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

"도움도 귀찮다" 자기방임 노인 급증

금산금산 2016. 2. 24. 21:28

"도움도 귀찮다" 자기방임 노인 급증




부산 신고접수 2년새 39→105건





                                                                                  





- 쓰레기더미 같은 집에 살면서 
- 최소한의 의식주·의료활동 거부 
- 홀몸노인 삶 포기…극단 선택도
 


부산 북구에 사는 김모(78) 씨는 서울에 사는 아들과 떨어져 홀로 지내왔다.

시간이 흐를수록 김 씨가 옷을 잘 갈아입지 않고 자기 관리가 안되는 모습을 보이자

이웃이 최근 동 주민센터에 신고했다.

직원들이 확인해보니 방은 청소도 안돼 있고 김 씨는 식사도 제대로 하지 못한 채 방치된 것으로 드러났다.

김 씨는 중증 치매를 앓고 있었지만 이런 사실을 아는 이웃은 없었다. 



강서구 대저1동에 사는 박모(76) 씨는 퇴행성관절염 등으로 정상적인 활동이 불가능한 채 20년간 혼자 지내왔다. 그러다 보니 그의 집은 쓰레기, 오물 등이 뒤섞여 생활이 불가능한 지경에 이르렀다.

이웃의 신고로 구청 직원 17명이 출동해 박 씨의 집을 대청소했다.  



이처럼 '자기 방임'으로 삶을 방치하는 노인이 급격히 늘고 있다.

23일 부산시 동부·서부노인보호전문기관에 확인한 결과, 지난해 이 두 곳에 접수된

노인 학대 신고자는 340명으로 집계됐다.

학대 유형(중복 가능)별로는 정서적 학대가 226건으로 가장 많았고, 이어 ▷신체적 학대(171건) ▷가족방임(120건) ▷자기 방임(105건) ▷경제적 학대(51건) ▷유기(8건) ▷성적 학대(4건) 등으로 조사됐다.

특히 자기 방임은 2013년 39건에서 2014년 76건, 지난해 105건으로 몇 년 새 급격히 늘어났다.



자기 방임을 하는 노인이 늘어난 것은 자녀와 떨어져 지내는 홀몸노인이 많아지고 우울증을 앓거나

삶을 포기하는 사례가 증가했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특히 자기 방임을 한 노인은 자살 등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경우가 많아 집중 관리가 필요하지만

현행 복지체계 아래 보호를 받는 저소득층 노인 외에는 발굴이 어려운 실정이다.  



부산시 동부노인보호전문기관 안경숙 관장은 "가족과 떨어져 지내는 노인이 많아지면서 심리적으로 위축되고 자존감이 낮아지며 우울증에 빠져 자신을 방임하다가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노인이 늘고 있으나 기존 복지 인력만으로는 기초생활보장 수급자 같은 저소득층 홀몸노인만 관리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라고 분석했다.

안 관장은 "좀 더 촘촘한 복지망과 모니터링으로 자기 방임 노인을 발굴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 자기 방임 

의식주나 의료 처치 등 최소한의 자기 보호를 하지 않고 스스로를 방치하는 것.

노인 학대에는 유기와 자기 방임도 포함된다.

자기 방임 노인은 각종 쓰레기를 버리지 않고 방 안에 모아두는 저장강박증세를 보인다. 

김준용 김봉기 기자 superch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