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

[죽음에서 배운다] '사전 의료'의향서

금산금산 2015. 12. 18. 14:30

사전 의료 의향서

 

 

 

 

 

연명치료, 평소에 자기 의사 밝혀둬야

 

 

 

 

 

▲ 사전의료의향서 양식.

 

 

 

 

친구의 모친은 요양병원에서 6년을 계시다가 가셨다.

마지막 3년은 자식도 몰라보고, 누운 상태에서 인공호흡기의 도움으로 숨만 쉬다 돌아가셨다.

친구는 그런 어머니를 바라볼 때마다 가슴 아팠지만, 의사에게

 "저 산소호흡기를, 저 주삿바늘을 빼 달라는 말을 할 수가 없었다"고 했다.

병원 측으로부터 "이젠 준비하셔야 합니다"는 말도 여러 번 들었지만, 주사를 맞고 나면

어머니의 숨은 다시 회복되곤 했다.

그 어머니의 여동생은 그런 언니를 보며 그저 눈물만 흘리셨다고 했다. 


그 뒤 그 이모님(친구 어머니의 동생)이 노환으로 병원에 입원했고,

병원 측은 가족에게 산소호흡기 부착 여부를 물어보았다.

생전에 "나는 언니처럼, 저리 하지는 않을 거다"라는 말씀을 자식들에게 한 탓에,

자식들은 그 어머니에게 속삭이듯 물었다. "엄마, 산소호흡기 달까?"

 

 완강히 손을 젓는 어머니는 산소호흡기를 사용하시지 않으신 채, 차츰 의식이 희미해지면서

몇 주 후에 숨을 몰아쉬더니 가셨다.

그 이모님의 임종과정을 전해 들은 내 친구는 비로소

자신이 얼마나 '무의미한 치료'로 엄마를 힘들게 해 드렸는지 알게 되었다.


우리는 주어진 나의 생명을 잘 지키면서 살아야 한다.

그러나 '회복 불가능한 상태', 즉 어떤 의료처치로도 건강회복이 불가능하고,

단기간 내에 죽음을 맞이할 가능성이 클 것이라는 지점(물론 의사 2인 이상의 판단이 주요 기준이 됨)에서는 '생명연장 장치들(심폐소생술, 인공호흡기, 체외순환, 인위적인 영양공급 튜브 등)'을 부착할 것인지,

안 할 것인지를 결정해야 한다.

 

이때 가장 유효한 근거가 되는 것이 '본인의 의사'이다.

물론 구두로 본인의 의사를 자식들이 잘 인식, 대신 전달해 결정짓는 것도 가능하다.

그래서 나이 든 어르신들은 평소 자기 뜻을 자녀들에게 일러두어야 하고,

'사전의료의향서' 양식에 본인의 뜻을 직접 적어서 남기는 노력이 필요하다.

요즘은 평생교육원이나 노인복지관 등에서 '죽음준비교육'을 많이 실시한다.

그런 교육에 참여하면 반드시 이 양식을 적는 내용이 포함된다. '

무의미한 연명치료'가 무엇이며, 왜 이런 의료처치를 거절해야 하는 가도 알게 된다.

 물론 이 조치를 거절하더라도, 신체적 정신적 고통을 줄이는 '완화치료'는 가능하다.

자신의 임종을 병원의 일방적 결정에 맡겨 두어서도 안 되

더구나 자식에게 결정하라는 부담을 주어서도 안 된다.

 '빨리 죽으라는 말이냐'라는 저항을 느낄 수도 있지만,

실제 '죽은 것과 다름없는 상태에서 사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다들 입을 모은다. 

 

 


 
이기숙

신라대 교수
국제죽음교육전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