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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스크랩]<(대구)매일신문>생존 시 장기기증자, 예우가 고작 1년이라니…

금산금산 2016. 1. 16. 13:31

 

생존 시 장기기증자, 예우가 고작 1년이라니…


장기 이식 후 1년 지나면 검진·진료비 개인 부담…민간기관은 10년 대조적

 

 

- 2012년 11월 16일 -

 

권금산(54) 씨는 2000년 12월 '사랑의 장기기증운동본부'라는 민간기관을 통해 신장을 기증했다. 죽음의 문턱에서 기증자를 애타게 기다리는 사람들에게 행동으로 도움을 주고 싶어서 선택한 길이었다.

권 씨의 장기 기증은 그 이후에도 이어졌다. 2003년 6월에는 국가기관인 '국립장기이식관리센터'를 통해 간을 기증했다. 두 번째 기증을 위한 수술일은 권 씨 부부의 결혼기념일이었다. 가족과 주변 사람이 말렸지만 말기 간 환자들의 생명을 구하겠다는 권 씨의 결심을 꺾을 수 없었다.

하지만 권 씨는 지난해 6월 몸이 쉽게 피로해지고 짠물이 올라오는 느낌에 간에 이상을 느껴 이식했던 병원을 찾았다. 민간기관을 통해 신장 기증을 한 뒤 무료로 건강검진을 받아왔던 터라 간에 문제가 생겨도 적절한 검진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해당 병원 측은 "장기를 기증한 지 1년이 지나면 정기검진 진료비를 지급할 수 없으니 각종 검사비는 개인이 부담해야 한다"고 했다. 권 씨는 "국가기관보다 민간기관을 통해 기증할 때 오히려 폭넓은 보호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을 알고 놀랐다"면서 "좋은 일을 하고도 심리적`경제적 부담을 져야 한다니 씁쓸하다"고 말했다.

'생존 시 장기 기증자'에 대한 사후 관리가 부실하다.

질병관리본부 장기이식관리센터에 따르면 생존 시 장기 기증은 전체 장기 기증 건수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생존 시 기증은 신장과 간에 국한돼 있어 비교적 위험도가 낮은 편이다. 지난해 9월부터 운영되기 시작한 보건복지부 '장기 기증자 차별 신고센터'에 따르면 생존 시 기증자들은 보험가입`취업 등에서 여전히 불이익을 받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장기 기증자에 대한 예우와 지원을 위해 지난해 '장기 등 이식에 관한 법률'을 개정했다. 개정법에는 뇌사 기증자를 중심으로 기증자에 대한 행정`경제적 지원 규정이 신설됐다. 생존 시 기증자에 대한 지원으로는 유급휴가 보상 정도가 전부였던 과거 규정에 진료비 지원 등의 내용도 추가됐다. 하지만 이 법에 따르더라도 폭넓은 보호 및 지원은 기대하기 어렵다. 법 시행규칙에 따르면 생존 시 기증자가 국가기관을 통해 기증한 경우 진료비 지원을 받을 수 있는 기간은 '1년'으로 민간기관을 통해 기증한 경우(10년 이상)보다 되레 보호 기간이 짧기 때문이다. 민간기관을 통해 장기를 기증한 기증자는 생존 시 민간에서 조성한 건강관리기금에 의해 보호를 받는 반면 국가기관을 통한 기증자는 생존 시 기증 가능한 장기가 신장과 간에 국한돼 있어 기증자의 건강에 대한 위험도가 낮은 편이라는 이유 등으로 보호기간이 짧다는 것이다. 이렇다 보니 1년이 지나면 장기 기증과 관련해 건강에 문제가 생기더라도 기증자가 모든 책임을 져야 하기 때문에 생존 시 기증자에 대한 보호가 부족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사랑의 장기기증 운동본부 관계자는 "뇌사자 장기 기증만으로는 이식 대기자의 수요를 감당할 수 없다"며 "생존 시 기증자에 대한 사회적 예우가 확산돼야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보건복지부 생명윤리정책과 관계자는 "이번 입법을 통해 사각지대에 있던 생존 시 기증자를 사후 관리 대상으로 포함한 데 의의가 있다"며 "정부에서는 뇌사자 기증을 권장하는 반면 기증자의 건강 문제 등을 우려해 생존 시 기증을 권장하지 않기 때문에 특별한 지원제도를 두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지현기자 everyday@ms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