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족제비'
호기심 많은 개구쟁이…들쥐 사냥 땐 무서운 폭군
방파제 돌 위로 질주하고 있는 족제비. |
민첩하고 시각·청각·후각 골고루 발달, 연간 2000~3000마리가량 쥐 잡아먹어
먼 곳 살필 땐 두 다리로 서서 두리번두리번…위기 상황 생기면 스컹크처럼 악취 내뿜어 도주
1960년대 '쥐약놓기운동' 때 맹독 탓에 쥐와 함께 대거 희생, 개체 수 급격하게 줄어
사람을 발견하고는 놀라서 도망가다 몸을 앞발로 세워 뒤돌아보는 장난기 많은 토종 족제비.
이 녀석은 방파제에서 물이 빠지면 돌 틈에 갇혀 있는 물고기를 잡아먹고 살고 있다.
이곳에서 움직이지 않고 조용히 있으면 이따금 귀여운 족제비를 만날 수 있다.
우리나라에는 족제비의 성향을 보여주는 옛 속담이 적지 않다.
'족제비도 낯짝이 있다'는 체면도 없고 염치도 모르는 사람을 의미하며
'족제비는 먹이 탐내다 치어 죽는다' 또는 '족제비는 욕심 때문에 죽는다'는
욕심을 부리다 낭패를 당하거나 먹을 것을 밝혀 큰 화를 당한다는 말이다.
한 번 실패한 일은 두 번 다시 하지 않는다는 의미로
'족제비도 한 번 놀란 길은 다시 가지 않는다'도 있다.
부산 강서구 명지주거단지 방파제 앞 민물과 바닷물이 만나는 지점.
밀물 때 물과 함께 휩쓸려 들어온 고기떼가 썰물 때 빠져나가지 못하고 남아 있는 것을 알고 족제비가 나타난다. 녀석은 방파제 돌 틈 굴속에서 생활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어느새 고인 물에 있던 물고기 한 마리를 잡고는 돌 틈 사이로 유유히 물고 들어간다.
이 녀석은 반복해서 물고기를 잡아 한 곳에 보관하는 습성이 있다.
결국 이 족제비는 방파제 근처에 살면서 물고기를 먹이 삼아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족제비가 마치 미어캣이나 캥거루처럼 앞발을 들고 주변을 두리번거리고 있는 모습이 귀엽다. |
인적이 뜸한 명지주거단지 방파제에서 족제비를 만나기란
그리 어렵지 않다.
이곳 산책로를 천천히 거닐다 보면 소나무 방풍림을 타고
재빠르게 내달리는 녀석들과 쉽게 마주친다.
여름철보다 겨울철에 자주 눈에 띈다.
여름에는 풀이 무성히 자라 낮에 돌아다녀도 잘 보이지 않는다.
이 놈은 체형이 사람들 눈에 띄기 힘든 형태로 생겼다.
짧은 다리에 긴 몸과 작은 머리를 가진 족제비가 덤불을 헤집고 다니면
풀 끝만 흔들릴 뿐 실제 모습을 보기란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겨울이 돼도 족제비 스스로 몸을 드러내는 건 아니다.
다만 풀이 시들고 나뭇잎이 모두 떨어져 노출될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흰눈이 내려 쌓이면 상대적으로 족제비가 쉽게 드러나지만 눈이 없으면
누런 족제비 털빛은 황갈색 마른 풀에 녹아들어 발견하기 어렵다.
족제비는 주변이 확 트인 곳으로는 여간해선 잘 나가지 않는다.
나와봤자 가장자리에 풀이 길게 자란 농로를 따라 걷는 정도이며 결코 멀리 가지 않고 곧 덤불로 들어가버린다. 농로를 가로지를 때도 잠시 서서 주변을 두리번거리다 재빠르게 실행에 옮긴다.
녀석이 움직이는 모습을 보면 잠시도 가만있지 못하고 머리를 좌우로 갸웃거리며 이곳저곳을 들쑤시고 다닌다.
족제비가 부산 명지주거단지 방파제 둑 아래서 물고기를 사냥해 늠름하게 걸어오고 있다. |
족제비는 호기심 많다.
사람의 눈을 피해 이리저리 도망다니면서도
어느새 구멍에서 얼굴만 쏘옥 내민다.
더 먼곳을 살필 땐 앞다리를 들고 사람처럼
선 자세로 주변을 두리번거리면서 쳐다본다.
족제빗과에 딸린 포유동물인 족제비는 귀여운 생김새와는 달리
사냥을 아주 잘한다.
주식은 들쥐로 족제비 한 마리가 1년에 잡아먹는 들쥐는
대략 2000~3000마리나 된다고 한다.
동작이 민첩하여 점프하면서 잘 달리며 후각 청각 시각 등의 감각이 발달해 쥐사냥에는 단연코 으뜸이다.
족제비는 주로 평지나 물가 또는 집 근처의 나무뿌리나 돌무덤 따위의 굴에 산다.
수컷의 몸길이는 28~40㎝, 꼬리 길이는 12~22㎝이며, 암컷은 수컷보다 조금 작다.
몸은 가늘고 긴 편이며 네 다리는 무척 짧다.
털은 광택이 나는 붉은 갈색으로 부드럽고 매끈하다.
우리나라를 비롯, 유라시아와 북미대륙 등 폭넓게 분포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전국에 걸쳐 민가 주변이나 낮은 산지와 전답의 경계 지역, 물가에 많이 서식한다.
족제비가 돌 틈 사이로 얼굴만 내밀어 주변을 경계하고 있다. |
족제비도 위험에 빠지면 스컹크처럼 지독한 냄새를 뿜어
적이 접근하지 못하게 한다.
자체 냄새 또한 만만찮다.
항문에 홍문샘이 있어 위급할 때는 냄새로 제 몸을 보호한다.
옛날에는 족제비의 꼬리털은 붓의 재질로 최고로 쳤고,
가죽은 목도리 용품으로 사용됐다.
그러나 지금은 족제비를 잡지 않는데도 그 수가 엄청나게 줄었다.
그 옛날의 운치 있는 농촌이 산업화로 차츰 사라진 탓이 주 원인인 듯싶다.
초가집이 사라지고 농로나 수로에도 시멘트 포장이 등장, 족제비들의 이동 경로를 봉쇄하는 등
삶의 터전을 잃어가고 있는 것이다.
또 다른 이유도 있다.
족제비는 1960년부터 대대적으로 펼쳐진 쥐약놓기운동의 최대 피해자였다.
당시 쥐약은 쥐만 잡은 게 아니고 족제비 같은 식육목 포유류도 대거 희생시키는 결과를 가져왔다.
배고픈 족제비가 쥐약을 직접 먹기도 했지만 쥐약 먹은 쥐를 잡아먹어 그 맹독성 때문에 곧바로 죽기도 했다.
어두운 밤 족제비 한 마리가 사냥하기 위해 활동하는 모습이 적외선 무인센서 카메라에 포착됐다. |
족제비와 같은 야생동물은 생태계 안에서 각자의 독특한 역할을 한다.
자연이 만든 먹이사슬 속에서 먹고 먹히며 건강한 생태계를 지키고 있다.
하지만 자연적인 먹이사슬이 아닌 인간의 욕심과 이기심으로 인한 희생이 계속된다면 언젠가 그 대가는 결국 인간이 치르게 될 것이다.
인간도 생태계 안에서 자연과 공존하는 존재일 뿐 군림하는
존재가 아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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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취재 협조= 박기하 조류사진가· 박용수 조류전문가
※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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