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 격납용기 [수소 제거장치] 날림공사
본지 월성3호기 취재과정 작업 홈 되메움 없이 방치
- 7대 중 3대 주변부서 확인
- 고리원전도 전면조사 필요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이 국내 원자력발전소에 피동형 수소재결합기(PAR·Passive Autocatalytic Recombiner)를 설치하는 과정에서 졸속 공사를 한 사실이 확인됐다.
앵커볼트를 사용해 수소 제거장치인 PAR을 원자로 격납용기 콘크리트나 구조물에 고정시키는 과정에서
곳곳에 홈(드릴 구멍)을 내고도 되메움을 안 한 것이다.
전문가들은 대형 지진이 발생하면 작은 균열이나 틈이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월성원전 3호기 격납용기 내부에 뚫린 홈. 이는 피동형 수소재결합기 설치 과정에서 생긴 것이다. 박재호 의원 제공 |
한수원은 2011년 3월 발생한 일본 후쿠시마 사고를 계기로
에어컨 실외기처럼 생긴 PAR을 국내 원자로 24기에 604개 설치했다.
PAR은 지진이나 쓰나미와 같은 대형사고로
원자로에 전원 공급이 끊겼을 때 발생하는 수소를 제거하는 장치다.
후쿠시마 원전은 격납용기 내부의 수소가 제거되지 않아 폭발했다.
18일 본지 취재결과 국내 원전의 원자로를 보호하는 격납용기 벽면에
PAR 공사를 하면서 많은 홈이 생긴 것으로 드러났다.
한수원도 취재가 시작되자 경주 지진으로 가동을 멈춘
월성3호기를 표본 조사해 이러한 상황을 확인했다.
본지가 단독 입수한 한수원 자료에 따르면 월성3호기에 설치된 PAR 중
7대를 점검했더니 3대의 주변부에서
지름 15㎜에 깊이 47~59㎜의 홈이 발견됐다.
2013년 7월 PAR 설치 작업자들이 앵커볼트가 제대로 박히지 않자
되메움 없이 다른 곳에 드릴 구멍을 뚫고 철수한 것으로 추정된다.
문제는 훨씬 심각하게 파인 홈이 다른 원전에 생겼을 수 있지만, 조사할 수 없다는 것이다.
월성3호기는 지난달 경주 지진의 여파로 가동이 중단된 탓에 점검할 수 있었다.
실제로 제보자는 "PAR을 설치한 대부분의 원자로 격납용기에는 크고 작은 홈이 무수히 많다"고 말했다.
한병섭 원자력안전방재연구조합 이사는 "원자로 격납용기는 100% 완전무결해야 한다. 대형사고 발생 시 최후의 보루이기 때문"이라면서 "설계기준치 이상의 지진이 발생하면 작은 홈 주변부에서 균열이 생길 수도 있는 만큼 가볍게 볼 일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위 박재호(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한수원 고위층에 사실확인 전화를 했더니 '참담하다'고 고백했다"면서 "국가 최고 등급의 안전시설에 구멍이 뚫린 사건이다. 전면적인 조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한수원 측은 "에어컨을 벽에 고정하는 과정에서 드릴 구멍이 생기면 미관상 좋지 않은 것과 마찬가지로 원자로 건물 안전에는 문제가 없다"고 해명했다.
김화영 기자 hongdam@
'원전 수소 제거기' 품질검증도 허술
한수원 월성3호기 계획정비, 40여 일씩 2번…홈 발견 못해
- 설치 작업자 보고 묵살 의혹
- "80%는 성능검사 없이 설치"
- 더민주 오늘 현장방문 조사
국내 원자력발전소에 설치된 피동형 수소재결합기(PAR)가
부실 시공된 사실(본지 19일 자 1·3면 보도)이 확인된 가운데 품질 검증 역시 허술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더불어민주당 박재호 의원이 19일 국회 정론관에서 원전 안전설비 부실시공 관련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이용우 기자 |
19일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에 따르면 2013년 7월
경북 경주 월성원전 3호기 격납용기 내부에 31개의 PAR을 설치한 직후
성능 시험과 육안검사·용접부 비파괴 검사를 했다.
그러나 작업자들이 PAR을 고정하기 위해 앵커볼트를 박는 과정에서
불필요한 홈(구멍)을 내고도 되메움을 안 한 사실은 발견하지 못했다.
PAR 설치부터 현재까지 진행된 계획예방정비(Overhaul)에서도
홈을 찾아내지 못했다.
부실 점검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계획예방정비는 발전기 고장을 막고 설비의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2014년 6월과 지난해 12월 각각 40여 일간 발전기를 세우고
두 차례 이뤄졌다.
이와 관련해 원자력안전위원회 김혜정 전 위원은 "원자력안전위와 원자력안전기술원(KINS)은 현장 검증을 제대로 하지 않고 한수원이 보내준 '점검서'만 보고 '이상 없다'는 결론을 내고 있다"고 비판했다.
PAR이 제대로 된 성능 검사 없이 설치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 김성수(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국내 24기의 원전에 설치된
600여 개의 PAR 중 80%가 넘는 490여 개가 '내환경 검증 시험'을 거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설계시방서와 내환경 검증계획에 따라 모든 PAR의 성능 검사가 선행됐어야 하는데,
크기가 작은 110개를 제외한 나머지는 검사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중대형 PAR의 성능을 검증하려면 대규모 설비를 구축해야 하지만 국내에는 아직 이런 시설이 없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국내 모든 원전에 설치된 PAR을 전수조사해야 한다는 지적이 빗발치고 있다.
서울대 서균렬(원자핵공학과) 교수는 "격납용기 내부에 생긴 홈에 압력이 계속 가해지면 대형사고로 번질 수 있다. 가동을 멈춘 월성1~4호기를 비롯해 모든 원전을 점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위 박재호(더민주) 의원도 이날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국가 최고 등급의 안전시설이자 최후의 방호벽인 격납용기에 구멍이 뚫렸다. 원인 규명에 따른 책임자 처벌과 대대적인 안전 점검을 조속히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박 의원은 20일 당내 원자력안전특위 전문가와 함께 월성원전본부를 찾아
격납용기 내 천공 발생 경위를 보고받고 원전 안전성 확보 방안도 논의할 예정이다.
특히 PAR 설치 당시 작업자로부터 홈 발생 사실을 듣고도 한수원 측이 묵살했다는 증언이 나온 만큼
이에 대해서도 조사하기로 했다.
정유선 김화영 기자 hongd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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