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개발로 경로당 없어지면 어디로 가나요"...명륜동 노인들 분노
-명륜4구역 철거업체, 명륜새마을경로당 노인에게 통지
"어르신들, 이 서류 보이시죠? 법원에서 강제집행 떨어졌습니다. 여기 빨간 딱지 붙이러 오면 한 푼도 못 받습니다. 500만 원 챙겨드릴 때 얼른 나가주세요. 안 그러면 조만간 강제철거합니다."
![]() | |
5일 명륜새마을노인정에 강제퇴거명령을 받은 어르신들이 모여 대책회의를 하고 있다. 전민철 기자 |
지난 5일 철거업체 직원이 부산 동래구 명륜동 명륜새마을경로당에 방문했다.
분노한 노인들은 그에게 악다구니를 쏘아붙였지만, 철거업체 직원은 이 말을 전하고 매정하게 자리를 떠났다.
부산의 한 경로당이 재개발 지역에 포함돼 없어질 위기에 처했다.
노인들은 대체 경로당을 요구했지만, 구와 소유권을 가진 명륜1동새마을지도자협의회는
서로 사태 해결을 미루고 있다.
명륜동새마을경로당 소속 노인들은 이날 "40년간 동네 노인의 사랑방 역할을 했던 경로당이 풍전등화에 위기에 놓였다"며 "하지만 구와 소유주 새마을지도자협의회는 서로 책임을 떠넘기기에 바쁘다"고 성토했다.
이 경로당은 총면적 202㎡로, 32명의 노인이 등록돼 할아버지·할머니 경로당이 각각 운영 중이다.
하지만 2007년 경로당이 명륜4구역 재개발지역에 포함되면서 철거가 현실화되고 있다.
지난달 26일과 30일에는 철거업체에서 전기 계량기를 떼어 가는 바람에 노인들은 선풍기와 형광등도 없이 생활하고 있다.
앞서 1976년 명륜동 주민들은 정부 지원금 100만 원에 자신들이 십시일반 모은
기금 446만3500원을 보태 새마을회관을 지었다.
부녀회가 폐품을 수집해 50만 원을 기부하는 등 단체 4곳과 290명의 주민이 기금을 보탰고,
모두 자기 일인 양 무임금으로 공사를 도왔다.
당시 기금을 냈던 사람들의 이름과 액수는 아직도 경로당 현판에 새겨 있다.
문제는 1985년 마을회관을 현재의 위치로 이전하면서 발생했다.
당시 새마을협의회 총무이던 고봉선(작고) 씨는 세금을 줄이기 위해
공공단체 성격의 새마을협의회에 소유권을 넘긴 것이다.
명륜새마을경로당 총무 김춘석(86) 씨는 "당시 총무가 독단적으로 벌인 일이었다.
2006년 구에 시설 보수를 요청하기 위해 방문했다가 이 사실을 알게 됐다"며 "하지만 소유권이 바뀐 후에도 20년 넘게 경로당으로 사용되고 있었기 때문에 크게 문제 삼지 않고 넘어갔다"고 말했다.
이것이 발목을 잡았다.
소유권이 없는 노인들은 재개발 보상 협의 과정에서 노인들은 배제됐고, 새마을협의회는 조합과 분양권을 갖기로 하고 합의를 마쳤다.
명륜새마을할머니경로당 김말년 회장은 "원래 우리 건물이었고, 40년간 생활했던 곳인데 쫓겨나면 어디로 가라는 것이냐"고 말했다.
이에 명륜1동 새마을지도자협의회 관계자는 "정당한 재산권 행사"라며 "노인 복지 대책은 구가 해야 할 일"이라고 말했다.
박호걸 기자 rafael@
'생활' 카테고리의 다른 글
'동해남부선역(부전~일광)' 미리 다녀오기 (0) | 2016.09.13 |
---|---|
병원 입원 때 '학력' '·집' 보유' 왜 묻나? (0) | 2016.09.13 |
[죽음에서 배운다] 연로한 부모와 화해 (0) | 2016.09.09 |
삼락생태공원에 반려견놀이터 추진 (0) | 2016.09.03 |
[알 듯 모를 듯 타이어의 세계] 공기압 맞출 때 잊지 말아야 할 한마디 "10% 더 채워 주세요" (1) | 2016.09.0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