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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에서 배운다] 죽기 전에 정리해야 할 '인간관계'

금산금산 2016. 9. 16. 08:52

[죽음에서 배운다]죽기 전에 정리해야 할 인간관계





"인생에는 정답이 없다" 미운 사람도 만나 용서를







사람이 죽기 전에 정리해야 할 것은 인간관계만이 아니다.

남은 사람에게 상속할 것이 많기 때문이다.

그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정신적인 상속이다.

후손을 비롯한 친지의 행운을 비는 마음을 상속하는 자세를 가다듬어야 하는 이유다.
 
하지만 삶을 정리하는 입장에서 마음을 주고 싶은 사람만 있는 것은 아니다.

절대로 용서하고 싶지 않은 사람도 있다.

죽음을 준비하는 교육을 하다 보면 놀랍게도 용서가 안 되는 사람 중에 가족이 많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가깝고 기대가 컸던 가족으로부터 상처를 받은 탓이리라.

그 다음 순서로 동료와 친구, 이웃이 등장한다.

초고령 어르신들은 "'다 쓸데없는 일이지, 죽고 나면 끝인데"라는 말로 이제는 미움 따위도 없다고 한다.

하지만 그 사람과 손잡고 서로 용서하면서 화해할 것을 권하면 안색이 달라진다.

언짢은 표정을 지으면서 "그렇게까지는 하고 싶지 않다"고 말하는 사람이 많다.  

그처럼 용서하기 힘든 사람이 있다면 아직 기력이 남아 있을 때, 대차대조표를 한번 만들어 보기 바란다.

내가 은혜를 입은 사람과 폐를 끼친 사람의 이름을 적어보시라.

그중에 감사를 드려야 할 사람에게는 전화나 편지로 그 뜻을 전하면 좋을 것이다.

함께 식사하면서 지난 일을 이야기하며 즐거운 시간을 가지면 금상첨화다.

이에 반해 미운 사람과의 마지막 해후는 정말로 어려운 일이다.

어떤 연유에서 관계가 틀어진 사람이 있다면 "인생에는 정답이 없다"는 말부터 떠올리자.

"그 사람이 나를 섭섭하게 했지만, 모두가 부질없는 일이야…."

이런 마음으로 한번쯤 그 사람을 만나보는 것은 어떨까.  

필자는 죽음을 앞두고 이루어진 그 만남은 아마도 매우 큰 기쁨을 줄 것으로 확신한다.

이 세상 누구에게도 빚진 것이 없이 떠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신부이면서 작가인 리 호이나카는 저서 '아미쿠스 모르티스'에서 가장 행복한 죽음은

'죽음을 함께 맞이할 친구'를 가지는 것이라고 했다.

함께 죽음의 길로 동행하는 사람은 친구이거나 동료일 가능성이 크다.

그 준비를 위해 자녀들이 차를 태워주고 시간을 내어주면 더 좋을 것이다.  

마지막 길을 함께 가는 동반자는 동년배의 친구다.

오늘도 주변 친구에게 감사하는 마음으로 우정을 나누면서, 행여나 풀고 가야 할 일이 있으면

 더 늦기 전에 용서를 비는 시간을 가지길 권한다. 

 
이기숙  
 
전 신라대 교수 국제죽음교육전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