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

쓰레기장 된 공터에 마을 정원 조성한 '꽃할배'

금산금산 2016. 9. 20. 12:07

쓰레기장 된 공터에 마을 정원 조성한 '꽃할배'




수영구 망미1동 거주 강명복 씨, 죽은 소나무 등 이용 홀로 가꿔








- 불법투기 멈추고 방문객 몰려

"지으려던 건물을 안 지으니 땅이 비잖여. 여기에 쓰레기 가져다 버리고 소나무는 말라죽고…. 그 나무 가져다 소일 삼아 만들어 본 것인디."


   
주민 강명복 씨가 부산 수영구 망미1동 공터에 소나무로 만든 사슴과 학 등이 전시돼 있다. 수영구 제공

19일 오후 부산 수영구 망미1동의 한 골목길에서 주민 강명복(71) 씨를 만났다. 강 씨는 지난 4월부터 망미1동에 작은 동네정원을 만들었다. 본래 정원 부지에는 빌라가 들어설 예정이었지만, 건립이 취소돼 텅 빈 땅으로 남았다. 이윽고 주민이 쓰레기를 가져다 버리면서 이 땅은 흉하고 악취를 풍기는 곳으로 방치됐다.

"한 날은 지나는데 냄새가 진동하더라고. 뭐라도 볼만한 걸 만들어놓으면 사람들이 쓰레기는 안 갖다 버리겠다 싶었어." 이것이 강 씨가 작은 정원 만들기에 나선 이유다. 이 마을에 40년 넘게 사는 동안 한때 강 씨의 집에서는 아흔 넘은 아버지와 딸 내외, 손자까지 4대가 함께 지냈다. 그런 만큼 마을에 대한 강 씨의 애착이 강하다.

강 씨는 공터 한쪽에 말라죽은 소나무를 베어다 사슴과 학, 부엉이 등을 손수 만들었다. 공터에 쌓였던 돌무더기를 정리해 단을 만들고 작품들을 올려두자 방치되던 공터는 그럴듯한 마을 정원으로 변했다. 전남 해남 출신인 강 씨는 평생 원양어선을 타며 17개국을 돌아다닌 뱃사람이다. 손재주가 좋아 인근 어린이집은 물론 멀리 떨어진 남천동에서도 아이들이 정원을 구경하러 왔다. 무단 투기되던 쓰레기도 자취를 감췄다.

정원을 완성한 강 씨는 다음으로 벽화 그리기에 매진했다. 강 씨가 자택 담벼락에 벽화를 그리자 이웃집과 교회에서 "우리 담벼락에도 그려달라"는 요청이 이어졌다. 강 씨의 벽화에는 손재주뿐 아니라 그의 감성이 스며들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웃 담벼락에 새긴 벽화에는 동물과 함께 그 집의 보물인 손녀 소피아와 올리비아 양의 이름이 새겨졌다. 교회 벽화 속에서는 교회로 향하는 가난한 남매를 천사가 남몰래 보호한다.

그의 그림은 계절에 따라 조금씩 변한다. 강 씨는 "그림 속 아이들도 춥고 더운 걸 안다. 겨울이 오면 따뜻한 옷을 입혔다가 날이 풀리면 다시 가벼운 옷으로 바꿔준다"고 말했다.  

김민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