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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덕 5지구] 투쟁 상징 '철탑' 강제 철거

금산금산 2016. 5. 24. 17:02

[만덕 5지구] 투쟁 상징 '철탑' 강제 철거





                              

                                                                                  




부산 북구 만덕 5지구 주거환경개선사업 반대 투쟁의 상징이었던 철탑이 강제 철거됐다(사진).

시행사인 LH는 조만간 남은 집들을 철거하는 행정대집행 절차를 밟겠다는 입장이어서

남은 주민들과의 충돌도 우려된다.
 
LH는 22일 오전 10시 30분께 만덕 5지구 주거환경개선사업 현장

주민공동체 사랑방 건물 옥상 위 9m 높이의 철탑을 포크레인으로 강제 철거했다. 



 
LH, 행정대집행도 예고
주민 "결사 방어" 반발
 



철탑은 지난달 13일 오후 11시께 만덕5지구 주민공동체(이하 주민공동체) 최수영 대표가 세웠다.

최 대표가 해당 철탑에서 31일간 고공 농성을 벌인 뒤 지난 14일 철탑에서 내려왔다.

LH 관계자는 "최 대표가 고공 농성을 그만둔 뒤 다른 주민이 철탑에 올라갈 가능성과 행정대집행 때 사고 위험를 막기 위해 철거했다"고 밝혔다. 

주말 갑작스러운 철거에도 현재 만덕5지구에 잔류하고 있는 주민들은 투쟁을 계속하겠다는 입장이다.

현재 5지구에는 7세대가량이 철거를 미룬 채 재개발 사업에 반대하고 있다.

이중 주민공동체 소속 4가구는 행정대집행을 필사적으로 막겠다는 생각이다.  

LH는 법원의 행정대집행 허가가 나는 대로 행정대집행을 단행하겠다는 입장이다.


김준용 기자 jundragon@






만덕5지구 강제철거 "LH같은 기업이 이런 식으로 일을 진행합니까?"



23일 강제철거된 만덕5지구 남은 주민의 외침


                         


"일단 올라갑시다. 망루가 철거됐으니 옥상에라도 올라갑시다."

23일 오전 9시께 부산 북구 만덕1동 주거환경개선사업지구(이하 만덕5지구)의 강제철거가 시작된다는

 소식을 들은 주민들이 만덕5지구 주민공동체 대표였던 최수영(55) 씨의 집 옥상으로 올라갔다.

철거된 이웃집의 폐허를 조심스레 통과했다.

힘을 잃고 기우뚱거리는 얇은 담장을 밟고 철조망을 지나 주민들이 옥상에 도착했을 때쯤

마을 입구에 검은 양복을 입은 용역업체 직원 10여 명이 모습을 드러냈다.




만덕5지구 주민공동체 소속 주민들이 입을 모았다.

"오늘 강제철거가 있는지 전혀 몰랐습니다."

옥상에 올라간 주민들은 '강제철거 반대한다'는 문구가 적힌 깃발을 흔들었다.

 "그냥 내버려 둬라!"

옥상에서 주민들이 구호를 외치기 시작했다.

이들의 목소리는 이미 철거가 대부분 완료된 마을에 메아리쳤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23일 오전 10시 만덕5지구의 강제철거에 들어갔다.

현재 만덕5지구에는 7세대가 남아있다.

LH는 7세대 중 5세대를 철거했다.

주민들이 올라간 최수영 씨의 집은 이날 철거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

"계란으로 바위 치기라는 말을 많이 들었죠.

우리는 계란이 부화하면 바위를 뛰어넘을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는데,

소용없더군요."

최수영 씨는 지난달 14일 자신의 집 옥상에 9m 높이의 철탑을 짓고 고공농성에 들어갔다.

그는 지난 14일 오후 7시, 31일간의 고공농성을 접었다.

LH와 주민공동체의 협상이 도저히 진전을 보이지 않는다는 판단에서다.

주민공동체 측은 LH의 아파트가 지어지면 추가 부담 없이 자신들이 살던 곳에 계속 살게 해달라고 요구했다.

LH는 이미 보상을 받고 떠난 주민들과 형평성 문제가 있다며 이를 거부했다.

고공 농성장에서 내려온 최 씨는 마을을 떠나기로 했다.

LH 측에서 매입(전세)임대 형태의 보금자리를 제시했고, 최 씨는 이를 받아들였다.

최 씨의 철탑은 지난 22일 오전 철거됐다.

최 씨가 고공농성을 멈춘 시점부터 주민공동체의 투쟁은 동력을 잃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일각에서는 원주민 분양가가 공개되는 시점에 다시 한 번 불이 붙을 것이라는 예측을 하기도 한다.

만덕5지구 주민들은 3.3㎡(1평)당 350만 원 정도의 보상을 받았다.

새로 지어지는 아파트의 분양가는 700만 원 중반에서 결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금액 차이가 커서 주민들이 다시 한 번 투쟁에 나설 수 있다는 것이다.

만덕5지구 강제철거는 지난 2일 시도됐으나 이후 무기한 연기된 상태였다.

전재수(북강서갑) 국회의원 당선인이 LH 측에 주민들과 협상할 시간을 달라고 요청해 이루어졌다.

만덕5지구에는 아직 4명의 주민들이 강제이주를 반대하며 마을을 지키고 있다.

정애란(여·53) 씨는 마을을 지키고 있는 주민 중 한 명이다.

정 씨는 23일 오전 가장 먼저 옥상으로 향했다.

정 씨는 이렇게 외쳤다.

"LH같은 거대 기업이 이런 식으로 일을 진행합니까. 도대체 남은 주민들은 어떻게 해야합니까?"


김준용 기자 jyk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