 산행 들머리는 서원 오른쪽 끝에 있는 화장실 뒤편으로 열려 있다.
화장실 오른쪽을 돌아가면 터밭 옆으로 산으로 이어진 길이 보인다.
그 길을 따르면 곧 산행이 시작된다.
길은 사면을 조금 따라가다 능선에 올라서면서부터 마루금을 거의 이어간다.
옥산1리 표석에서 화장실까지 5분,다시 능선까지 7분이 걸린다.
능선에서의 등로는 어래산을 지나 헬기장 아래 갈림길을 만나기 전까지 외길이다.
옥산지와 맞은편 도덕산이 시야에 들어오는 442봉까지 30분,442봉에서 진행방향 오른쪽(동쪽)으로
줄곧 올라야 하는 어래산까지 15분이 더 걸린다.
철탑 망루가 정상석을 대신하고 있는 어래산은 조망이 시원하다.
특히 발아래 안강들과 시가지는 더할나위 없이 가깝게 보인다.
헬기장까지 5분 소요.
임도삼거리는 헬기장을 지나 바로 만나는 갈림길에서 왼쪽으로 이어진다.
길은 급전직하하는 급경사길이다.
200m 가까이 고도를 낮추는 곳이기 때문에 특히 미끄럼에 주의한다.
안부까지 13분,여러 기의 무덤을 지나 만나는 임도삼거리(안부)까지 다시 13분이 더 걸린다.
임도삼거리에서 봉좌산 가는 길은 진행 방향 정면의 능선으로 나 있다.
등로는 능선으로 조금 오르다가 능선의 왼쪽 사면을 에돌아간다.
다시 무덤을 만나면 오른쪽 윗길로 향한다.
이후 만나는 안부에서 능선과 합류한 뒤 관음사와 포항시 기계면을 잇는 안부사거리까지
능선 마루금의 외길을 따라간다.
임도삼거리에서 부채손 이끼가 덕지덕지 붙어있는 암릉 조망바위까지 18분,
다시 안부사거리까지 25분이 소요된다.
난데 없는 브라질국기가 나뭇가지에 걸려 있는 안부사거리에서의 봉좌산 가는 길은
진행 방향 정면의 능선길로 연결된다.
등로는 외길이지만 고도를 270m 정도 높여야 하는 오름길이어서 조금은 힘이 든다.
봉좌산 정상까지 30분 소요.
봉좌산은 부드러운 낙엽길이 대부분인 이번 산행에서 암릉의 묘미가 제법 짜릿한 곳이다.
암봉으로 솟은 정상에 서면 발 아래 북쪽의 포항시 기계면 일대는 물론 동쪽의 포항 앞바다가 한눈에 들어온다. 전체 구간의 반환점에 해당된다.
참고로 산의 실제 높이 625m는 국립지리원 발행 2만5천분지1 지형도의 등고선을 읽어 나왔다.
봉좌산을 내려와 10분쯤 마루금을 이어가면 낙동정맥 분기점인 615봉에 닿는다.
봉우리에서 오른쪽은 운주산 방향,왼쪽은 도덕산 방향이다.
이후 등로는 도덕산 방향의 정맥길을 따른다.
물론 봉우리 직전의 갈림길에서 왼쪽의 사면길을 따라가도 등로를 이어갈 수 있다.
길 또한 정맥의 마루금답게 뚜렷해 큰 어려움 없이 진행할 수 있다.
중간에 만나는 희미한 갈림길은 무시한다.
다만 542봉을 지나 만나는 갈림길에서 왼쪽의 마루금을 따르지 않고
오른쪽의 평탄한 사면길을 이어가는 것은 길 찾는 수고를 덜기 위해서다.
615봉에서 옥산저수지 아래로 떨어지는 갈림길까지 22분,임도까지 18분,임도를 약간 거슬러 올라가
다시 능선으로 붙어 꾸준한 오름길로 만나는 571봉(삼각점은 등로 왼쪽에 있다)까지 20분,
다시 낙동정맥 갈림길까지 12분이 더 걸린다.
정맥 갈림길은 등로 오른쪽에 붙어 있는 수많은 리본으로 알 수 있다.
도덕산은 갈림길에서 직진 방향의 오름길로 연결된다.
정상까지 10분 소요.
암봉으로 솟아 곳곳에 전망대를 이루고 있는 정상은 주변의 최고봉답게 조망이 압권이다.
멀리 남쪽의 영남알프스 연봉도 조망된다.
정혜사지 석탑은 도덕산과 자옥산을 연결하는 안부에서 왼쪽 계곡길로 연결된다.
그 안부로 가는 길은 자옥산을 정면으로 보고 경사가 급한 능선길로 내려서야 한다.
정상에서 내려가면 곧 이정표가 있는 도덕암 갈림길을 만나고 다시 그곳을 정면으로 통과하면
큰 바위가 있는 작은 안부에 닿게 된다.
여기서 등로는 큰 바위를 피해 왼쪽으로 우회한다.
우회하기 위해 왼쪽으로 내려서는 지점에 아래로 바로 떨어지는 뚜렷한 갈림길이 있어 무심코 내려서기 싶다.
왼쪽으로 내려서서 바위를 돌아 오른쪽 위로 올라가야 한다는 점을 상기한다.
독도유의 지점이다.
이후 등로는 안부까지 손쉽게 내려갈 수 있다.
정상에서 큰바위 갈림길까지 3분,다시 안부까지 20분쯤 걸린다.
안부서는 이정표의 13층석탑 방향을 따르면 된다.
자옥사 안내 푯말이 있는 곳까지 17분이 걸린다.
푯말에선 직진의 좋은 길을 버리고 오른쪽으로 내려선다.
8분쯤 발품을 팔면 납골당 지나 13층석탑에 닿게 된다.
독락당은 도로로 나와 오른쪽으로 3분만 내려가면 고택으로 만난다.
글·사진=진용성기자 ysjin@
경주 어래산~도덕산 '개념도'
경주 어래산~도덕산 '교통편 - 산행수첩'
옥산서원으로 올라 정혜사지 13층석탑으로 내려오는 이번 코스는 100% 원점회귀 코스다.
자가 승용차를 이용해도 괜찮고,갈아타는 번거로움은 있으나 대중교통편 이용도 가능하다.
차를 가져간다면 경부고속국도와 대구~포항 간 자동차전용 20번 국도를 이용하는 것이
한결 수월하게 접근할 수 있다.
지역으론 건천→안강→옥산리 순이다.
먼저 경부고속국도 건천나들목을 빠져나간다.
요금소를 지나자마자 바로 만나는 도로에서 좌회전한다.
20번 자동차 전용도로는 여기서 정면의 경부고속국도 아래 굴다리를 통과해 왼쪽으로 올라서는 도로에서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따라서 굴다리를 지나자마자 바로 좌회전한다.
경주 포항 방면 이정표가 있어 참고한다.
전용도로로 올라서서 10여분을 달리면 안강방면 925번 분기점이 나온다.
그 이정표를 보고 전용도로에서 내려오면 이번엔 경주와 안강을 잇는 68번 지방도를 만나게 된다.
안강 방면으로 좌회전한다. 다시 10여분쯤 달리면 안강읍에 닿는다.
산행 들머리인 옥산서원은 영천과 포항을 잇는 28번 국도의 영천쪽 방향으로 연결된다.
따라서 안강읍 직전의 근계교를 지나 읍내를 직진으로 통과해 안강로터리까지 간다.
28번 국도는 안강로터리에서 왼쪽으로 이어진다.
이후 28번 국도로 바꿔 타고 영천방면으로 향한다.
5㎞쯤 올라가면 도로 오른쪽에 옥산리 진입로를 만나게 된다.
진입로 입구에 옥산서원 표석이 있어 참고한다.
옥산리 진입로는 풍산금속 안강공장을 지나 1~2분 거리에 있다.
버스를 이용하자면 노포동 종합터미널에서 경주로 간다.
경주행 버스는 오전 5시30분부터 15분 간격으로 있다.
경주선 안강의 옥산서원으로 바로 가는 203번 노선 버스가 있다.
경주시외버스터미널 서쪽의 길 건너 정류소에서 탈 수 있다.
산행시간에 맞는 버스는 오전엔 8시50분,9시45분 2편이 있다.
옥산서원에서 나오는 차는 오후 7시40분이 막차다.
경주서 부산으로 내려가는 차 역시 수시로 있다.
진용성기자
경주 '도덕산'
올곧은 산세, 고즈넉한 문화 유적… 올려다보니 시간 멈춘 듯
▲ 국보 제40호인 정혜사지 13층 석탑 뒤로 도덕산 정상과 전망대가 보인다. 무오사화로 중앙정치에서 물러난 회재 이언적. 그도 이 탑 앞에서 저녁노을을 보면서 깊은 생각에 잠겼을 것이다. |
"평생 경전 연구에 뜻 둠은/ 구차하게 이름 내려 함이 아닐세/ 도를 얻어 세상에 나가서는 충의에 의지했고/ 운이 다해 산에 와서는 성령을 길렀네/ 어찌 삶이 굴곡졌다 불쾌해 하리오."
이 글은 조선 중종 때 유학자이며 정치가인 회재(晦齋) 이언적(李彦迪·1491∼1553)의
'산당에 병이 일어(山堂病起)'라는 시다.
회재는 27세 때 한참 선배인 50세의 망기당 조한보와 태극 논쟁을 벌였다.
조선 유학사에 기록된 최초의 이기논쟁이다.
유학의 이론적 기틀을 만든 회재지만 두 차례의 사화를 겪으면서 역사의 격랑에 휘말렸다.
무오사화(1498년)가 일어나자 회재는 외가인 경주 양동리와 가까운 안강읍 옥산리로 귀향했다.
진득한 흙길, 넓은 들 품은 산
조선 유학자 이언적이 명명
날머리엔 정혜사지 13층 석탑
조선 명필 가득한 옥산서원도
그가 '운이 다해 성령을 길렀던 산'이 경북 경주시 안강읍과 영천시 고경면, 임고면을 경계로 하는
자옥산(紫玉山·570m)과 도덕산(道德山·708m)이다.
산세는 회재의 품성처럼 말끔 담백하다.
이름난 암봉 하나 없는 오롯한 육산이다.
질박한 산이지만 산주름은 낙동정맥과 어엿이 이어지는 뼈대 있는 산이다.
한때 '옥산 환종주'가 산꾼들 사이에서 유행했다.
자옥산~도덕산~봉좌산(鳳座山·600m)~어래산(魚來山·572m)을 잇는 10시간짜리 코스다.
부산·울산·경남에서 가까운 데다 경북 영천·포항 땅과 동해, 옛 서라벌의 너른 들판을 조망할 수 있어
고산준령에서 만나는 조망미와 또 다른 매력이 있다.
연일 예측을 불허하던 궂은 날씨가 잠잠해질 태세다.
아직 가을이라고 말하기엔 민망하지만, 산 품으로 들어가면 제법 서늘한 기운이 느껴진다.
도덕산은 초가을을 준비하는 '몸 풀기' 산행지'로 적격이다.
날머리 부근에 있는 정혜사지 13층 석탑(국보 제40호)과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독락당(보물 제413호),
옥산서원(사적 제154호)은 땅 위의 박물관이다.
아이의 손을 잡고 한 번쯤 들를 만하다.
코스는 자옥산을 거쳐 자옥산~도덕산 안부를 지난다.
도덕산에서 낙동정맥 합류점을 지나 459봉을 거쳐 갈림길에서 하산길을 연다.
기점~자옥산 정상, 자옥산 안부~도덕산 정상 구간이 땀깨나 빼는 가풀막이다.
도덕산 동쪽 능선을 타고 내려오는 하산길은 오르내리막이 번갈아 나오는데 그다지 힘겹지 않지만,
조금 성가신 편이다.
쉬고 먹는 시간을 포함해 5시간 정도 걸린다.
산행 거리 약 11.2㎞.
진득한 흙길의 연속이라 제대로 걷는 재미를 만끽할 수 있다.
산행 기점은 독락당에서 남쪽으로 380여m 떨어진 산장식당이다.
식당 우측으로 난 오솔길로 1분쯤 가면 너른 공터가 있다.
공터 오른쪽에 자옥산 방향 이정표가 있다.
키 낮은 솔들이 길가에 빽빽하게 들어섰다.
등산로 바닥은 퇴적암이 훤히 드러나 마치 돌계단을 밟고 오르는 것처럼 신기하다.
산은 조금씩 키를 높인다.
산행 초급자라면 길이 사나울 법하겠다.
앞을 보고 뒤돌아봐도 조망은 인색하다.
이름 모를 산새가 '꽉꽉' 대며 산꾼을 놀라게 한다.
쉼터로 삼을 만한 데가 중간마다 있다.
산장식당에서 출발한 지 40여 분 만에 자옥산 턱밑까지 올랐다.
전망이 썩 좋을 법한데, 아침부터 낀 안개가 기어이 사달을 내고 만다.
안강읍과 안강평야가 보일락 말락 하며 애를 태운다.
안개가 사라지길 속으로 빌지만 희망사항일 뿐이다.
결국 조망을 포기하고 자옥산에 올랐다.
옥산산수회가 쌓은 돌탑과 표석이 정상에 있다.
느티나무, 상수리나무, 갈참나무가 주변 조망을 가렸다.
길은 세 갈래다.
남동쪽으로 산행팀이 오른 등산로, 남서쪽은 안강읍 하곡리, 도덕산은 북쪽이다.
북쪽으로 간다.
길은 툭툭 표고를 떨어트리며 아래로 내려선다.
검은빛 흙길이 제법 미끄럽다.
자옥산 정상에서 안부까지는 15분 정도.
안부 좌우로 하산로가 있다.
왼쪽은 고경면 오룡리, 오른쪽은 정혜사지로 연결된다.
안부를 지나면서 두 번째 된비알과 씨름해야 한다.
첫 번째 된비알보다 조금 수월하다.
경사는 가파르지만 길바닥은 순한 편이다.
가는 여름을 아쉬워하는지 매미들이 떼 지어 합창이다.
그 바람에 호젓한 산길이 매미 소리로 어지럽다.
안부에서 25분 정도면 전망대에 닿는다.
자옥산 부근에 있던 안개가 산행팀을 따라왔는지 아까보다 더 심하게 깔렸다.
능선만 어렴풋이 보일 뿐 옥산서원이 있는 마을은 안개에 묻혔다.
날이 좋으면 동해와 포항 땅이 보일 텐데.
애꿎은 안개를 자꾸만 나무란다.
전망대에서 5분 정도 오르면 도덕산 정상이다.
돌출된 암봉이 나무에 가려 있다.
국토지리정보원 2만 5천 분의 1 지도는 정상 높이를 708m로 표시했다.
하지만 정상 표석엔 702m로 새겼다.
산행팀은 국토지리정보원의 높이를 따랐다.
정상엔 표석이 두 개가 있다.
그 중 하나에 도덕산의 유래가 적혀 있다.
신라 선덕왕(780년) 때 당나라의 첨의사인 백우경이 참소돼 자옥산에 숨어 살면서
지금의 정혜사지에 영월당과 만세암을 세웠다.
선덕왕이 이곳을 방문한 뒤로 이 산을 두득산(斗德山)이라고 불렀다.
이후 회재가 1533년에 옥산리에 오면서 이 산을 도덕산으로 고쳐 불렀다고 한다.
정상 암봉을 약간 우회하면 전망 좋은 곳이 있다.
발밑으로 옥산리가 보이는 곳이다.
여전히 안개와 구름에 가려 시계는 '제로'다.
희미한 마을을 대하니 애틋한 마음뿐이다.
사화로 벼슬에서 물러나 도덕산에 올랐던 회재도 한양 땅을 바라보며 애틋했을까?
한참을 기다렸지만 결국 옥산리 전망을 사진에 담는 데 실패했다.
하산길에서 도덕산 전경을 바라보기로 하고 갈 길을 재촉했다.
송전탑을 지나 640여m 내려가다 잘록한 지점에 반석(너럭바위)이 나온다.
70~80명이 앉아도 될 정도로 넓다.
반석에서 2분 정도 직진하면 낙동정맥 합류지점이다.
정맥은 여기서 삼성산(589m), 단석산(827m)을 밟고 영남알프스의 고헌산(1034m)까지 남하한다.
여기서 582봉을 넘어 천장산 삼거리를 지나 임도까지 30분 남짓 걸린다.
임도를 조금 걷다가 산악대피소 정자 왼쪽으로 난 등산로로 다시 붙는다.
435봉, 459봉을 지나 10분 정도 가면 갈림길이 나온다.
눈에 띄는 지형지물이 없어서 산행 안내리본을 잘 살펴야 한다.
갈림길에서 오르내리막이 반복된다.
길이 지루하다 싶을 무렵 송전탑이 나온다.
송전탑에서 도덕산을 바라보면 산자락보다 어지러운 배전선이 눈에 먼저 걸린다.
한때 주민들이 세계문화유산이 있는 마을 주변에 '흉물이 지나간다'며 한국전력 측과 다투기도 했다.
송전탑에서 20분 정도 능선을 밟으면 마지막 봉우리인 300봉을 만난다.
능선을 따라 안장된 여강 이씨들의 묘 옆길을 따라가면 옥산지 앞 임도로 떨어진다.
잠시 뒤 회재의 아들인 잠계 이전인(李全仁·1516~1568)을 봉향하는 장산서원이 나온다.
잠계는 회재가 평안도 강계에 유배돼 운명할 때까지 7년 동안 곁을 지켰다.
장산서원에서 10분쯤 더 가면 오른쪽에 정혜사지 13층 석탑이 보인다.
흙으로 쌓은 기단에 높이 5.9m의 13층 몸돌을 올렸다.
통일신라시대 석탑 중에서 가장 독특하다고 평가된다.
정혜사지에서 독락당까지는 5분 거리.
회재의 후손들이 살고 있다.
회재가 공부하고 놀았다는 '계정'은 공사 중이다.
독락당 주차장에서 산행을 마쳤다.
여기서 자동차로 5분쯤 서원마을 방향으로 가면 회재를 기리는 옥산서원이 있다.
석봉 한호, 추사 김정희 등 조선 명필의 글이 수두룩하다.
문화해설사가 있어 안내를 받아도 된다.
글·사진=전대식 기자 pro@
그래픽=노인호 기자 nogari@
경주 도덕산 '산행지도'
▲ 산행지도 (※ 사진을 클릭하면 더 크게 볼 수 있습니다.) |
경주 도덕산 '가는길 먹을곳'
찾아가기
산행기점과 종점이 400m가량 떨어져 있어 사실상 원점회귀 산행이다.
자가승용차나 대중교통 둘 다 괜찮다.
자가운전을 한다면 경부고속도로 경주IC에 빠져 오릉네거리에서 오릉·경주경찰서 방면으로 좌회전한다.
내남네거리(우회전)와 팔우정삼거리(좌회전)를 지나 황성지하도네거리에서 신경주역 방향으로 좌회전한다.
이후 금장교차로에서 포항·안강 방면으로 우회전해 68번 지방도로를 타고 21㎞쯤 간다.
옥산서원 안내판이 보이면 우회전해 2㎞ 남짓 더 가면 독락당이 보인다.
차를 독락당 앞 주차장에 세우고 들머리까지 도보로 5분 정도 이동한다.
대중교통은 부산 노포동 동부시외버스터미널(1688-9969)에서
오전 5시 30분부터 10분 간격으로 운행하는 경주행 시외버스를 탄다. 소요시간 50분.
경주시외버스터미널(1666-5599)에서는 길 건너편 시내버스 정류소에서
독락당까지 가는 203번 노선버스를 타야 한다.
오전엔 6시 20분, 7시 50분, 9시 20분, 10시 50분에 차가 있다.
소요시간 1시간 10분 정도.
독락당에서 경주터미널로 나오는 버스는
오후엔 12시 5분, 1시 35분, 3시 5분, 4시 35분, 6시 5분. 7시 5분(막차)에 있다.
경주터미널에서 부산으로 일반버스는 오후 9시 50분까지,
심야버스는 오후 11시 20분, 오전 0시 20분 두 편이 있다.
음 식 점
기점에 있는 산장식당(054-762-3716)은 오리불고기로 유명한 집이다.
산꾼이나 옥산서원 방문객들이 즐겨 찾는다.
1마리면 두서너 명은 먹을 수 있겠다.
오리고기를 먹고 나면 밥을 볶아 준다.
산행시간에 맞춰 예약하면 되겠다.
오리불고기 이외에 산채비빔밥, 도토리묵도 판다.
전대식 기자
▲ 표고 (※ 사진을 클릭하면 더 크게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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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장식당 오른쪽에 있는 공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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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덕산 정상. 경주시 안강읍, 영천시 고경면에서 세운 표석이 두 개나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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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석 지대. 70~80명은 쉴 수 있을 만큼 넓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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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산 길은 여강 이씨 묘가 쭈욱 늘어선 선 능선을 따라 간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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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혜사지 13층 석탑. 멀리 도덕산이 보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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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락당 입구. 회재의 후손이 살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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