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입원 때 학력·집 보유 왜 묻나?
"환자의 최종학력은 무엇입니까?"
"환자의 집 보유 형태는?"
지난 5월 부인을 입원시키기 위해 부산 P대학병원을 찾은 김정호(58·부산 금정구) 씨는
이 같은 내용이 포함된 질문지를 받아들고 너무 당황스러웠다.
김 씨는 자신이 작성하는 서류가 과연 입원을 위해 필요한 서류인지 납득할 수 없었다.
김 씨의 물음에 P대학병원 관계자는 "환자의 신상을 파악하고 원활한 진료를 위한 과정"이라고 답했다.
김 씨는 본보 취재진에게 "집이 전세거나 자가인지, 학력이 초졸인지 중졸인지가 병원 진료 받는 데
왜 필요한지 모르겠다"며 "이 정보들로 환자를 차별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고 밝혔다.
부산 지역 대형병원 4곳
지나친 개인정보 수집 비판
병원 "원활한 진료 위한 조사"
환자, 불이익 걱정에 작성
정부 가이드라인 위배 지적
대학병원들의 환자 개인 정보 수집 관행에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진료와 별 관계가 없는 개인정보들을 지나치게 수집해 입원 과정에서
인권 침해가 이뤄지고 있다는 지적마저 나온다.
본보 취재 결과, 부산의 대학병원 4곳에서 모두 환자의 학력, 재산 상태를 입원 과정에서 묻고 있었다.
심지어 한 병원에서는 종교가 뭔지까지 확인했다.
병원들의 이 같은 정보 수집은 정부의 가이드라인에 위배된다.
지난해 2월 보건복지부와 행정자치부가 발간한 개인정보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병원에서
동의 없이 수집할 수 있는 개인정보는 환자이름, 주민등록번호, 주소, 전화번호, 진료과목이다.
그 밖에 추가 수집할 수 있는 개인정보는 환자의 증상과 관련한 병력, 가족력 등이다.
학력, 재산 등은 해당하지 않는다.
이에 대해 D대학병원 측 관계자는 "학력의 경우 어려운 의료 용어 사용 등에 있어서 의사 소통을 원활하게 하기 위한 사전 조사"라며 "재산의 경우도 입원 과정에서 입원비 처리 가능 여부 등을 알기 위한 항목"이라고 주장했다.
현실적으로 입원 과정에서 환자가 정보 제공을 거부하기는 어렵다.
진료에 필요한 절차라는 병원의 말을 환자가 반박하기는 어려운 것이다.
김 씨는 "사전 동의 절차는 전혀 밟지 않았는데, 혹시나 진료를 제대로 안 해 줄까 봐 적을 수밖에 없었다"고 털어놨다. 이
에 대해 부산의 K대학병원 관계자는 "입원 뒤 질의 과정에서 구두로 동의를 구한다"고 주장했다.
전문가들은 무분별한 정보 수집이 법적 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동아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이상천 교수는 "정보 제공에 동의하지 않았는데 수집하면 개인정보보호법, 의료법 등에서 법적 처벌을 받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정부는 병원에서 이뤄지는 관행적인 개인 정보 수집에 대한 단속을 강화하기로 했다.
행정자치부 개인정보보호과 관계자는 "불필요한 정보 수집에 대해 거부할 권리는 환자에게 있다"며 "정부 차원에서 적극적인 단속·계도를 통해 과잉 수집의 관행을 바꿔 나가겠다"고 밝혔다.
김준용 기자 jundrag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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