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리원전 폭발사고 땐 대피에 24시간
원자력안전연구소 시뮬레이션
- 원전 반경 20㎞에 170만 명 거주
- 해운대·만덕터널 등 체증 심각
- 서면에선 하루 안에 못 빠져나가
- 대피소 확충·사전 훈련 필요
부산 기장군 고리원자력발전소에서 대형사고가 발생했다고 가정해보자.
탈출하는 데 얼마나 걸릴까.
민간 연구기관인 원자력안전연구소와 환경운동연합이 시뮬레이션을 한 결과
20㎞ 밖까지 대피하는 데 22시간이 소요되는 것으로 분석됐다.
수백만 명이 한꺼번에 도로로 쏟아지면 영화 '판도라'보다 심한 혼란이 생기는 만큼
도심 대피소를 비롯해 현실적 대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8일 원자력안전연구소가 부산환경운동연합에서 공개한 가상 재난 시나리오는 이렇다.
고리 3호기(경수로 1000MWe)가 냉각재 상실(LOCA)로 수소 폭발을 일으킨다.
방사성 물질(세슘 134·세슘 137)이 방출되자
정부는 고리3호기 반경 20㎞ 이내 거주 170만 명에게 대피 방송을 한다.
그러자 부산울산고속도로 연결지점인 해운대터널과
서부산의 관문인 만덕터널·동서고가로가 엄청난 체증을 빚는다.
상당수는 20㎞ 밖으로 빠져나가는 데 22시간이나 걸렸다.
유동인구가 가장 많은 서면의 경우 24시간이 지나도 10%가 대피를 끝내지 못했다.
원자력안전연구소는 방사성 물질 확산을 예상하기 위해
미국 대기 확산 시뮬레이션(CALPUFF)과 기상청 바람 자료를 인용했다.
실제 재난을 가정하기 위해 통계청의 인구정보와 국토지리원의 수치지형도도 참고했다.
연구진은 방사성물질의 피폭 피해를 줄이려면 부울고속도로와
경부고속도로를 가로로 잇는 신규 도로 개설이 필요할 것으로 분석했다.
한병섭 원자력안전연구소장은 "기장군과 해운대구 반송을 잇는 3.3㎞의 추가 도로를 가상으로 개설해보니
집단 피폭률이 10% 감소했다"고 말했다.
김성욱 연구위원은 "50층이 넘는 초고층 아파트의 경우 엘리베이터를 이용해 주차장으로 가는 데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면서 "도시철도 역사 아래에 안전한 쉘터(대피소)나 아파트 옥내 쉘터 조성을
부산시와 정부가 검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번 연구는 원전 20㎞ 이내만 기준이 됐다는 점에서 한계가 있다.
실제 사고 때는 20㎞ 밖도 엄청난 교통체증과 인명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다.
환경연합 탈핵에너지팀 양이원영 처장은 "방사성 물질은 바람을 타고 1시간에 10㎞를 이동한다. 24시간이면 전국민이 피해 대상이 된다"며 "정부는 최적의 대피 경로와 쉘터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화영 기자 hongd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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