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

[죽음에서 배운다] 말기 돌봄 2

금산금산 2016. 5. 14. 19:33

말기 돌봄 2






삶의 끝 선택하려면 '사전 의료 의향서 작성'을







▲ 수녀와 자원봉사자가 환자를 돌보고 있다.




노인들에게 제일 두려운 일은 병상에 누워 있는 상태로 사는 것이다.

혼자 일어나지 못함은 기본이고, 밥도 누워서 받아먹고, 대소변도 누군가가 처리해주어야 하는

처지가 되는 것을 말한다.

게다가 통증이 오고, 수술한 부위에 불편하게 뭔가가 장치되어 있다면 정말 곤혹스럽게 된다.

그런 모습은 내가 선택한 것도 아니지만, 비켜가고 싶다고 해서 비켜갈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이런 상태에 오래 머물지 않도록 평소 건강 관리를 잘하고

말기 돌봄 과정에서 의사 결정을 잘 내리는 일도 중요하다.

의료진, 시설 종사자, 가족 등 주위 분들도 말기 환자를 깊이 이해하면서 관용을 베풀 줄 알아야 한다. 
 


특히 의료인은 노인과 그 가족의 의사결정을 내리는데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분들이다.

우리는 경험상 의사나 간호사는 친절한 분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맡은 환자가 많다 보니 한 사람당 진료 시간이 매우 짧은 여건을 고려하면 '그럴 수 있다'고 이해는 하지만….

하여튼 의존적 환자와 그 가족들에게 병원시스템은 편하다기보다는 두려운 상대이다.

말기 돌봄 과정에서 의사, 간호사 등 병원 종사자와 노인 및 가족과의 의사소통은 대단히 중요하다.

교과서에는 '의료인들은 환자와 가족의 말에 경청하고,

그들이 삶의 의미, 소망, 목표 등을 알도록 도와주어야 한다'고 적혀져 있다.

노인 환자가 이상적인 의사 결정자이라면 더 바랄 것이 없다.

자신의 병과 죽음에 대해 정보를 알고 싶어 하고, 또 정보를 공유하고 있고, 다른 가족의 입장과 부담을 고려할 줄 아는 정신적 능력이 있다면 인생의 마무리가 고통스럽지 않을 것이고 오히려 비장하기까지 할 것이다.

그러나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사전 의료 의향서'라는 것이 무엇인지도 모르고(작성하지 않으셨고), 인지 상태가

악화된 말기에 자신의 견해조차 드러내지 못하고 가족들에게 일임할 수밖에 없는 경우에는 가족의 역할이 크다. 조만간 6·25 전쟁 이후에 태어난 베이비붐 세대(1955~65년생)들이 노년기에 들어서게 될 것이다.

이들 역시 자신의 마지막 가는 모습과 주위 환경에 대한 공부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덧붙여 앞으로 20여 년이 지난 후 이 노인들을 돌볼 자녀들(1980년대 출생아들)도 역시

연로한 '부모 돌보기'에 대한 공부가 필요하다.  

연로한 부모가 계시는 경우 집, 시설, 병원 등 어디에서거주하든 자녀들의 일관된 관심은 필수적이다.

부모는 당연히 그 사랑과 돌봄을 받을 자격이 있으며, 자녀는 그 노쇠한 부모를 모시고 돌보는 과정에서

인생 공부를 하며 인격적으로 성숙해지고, 자신의 자녀에게 모범이 될 것이다.

이기숙  

전 신라대 교수 국제죽음교육전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