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울주군 외고산 옹기마을
혼을 실은 장인처럼 옹기종기 옹기 체험
- 여행길에 들른 휴게소부터
- 거대한 된장독 모형에 놀라
- 옹기마을 들어서니
- 지금은 보기 힘든 장독들
- 열맞춰 늘어선 풍경이 반갑다
- 흙가래로 조물딱 조물딱
- 처음 해보는 옹기 만들기
- 아이보다 엄마아빠가 신나
- 한평생 옹기 빚어온 장인
- 자부심·책임감으로 명맥 계승
꼬맹이 시절 마당과 옥상에 장독 10여 개는 기본인 줄 알았다.
간장 된장 고추장 등 각종 장류를 보관하는 용기이기도 하지만
정화수를 떠놓고 무병장수와 취직 등을 기원하는 염원의 공간이기도 했다.
하지만 어느 순간 장독이 하나둘 사라지더니 이제는 특정 장소에서만 볼 수 있는 귀한 몸이 됐다.
플라스틱 용기와 김치냉장고의 등장, 아파트 문화의 확산 등으로 옹기가 설 자리를 잃어버린 것이다.
웰빙 덕에 전통 방식이 재조명되고 있지만 여전히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다음 달 4~7일 열리는 울산옹기축제를 통해 우리 전통문화의 소중함을 느껴보고
부모와 자식 간 누가 예쁜 옹기를 만드나 경쟁하는 것도 추억을 남기는 방법이 될 듯하다.
2017 울산옹기축제가 열리는 울산 울주군 온양읍 외고산 옹기마을에서 영화요업 배영화 장인이 옹기를 만들기 위해 흙가래를 이어 붙이고 있다. |
울산 울주군 온양읍에 있는 외고산 옹기마을을 찾기 위해 부산포항고속도로를 달린다.
커피 한 잔 마시려고 장안휴게소에 들렀는데 거대한 된장독이 쓰러져 있다.
얼른 일으켜 세우려고 보니 전통 장 갤러리다.
갤러리 내부는 불이 꺼져 있었지만 왼쪽 두꺼비집을 올리니 불이 들어온다.
내부에는 간장 고추장 막장 등 전통 장에 대한 소개와 함께 4개의 장독대가 간장독 된장독 등의 이름을 달고 있다. 외고산 옹기마을이 가까워졌음을 느낀다. 온양IC에서 내려 14번 국도변에 있는 옹기마을 입구로 가니
휴게소에서 본 장독보다 큰 장독이 우뚝 서 있다.
■ 부모가 더 좋아하는 옹기체험
옹기마을 아카데미관에서 옹기 제작 체험을 하는 어린이들. |
마을 안쪽에 있는 옹기아카데미관에서 옹기제작 체험을 할 수 있다.
오전 9~10시30분, 오후 1~3시(월요일 제외)에 열린다.
평일에는 유치원 등에서 단체로 체험하고
주말에는 가족 단위의 체험객이 많다.
주말 오후 1시가 가까워오자 한 가족씩 들어오더니
10여 팀이 옹기 만들 준비를 마쳤다.
동영상을 통해 옹기 만드는 방법을 배운 가족들은
본격적으로 옹기 만들기에 나선다.
먼저 옹기바닥을 만들어야 한다.
점토를 한 줌 떼어내 손바닥에 10여 차례 내려치며 점토 안에 섞인 공기를 빼낸다.
이후 공처럼 만든 뒤 손바닥으로 눌러 편다.
두께는 0.5~0.7㎝가 적당하다.
옹기의 옆면을 만들 때는 먼저 흙가래를 만들어야 한다.
떼어낸 점토를 손바닥을 이용해 바닥에 굴리면서 떡가래처럼 만들어
옹기 바닥 가장자리를 따라 한 바퀴 돌린 뒤 흙을 아래로 누르듯이 바닥과 붙인다.
내부의 울퉁불퉁한 면은 매끈해지도록 문질러 주고, 바깥은 취향에 따라 그대로 두거나 매끈하게 만들어도 된다.
강사는 "옹기는 원이 기본 형태이다. 이를 기본으로 꽃 하트 사각형 모양으로도 만들 수 있다"고 알려준다. 바닥을 작게 만든 뒤 흙가래를 많이 올려 키가 큰 옹기를 만드는 어린이부터
접시를 만들려는지 바닥을 넓게 만드는 아이 등 각자 목표는 달랐다.
짧은 시간에도 옹기 모양을 별 또는 하트로 만든 아이도 있고
옹기 윗부분을 꽃병의 주둥이처럼 휘게 한 솜씨 좋은 아이도 있었다.
컵을 만들더라도 손잡이처럼 튀어나온 형태는 허용되지 않는다.
어느새 분위기는 무르익는다.
아이들을 위해 흙가래를 만들어주는 부모가 있는가 하면
아예 점토 가까이에 앉아 아이가 만드는지 부모가 만드는지 모호한 가족도 있었다.
부모들이 더 신이 난 모습이다.
3명의 강사가 돌아가며 도와주니 잘 안 되더라도 걱정할 필요는 없다.
30분~1시간이면 작품이 완성된다.
이렇게 만든 옹기 작품들은 아카데미에서 며칠간 건조한 뒤 유약을 바르고 구워준다.
집이 가까운 사람은 직접 방문해 찾아갈 수 있고 택배로 보내주기도 한다.
■ 옹기만 바라본 60년 인생
옹기마을에 전시된 탈 모양의 옹기들. |
옹기아카데미관 맞은편 영화요업에서
옹기를 만드는 배영화(75) 옹기장을 만났다.
배 옹기장 옆에는 굵직한 흙가래가 쌓여 있었는데
이를 가져다 옹기 옆면에 이어붙이고 있었다.
흙가래를 붙이고 손으로 잠시 조물딱하면 한 단이 쌓였고
옹기가 커지는 한편 모양도 잡혀갔다.
부탄가스와 연결한 토치로 건조시키기도 했다.
경북 영덕 출신인 배 옹기장은 같은 지역 출신인 허덕만 씨가
이곳에 옹기굴을 만들 때 따라왔다고 한다.
그의 나이 10대 중반 무렵이다.
당시에는 기술을 배우면서 먹여주고 재워주는 것에 만족하던 시절이다.
그로부터 59년 세월을 한결같이 옹기만 바라보며 살다 울산옹기장에 올랐다.
울산옹기협회가 옹기장으로 인정받으면서 옹기장인 8명 모두 '울산옹기장 제4호'로 등록됐다고 한다.
옹기도 시대에 따라 많이 달라졌다.
배 옹기장은 "예전엔 옹기를 구워서 70%만 나와도 돈이 될 때가 있었는데
지금은 80~90%가 완성돼야 돈이 되기 때문에 신경 써서 만든다"고 말했다.
그는 또 "한때는 도공 10여 명을 거느리기도 했지만 지금은 인건비가 많이 올라
제자 2명을 제외하고는 다 내보냈다"고 아쉬워했다.
판매도 대리상을 통하지 않고 직거래를 하는데 구입한 손님이 다시 찾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옹기에 대한 자부심도 대단했다.
"도자기는 관상용이지만 옹기는 저장용기로 용도 자체가 달라 비교하기는 어렵지만
도자기는 6개월만 배워도 공방을 만들어 팔면서 작업해도 되는데
옹기는 최소 2년은 배워야 하며 3년을 배워도 제대로 만들지 못하는 이가 있을 정도"라고 밝혔다.
일요일에 옹기장을 보기 어려운 이유도 알아냈다.
그는 "이곳에 옹기굴을 세운 허덕만 선생이 교회 장로였기 때문에
당시 그를 따라 이곳으로 온 도공 대부분이 교회를 다니게 됐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일요일에는 작업하지 않는 분위기다"고 설명했다.
그의 공방 출입문 위에는 제1대 허상민 선생,
제2대 허덕만 선생,
제3대 배영화 선생(본인),
제4대 김성식 전수자 등 4명의 사진(1대는 그림)이 걸려 있었다.
일단 옹기 제작의 맥이 끊기지는 않겠구나 하는 안도감이 든다.
◆ 옹기마을의 과거와 현재
- 잘나갈 땐 도공만 200명…지금은 박물관서 흔적 찾아
부산포항고속도로 장안휴게소에 마련된 전통 장 갤러리. |
외고산 옹기마을은 1957년 경북 영덕에서 옹기점을 하던
허덕만 씨가 이곳에 옹기굴을 만든 게 시초다.
이문희 울산문화관광해설사에 따르면
이곳에는 질 좋은 점토가 많았고
옹기를 굽기에 적합한 구릉지가 있었고
주변이 산으로 둘러싸여 연료인 나무가 풍부했다.
또한, 인근에 회야강이 있어 물이 풍부했고 동해남부선을 통해
피난민이 몰려 있는 부산을 비롯한 남부 지방에
옹기를 공급하기도 좋았다.
1960년대부터 1980년대까지 옹기점만 10개에 이르렀고
400여 명(도공 200명)이 이곳에서 옹기 제작 일에 종사했다.
이문희 해설사는 "마을 128가구 중 현재는 30여 명이 옹기와 관련한 일을 하는데
생산과 판매를 하는 곳은 9곳, 판매만 하는 곳은 5곳"이라고 설명했다.
옹기마을에는 울산옹기박물관 울주민속박물관 옹기마을공원지구도 있다.
박물관 1층 입구에는 기네스 인증 최대 옹기가 볼만하다.
2011년 6월 28일 달성한 것으로 옹기의 수직높이 223㎝, 최대둘레 517.6㎝,
입구 둘레 214㎝, 입구 지름 69.4㎝에 달한다.
글·사진=유정환 기자 defia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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