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소리'
조심조심 예민한 녀석…새끼 핥으며 보듬는 모습에 뭉클
- 별명: 작은곰
- 취미: 굴파기
- 특기: 죽은척
곰의 생태특성과 거의 비슷해 '작은 곰'이라는 별칭을 가진 야생 오소리.
밤을 지배하는 최상위 포식자이지만 이제 국내에선 점차 사라져 가고 있는 야생동물 중 하나이다.
취재팀은 지난해 12월부터 지난달까지 경남 함양 지리산과 밀양 금오산, 경북 청룡산, 전남 구례 지리산 자락 등 야생 오소리가 서식하고 있다는 4곳의 제보를 받고 7개월간의 추적 끝에 지리산과 금오산에서
오소리 흔적을 찾았다.
추위가 시작된 지난해 12월 함양군 지리산 자락 눈 덮인 해발 766m에서 특이한 흔적을 발견했다.
오소리 발자국이었다.
발자국이 끝나는 지점 샛길 바로 옆 나지막한 언덕에는 오소리의 겨울잠 보금자리로 추정되는
조그만 굴이 보였다.
취재팀은 동면을 방해하지 않고 봄까지 기다리기로 하고 발걸음을 돌렸다.
5개월간의 동면을 마친 오소리가 굴에서 고개를 내밀고 있다. |
해를 넘겨 지난 4월 오소리를 또다시 찾아 나섰다.
샛길 등산로에서 오소리 화장실이 발견됐다.
오소리는 일정한 곳에 배설하는 습성이 있다.
자신의 영역임을 다른 동물에게 알리는 표시이기도 하다.
화장실에서 20m도 못 미치는 곳에 굴이 있었다.
경사면 절벽에 위치해 한눈에 봐도 안전한 피난처임을
알 수 있을 정도였다.
입구의 낙엽과 지푸라기는 겨울철 따뜻한 동면을 위해
활용한 것으로 보였다.
워낙 민감한 탓에 조심스럽게 굴 주변 통로를 중심으로 적외선 무인카메라 6대를 설치했다.
통상 오소리의 활동 반경은 굴을 중심으로 반경 1㎞ 내외다.
일주일 만에 굴 입구에서 멈칫하는 동작이 감지됐다.
동면을 마친 오소리가 굴 입구에서 계속 두리번거리기만 하다 굴속으로 들어가버렸다.
굴 입구의 적외선 무인카메라 설치를 알아차린 탓일까. 소문대로 아주 민감한 놈이었다.
2시간쯤 지났을까, 오소리가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이놈은 이마에서 콧등까지, 그리고 양 볼이 하얀색을 띠고 있다.
굴 앞에 나와서도 경계를 늦추지 않는다.
사람의 흔적을 후각으로 확인한 데다 적외선 무인카메라의 불빛을 의식하고 있는 듯했다.
다행히 잠시 후 안전하다고 판단했는지 먹이활동에 나섰다.
함양군 지리산 자락 7부 능선 오솔길에서 말로만 듣던 오소리가 판 굴 흔적을 발견했다. |
일주일 뒤 또다시 오소리가 카메라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이번엔 적외선 카메라에 적응된 모습이다.
오소리는 먹이활동을 할 때 항상 다니는 길만 이용한다.
청각과 후각이 매우 발달한 오소리는 후각을 이용해 먹잇감을 탐지한 후
주둥이와 앞발로 포획한다.
먹이는 주로 지렁이와 딱정벌레.
밤이면 모습을 드러내는 야행성 양서류와 파충류도 좋아한다.
특히 뱀은 영양이 풍부한 고급 특식이다.
한마디로 잡식성이다.
초저녁 먹이활동을 또 나간다.
다른 한 마리가 조심스럽게 굴을 나와 경계한다.
갑자기 큰 먹이를 횡재한 듯 급히 숲 속으로 사라졌다.
굴 내부가 궁금해 내시경 카메라로 관찰을 시도했다.
어린 새끼 두 마리가 굴속에서 서로 의지한 채 잠을 자는 모습이 포착됐다.
어미는 새끼를 핥으며 온 정성을 쏟고 있었다.
운이 좋아 촬영에 성공했지만 가슴이 뭉클했다.
새끼들은 앞으로 60일 동안 여기서 어미의 젖과 사랑에 의존해 무럭무럭 자랄 것이다.
밤이 되자 얼굴이 길고 뾰족하게 생긴 오소리 한 마리가 오솔길을 따라 먹이를 찾아 걸어오고 있다. |
한 달 만에 다시 찾았다.
내시경 카메라에 비친 새끼들은 몰라보게 자라 있었다.
어미 오소리가 받아먹는 것은 새끼들의 오줌.
어미는 새끼들의 항문 주위를 자극해 소변을 받아낸다.
굴속 보금자리의 청결을 위해서다.
새끼들이 노는 사이 어미는 사냥을 위해 숲 속으로 사라진다.
며칠 후 굴 안의 새끼들이 사라졌다.
천적이 나타난 걸 눈치챈 어미가 다른 굴로 새끼들을 피신시킨 것으로
추정된다.
샛길 등산로가 바로 옆이라 불안감이 가중됐으리라.
오소리는 굴 파는 재주 말고 독특한 재주를 하나 더 갖고 있다.
죽은 시늉이 바로 그것이다.
한 번쯤 들어봤음 직한 일화 한 토막.
오소리 굴을 발견한 시골 마을 사람들이 연기를 피워 굴 밖으로 내몰았다.
참다못한 오소리가 뛰어나오자 포위해 몽둥이로 사정없이 두들겨 팼다.
쓰러져 꼼짝도 안 하는 오소리.
죽은 것으로 착각, 주워담기 위해 망태기를 찾으려고 긴장이 잠시 풀린 사이 오소리는 일어나 유유히 도망친다. 사실 오소리를 몽둥이로 때려죽이기는 사람의 힘으론 불가능하다.
피하지방층이 아주 두꺼워 어지간히 때려서는 아픔을 느끼지 못하고 피부엔 멍도 들지 않는다고 한다.
굴 속에서 서로의 체온에 의지한 채 잠자고 있는 새끼 오소리들. |
오소리는 '똥굴'로도 유명하다.
봉우리의 7부 능선 아래에서 주로 서식하는 오소리는 샛길 주위에
굴을 파서 똥굴을 만든다.
너비는 20㎝ 정도.
똥굴 입구에 똥을 싼 뒤 곤충들이 모여들 때
다시 찾아 그 곤충들을 잡아먹고 거기에 또 똥을 싼다.
돌아다니며 이 똥굴 저 똥굴을 만들어놓는 것은 만찬을 위한 준비단계이다. 결국, 똥굴은 화장실이자 식탁인 셈이다.
식육목 족제빗과인 오소리는 국내 산야에 서식하고 있다.
주로 300~700m 고지를 특히 좋아한다.
야행성이어서 낮에는 굴속에서 지내다 어스름이 깔리면 활동한다.
하지만 낮에도 주변이 조용하면 먹이활동을 한다.
몸길이가 긴 것은 80㎝, 체중은 16㎏ 정도이며 체구보다 힘이 아주 세다.
특히 앞발이 강하고 발톱이 길어 굴을 파거나 먹이를 잡는 데 유리하다.
단지 곰처럼 겨울잠을 잔다는 이유로 밀렵꾼의 표적이 돼 우리나라에서 점점 사라지고 있다.
최근에는 중국에서 수입한 오소리를 키우는 농가가 늘고 있다.
하지만 멸종 위기에 놓인 야생 동식물의 국제거래를 일정한 절차를 거치도록 명시해 제한하는
국제협약에 한국이 가입함으로써 중국산 오소리의 수입이 까다로워지자 2000년부터 농림부는
오소리를 가축의 범주에 포함해 오소리 사육을 사실상 인정하고 있다.
독자 여러분의 소중한 제보를 기다립니다(010-8516-3298)
※취재 협조 = 원돈 벽송사 주지 스님·
국립공원관리공단 지리산국립공원사무소· 김용만 함양군청 기획감사실·
박용수 조류전문가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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