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비슬산’

금산금산 2017. 5. 17. 21:21

대구 '비슬산'






산상화원이 따로 없네

유가사 원점회귀…걷는 시간만 4시간40분

정상 일원 100만 ㎡ 광활한 진달래밭 일품

헌걸찬 산세에 기암괴석 암봉도 시선 끌어

낙동강과 가야산 영남알프스 산꾼도 보여






신성한 산에 사바세계의 입김이 작용한다면.

지금이야 공직사회에서 거의 모든 행정 절차가 투명하게 이뤄지고 있지만

1970, 80년대만 하더라도 눈에 안 보이는 약간씩의 입김이 작용했던 것 같다.

가지산에 이어 지난 1983년 경남 유이(唯二)의 도립공원으로 지정된 고성 연화산.

하지만 도립공원인지 확실하게 아는 산꾼은 예상보다 많지 않다.

옥천사를 기점으로 한 바퀴 기껏 돌아봐야 3시간 남짓한 데다 산행 도중 도로를 한 번 건너야 한다.

울창한 숲과 경내의 유물전시관 그리고 물 좋은 옥천수가 있지만

이 요인이 부족한 산세를 벌충하기에는 무리인 듯 싶다.




   
대구 비슬산은 매년 4월 말부터 5월 초까지 산 정상 일원이 진달래로 산상화원을 이뤄 전국에서 수십만 명의 등산객들이 찾는다.

경남도와 고성군도 지정 이유에 대해

그저 상투적인 대답만 하기 일쑤이지만

산 아래 주민들은 한결같이 이구동성으로 군

사정권 당시 고성 출신 실세의 물밑 영향력이 컸다고 말한다.

하지만 최근 연화산에는 오랜 기간 덜 알려진 탓에

동식물 보존상태가 아주 양호해 전문가들이 줄을 잇는단다.

자연생태계가 살아 있는 이런 현상을 두고 주민들은

도립공원의 자격이 있지 않느냐고 반문한다.

이는 뒤늦게 도립공원 지정 요건을 갖췄다는  

무언의 대답으로 들려 한편으로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대구 비슬산의 경우 지난 1999년 국립공원관리공단에서 국립공원 지정을 위한 타당성 조사를 실시했다. 해당 지자체에 따르면 당시 지역구 모 의원이 비슬산과 이웃한 청도 창녕 지역의 산군을 묶어

국립공원으로 지정하려고 무진 애를 썼지만 주변 여건이 여의치 않아 무산됐다.

이창우 대장은 "비슬산과 창녕 화왕산 관룡산, 청도 남산 화악산 등을 묶으면 하나의 산군이 이뤄지지만 이들 봉우리를 잇는 소위 잡산들이 자격 미달"이라며 "차라리 영남알프스 산군이나 갓바위~가산산성의 팔공산이 국립공원 요건을 갖추고 있지 않나 싶다"라고 말했다.

잊혀진 뒷이야기를 뜬금없이 꺼낸 것은 차후엔 신성한 산에

구린내 나는 입김이 절대로 발을 붙여서는 안 된다는 점을 재차 강조하기 위해서다.

그래도 비슬산은 국립공원급에는 못 미치지만 전국의 내로라하는 산에 견주어도 손색이 없다.

산림청이 수년 전 선정한 한국 100대 명산에도 이름을 올렸지 않은가.

   

특히 매년 4월말에서 5월초엔 산꾼들로 인산인해를 이룬다.

정상 일원 100만 ㎡(30만 평)의 광활한 산사면에

진달래가 만개해 온 산을 연분홍빛으로 물들이기 때문이다.

산행은 대구 달성군 유가면 유가사(비슬산) 주차장~도성암 갈림길~전망대바위~삼거리봉(앞산 갈림길)~비슬산 대견봉(1084m)~

마령재~(월광봉)~조화봉(톱바위)·대견사지 갈림길~조화봉(1058m)~대견사지~팔각정~계곡(수성골)~유가사~주차장 순.

휴식 및 식사시간 빼고 걷는 시간만 4시간40분 걸린다.

주차장 사무실을 지나면 바로 갈림길. 등산안내도가 서 있다.

일주문을 지나면 유가사 갈림길.

우측 유가사 방향은 하산길, 좌측 대견봉(정상·3.5㎞)

방향으로 향한다.

수도암 입구를 지나 커브길 좌측으로 산길이 열려 있다.

들머리다.

솔향 그윽한 오름길의 연속이지만 힘들지는 않다.

이따금 너덜을 만나지만 지루하지 않게 지그재그길로 이어진다.

50분 뒤 침목계단 입구 삼거리.

우측 길은 도성암으로 이어지는 포장로가 생기기 전 도성암을 거쳐 올라오는 길,

산행팀은 침목계단을 오른다.

4, 5분 뒤 길 우측으로 철조망이 보인다.

이 길은 아마도 신라 도성국사가 도를 닦았다는 도통바위로 올라설 수 있으나

도성사 뒤 암벽이라 위험해 절에서 막아놓은 듯하다.

10분 뒤 갈림길.

구급함이 서 있다.

두 길은 곧 만나지만 이왕이면 전망대바위가 있는 우측으로 간다.

전망대 끝단에 서면 발 아래 도통바위와 도성암 유가사, 그 뒤로 유가면과 번화한 현풍면 그리고 낙동강이, 우측 정상 부근은 누런빛을 띠는 성말댕이와 그 뒤로 가야산이, 좌측으로 대견사지 뒷봉우리인

1035봉(옛 대견봉)과 그 우측으로 뾰족한 관기봉과 비들산이 시야에 들어온다.

다시 침목계단으로 한 굽이 오르면 시야가 트이면서 정면으로 근육질의 암봉이 시선을 빼앗는다.


비슬산 정상 대견봉이다.

신선이 거문고를 타는 모습을 닮았다 하여 '비파 비(琵)', '거문고 슬(瑟)' 자를 써 비슬산이라 명명됐다지만 과문한 탓인지 선뜻 납득이 안 간다.

계속되는 오르막길.

18분 뒤 삼거리봉.

비로소 정상과 높이가 엇비슷한 능선 어깨에 올라선다.

왼쪽 대구 앞산 또는 용연사 방향, 산행팀은 오른쪽 정상(0.4㎞)으로 향한다.

마른 억새 무성한 완경사 능선길 좌우에는 연분홍 진달래가 지천이다.

장관이다.

마침내 상봉.

좀체 보기 힘든 대삼각점이 있고, 커다란 바위 위에 '비슬산 대견봉'이라 적힌 정상석이 우뚝 서 있다.

앞서 본 조망은 더 넓게 품에 안기고 저 멀리 북쪽으로 대구시가지의 일부와

그간 가뭇가뭇하던 낙동강 물줄기도 시야에 들어온다.

   

하산은 대견사지(4㎞) 조화봉(4.5㎞) 방향으로 간다.

헬기장을 지나면서 정면으로 조화봉과 관기봉, 그 좌측으로 청도

화악산과 남산, 화악산 좌측 뒤로 저 멀리 영남알프스 산군이

산의 물결을 이루고 있다.

이 능선길 좌측은 청도 각북면, 우측은 대구 달성군이다.

곧 갈림길.

왼쪽 헐티재 방향, 산행팀은 직진한다.

송림길을 지나면 우측으로 시야가 트이면서 근육질의 대견봉과 그 아래 병풍듬의 위용이 한눈에 펼쳐진다. 그러고 보니 비슬산은 청도 쪽 능선은 완만한 육산인 반면 대구 쪽은 가파른 벼랑을 이루고 있다.

계속되는 내리막.

15분 뒤 사거리에 닿는다. 마령재다.

왼쪽 용천사, 오른쪽 유가사, 산행팀은 대견사지(참꽃군락지)로 직진한다.

이제부터 절정인 대견사지 주변까지 능선 좌우가 온통 진달래길.

능선 좌측 월광봉은 통상 우회한다.

벤치가 놓여 있는 쉼터를 지나면 이내 갈림길.

좌측 톱바위(0.2㎞) 조화봉 휴양림 방향, 직진하면 대견사지(0.2㎞).

산행팀은 톱바위를 거쳐 조화봉에 오른 후 다시 현재 이 지점으로 돌아와 대견사지를 향한다.

하지만 조화봉 정상 아래에는 현재 정확한 홍수 예측을 위해

낙동강유역 강우레이더 공사가 진행 중이어서 능선길을 막고 산길을 돌려놓았다.



해서 산행팀은 휴양림으로 가는 임도로 내려가 좌측으로 50m쯤 가면 만나는 너른 터인

바람골에서 좌측 산길로 올라 조화봉에 올랐다.

도중 만나는 톱바위, 일명 칼바위는 멀리서 보면 흡사 칼춤을 추는 모습을 하고 있다.

갈림길로 돌아와 이제 대견사지로 향한다.

기암괴석이 병풍처럼 둘러싸고 있는 아주 너른 터인 대견사지의 끝단 벼랑에는

3층석탑이 사바세계를 굽어보고 있다.

경주 남산 늠비봉 5층석탑과 창녕 관룡산 용선대 석조여래좌상과 마찬가지로

장엄한 그 모습에 자뭇 고개가 숙여진다.

이제 능선으로 이어지는 철계단을 오르면 함지박처럼 드넓은 평원이 펼쳐진다.

진달래 군락지로 봄이면 달성군이 주최하는 참꽃 축제가 열리는 곳이다.

비슬산 남쪽 산 사면 전체가 온통 연분홍 진달래 천지다.

장관이다.

연분홍 양탄자를 깔아놓은 듯 펼쳐지는 진달래군락을 가로지르는 나무덱을 따라

쉼터가 곳곳에 마련돼 있다.

하산은 능선 좌측 저 멀리 보이는 팔각정자 쪽으로 향한다.

역시 나무덱이 조성돼 있다.

1035봉 갈림길에서 유가사(2.6㎞) 쪽으로 방향을 잡는다.

40여 분 뒤 유가사계곡에 닿고, 여기서 5분 뒤 계곡을 건너면 반듯한 길을 만다. 유

가사는 10분이면 닿고, 다시 10분이면 주차장에 도착한다.




   
대견사지 오층석탑(왼쪽)과 진달래 군락지.

# 떠나기 전에

- 올해 비슬산 참꽃 축제 4월 26일~5월 3일

대견사지는 중국 당나라 문종과 얽힌 얘기가 전해온다.

좋은 절터를 찾던 문종은 어느 날 세숫대야에 비친 한 폭의 아름다운 산수에 흠뻑 빠져 신하들에게 수소문하게 한 결과 찾은 곳이

대견사였다는 것이다.

즉 대국(大國)에서 본(見) 절(寺)이라는 의미이다.

대견사지에서의 낙조는 특히 아름답다고 전해온다.

비슬산에는 예부터 고찰이 많았다.

들머리 유가사는 팔공산 동화사 말사로 신라 흥덕왕 2년에 도성국사가 창건했다.

도성암은 비슬산에서 가장 오래된 절로, 암자 뒤에 도통암이라는 바위가 있다.

조화봉(1058m)에 서면 청도산악회에서 세운 '비슬산 조화봉'이라 적힌 정상석이 서 있다.

청도에선 이 1058봉을, 달성 쪽에선 팔각정자가 있는 1035봉을 조화봉이라 한다.

오래 전에는 1035봉을 대견사지 위에 있다고 해서 대견봉이라 부르기도 했다.

달성군이 매년 개최하는 비슬산 참꽃축제는 대견사지와 참꽃군락지

그리고 자연휴양림에서 오는 26일부터 5월 3일까지 열린다.


# 교통편

- 중부내륙고속도 현풍IC서 내려 현풍 방향

부산 서부버스터미널에서 거창행 시외버스를 타고 현풍터미널에서 내린다.

오전 7시, 7시50분, 8시40분, 9시30분, 10시20분, 11시10분. 1시간30분 걸린다. 

현풍터미널에서 창성여객 달성5번을 타고 유가사 주차장에서 내린다.

오전 8시10분, 10시10분, 11시20분.

유가사 주차장에서 현풍터미널행 달성5번 버스는 오후 4시40분, 5시50분, 6시40분에 출발한다.

이상은 평일 기준이며 주말에는 600번 버스가 투입돼 배차간격은 훨씬 줄어든다.

현풍터미널에서 부산행 시외버스는 오후 4시20분, 5시10분, 6시, 6시50분, 7시40분(막차)에 있다.

승용차를 이용할 경우 이정표 기준으로 남해고속도로~중부내륙고속도로(옛 구마고속도로) 현풍IC~

대구 현풍 5번 국도~유가 1093번 지방도~유가사 소재사 비슬산자연휴양림 방향 좌회전~

유가면사무소 우회전~유가사 소재사 자연휴양림 4번 좌회전~비슬산군립공원 유가사 좌회전~비슬초등~유가사~주차장 순.

  

  • 글·사진=이흥곤 기자 hung@
  • 청도 비슬산






    진하게 물든 진달래꽃… 내딛는 능선마다 잔치는 시작됐다




                                                                                                     





    대구 달성군과 경북 청도군에 걸쳐 있는 비슬산(琵瑟山·1,083.6m).

    4월이 오면 산꾼들의 머릿속을 맴도는 산이다.

    '참꽃'으로도 불리는 진달래 때문이다.

    정상 부근 진달래 군락은 이맘때 만개해 산 사면을 붉게 물들이며 절경을 이룬다.

    그러나, 비슬산이 산꾼을 불러 모으는 이유는 이뿐 아니다.

    사위가 탁 트인 조망의 즐거움도 꽃구경 못지않다. 

    비슬산을 오르는 가장 일반적인 코스는

     대구 달성군 현풍면 유가사를 거쳐 도성암 능선을 따라 정상에 오르는 것이다.

    이후 진달래 군락지와 대견사지를 보고 자연휴양림 쪽으로 하산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 구간은 진달래가 본격적으로 피기 시작하는 4월 말부터는

    교통 체증을 연상시킬 정도로 사람들이 많이 몰린다. 





    들머리 용천사 맑은 물 샘솟고  

    대견사지 절벽엔 삼층석탑 우뚝  

    거칠 것 없는 정상 조망도 만끽 






    진달래 시즌을 맞은 비슬산의 번잡함을 피하기 위해

    경북 청도군 각북면 오산리 용천사 코스로 올랐다.

    산행 구간은 용천사~778.1봉~삼봉재~비슬산 정상~마령재~진달래 군락지~대견사지~강우레이더 관측소~조화봉~712봉~별마루펜션~청도자연병원이다.

    총 거리가 13.2㎞로 5시간 30분가량 걸렸다. 




    출발점은 용천사(湧泉寺)다.

    비슬산 동쪽 기슭에 자리 잡은 용천사는

    3개의 전각이 대웅전을 중심으로 좌우로 펼쳐진 가람 형식을 갖췄다.

    규모는 작지만 670년 의상 법사가 창건한 천년고찰이다.

    전성기 때에는 1천여 명의 승려가 수도했고 부속 암자만 47개나 됐다고 하나,

    절터의 규모로 봐서는 믿기지 않는다. 

    절 이름은 석간수가 끊임없이 용솟음쳐 지어졌다고 한다.

    실제, 대웅전 왼쪽 용천(湧泉)이라 불리는 우물에서는 맑고 차가운 물이 쉴 새 없이 흘러나왔다.

    한 바가지 떠 마시니, 정신이 번쩍 들 정도로 차갑다. 

    산행 초입은 용천 옆으로 난 작은 돌계단을 따라 왼쪽으로 꺾인 등산로다.

    산대나무가 우거진 숲 속으로 난 좁은 등산길은 산 사면을 따라 구불거린다.

    1분여 오르니 왼쪽으로 큰 항아리를 엎어놓은 모양의 부도가 나타났다.

    고승의 사리를 모시기 위해 만들었다는 부도는 2m 정도 높이다.

    이끼가 두껍게 내려앉았고, 오랜 세월 퇴락해 석각을 구분할 수 없다. 

    부도를 지나쳐 1~2분 다시 전진하니 이번엔 부도 6기가 숲을 이루고 있다.

    이 작은 절집에서 고승들이 꽤 많이 배출됐다는 증거다.

    부도 숲을 보고나니, 비로소 용천사가 한때 대단한 절이었다는 말이 믿긴다. 



    부도 숲을 정면에 두고 오른쪽으로 꺾인 지능선을 타고 올랐다.

    다시 1분여 뒤 무덤 수십 기로 이뤄진 공동묘지가 보인다.

    여기서부터 길이 희미하다.

    산행 안내리본을 촘촘히 달고 길을 개척하면서 나아간다.

    하지만 오래전 사람과 산짐승들이 지나다녔던 흔적이 있어 개척은 그리 어렵지 않다.

    가파른 지능선을 따라 1시간쯤 오르니 비슬지맥과 만나는 능선 삼거리에 닿는다.

    왼쪽으로 꺾어 비슬산 정상 방면으로 나아간다. 

    여기서부터 등산로가 뚜렷하다.

    삼각점이 있는 778.1봉과 867봉, 삼봉재를 지나 첫 번째 갈림길에 도달하는 동안은 고민할 필요 없는 외길이다.

    867봉에 오르니 멀리 비슬산 정상과 이어진 봉우리들이 좌우로 펼쳐진다.

    비슬산은 능선들이 닭 볏처럼 펼쳐져 한때 '벼슬산'이라 불렸다고 하는데, 그 이유를 자연스럽게 알 수 있다.  

    첫 번째 갈림길에서 3분가량 더 전진하면 이정표가 나온다.

    오르막길로 직진하면 비슬산 정상, 왼쪽으로 내려가면 용천사, 왔던 길로 3.2㎞ 되돌아가면 헐티재다.

    비슬산을 눈앞에 두고 하산할 수는 없는 일, 다시 전진한다.

    20분가량 전진, 정상을 400m 남겨둔 지점에 아무렇게나 쌓은 돌무덤이 여럿 나타난다.

    이정표를 따라 오른쪽으로 길을 잡아 정상으로 향한다.

    비슬산 정상으로 향하는 길은 비교적 평탄하지만 바윗길이다.

    큰 바위 사이로 난 등산로 주변에는 누렇게 시든 억새가 아직까지 새싹을 틔우지 못한 채 황량하다.

    해발 1,000m가 넘다 보니 봄이 늦다. 

    억새 사이로 10분가량 걸음을 재촉하니 드디어 비슬산 정상 대견봉이다.

    대견봉에 오르자 사방에 거칠 것이 없다.

    가까이로는 청도군 각북면과 달성군 현풍면, 멀리는 대구 시내와 경남 창녕의 화왕산까지 보인다.

    일망무제, 가히 '조망의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는 산'이라는 평판이 허명이 아니었다.



    비슬산 정상에서 내려와 좀 전에 지나쳤던 이정표 갈림길로 다시 내려온다.

    이번에는 대견사지(大見寺址) 방면으로 길을 잡는다.

    비슬산 정상에서 대견사지까지는 대략 40분 걸린다.

    가는 길에 마령재와 진달래 군락지를 지나게 된다.

    체력이 달린다면 마령재에서 왼쪽으로 하산길을 잡으면 원점인 용천사로 되돌아 갈 수 있다. 

    하지만, 대견사지는 오늘 산행에서 놓칠 수 없는 포인트다.

    신라 흥덕왕 때 창건됐다는 대견사는 허물어져 석축만 남았지만, 볼거리가 너무 많다.

    절터 언저리 절벽에는 삼층석탑이 매달리듯 위태롭게 서 있는데,

    멀리서 한동안 바라보면 애잔함이 저절로 생긴다.

    절터 주변은 암벽들이 빙 둘렀는데 그 모양이 코끼리, 부처 등의 형상을 닮아 신비롭다.

    대견사지는 풍경이 절묘해 인기 드라마 '추노'의 최종회 촬영지로 선택되기도 했다. 

    대견사지로 향하는 길에 진달래 군락을 조망할 수 있다.

    아쉽게도 정상 부근의 진달래들은 아직까지 필 조짐이 없다.

    그래도 오는 28일부터 다음 달 6일까지 열릴 축제 준비로 분주했다.

    군락지 사이로 탐방로를 만들고, 잡목을 베어내는 작업이 한창이다.  

    진달래 군락을 지나 이정표에서 오른쪽으로 5분 정도 전진하면 대견사지다.

    대견사지를 둘러보고 좀 전에 걸었던 등산로의 아랫길을 따라 강우레이더 관측소로 향한다.

    강우레이더 관측소는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전망대를 등산객들에게 무료로 개방한다.

    하지만 전망은 비슬산 정상의 그것만 못하다.

    강우레이더 관측소를 구경한 후 하산길을 잡는다.

    관측소에서 비슬교 입구로 내려와 왼쪽으로 꺾어 조화봉 쪽으로 길을 잡는다.

    비슬교 방면을 제외하고 관측소 사방이 철망으로 둘러싸여 어쩔 수 없이 관측소를 우회해야 한다.

    5분가량 오르막을 오르면 조화봉(1,059m) 정상이다.

    조화봉 앞에는 '비슬산 해맞이 제단'이 있는데, 이 제단을 정면에 두고

    다시 관측소 뒤편으로 난 작은 오솔길로 빠진다.

    하산길에서 첫 번째 능선 갈림길이 나타나면 오른쪽으로 내려간다.

    왼쪽으로 가면 군불로 리조트로 가는 길이고, 뒤돌아 가면 조화봉이다.

    이후 712봉에 이를 때까지 3개의 능선 갈림길이 차례로 나타나는데 모두 왼쪽으로 꺾는다.

    대략 50분 정도 소요된다.  

    송이 채취구역인 712봉을 지나 675봉 갈림길에서 다시 왼쪽으로,

    다음 갈림길에서도 왼쪽 계곡 방면으로 꺾어 내려간다.

    40분 소요. 초록색 지붕의 별마루펜션이 보이면 드디어 날머리인 청도자연병원이 시야에 들어온다. 



    글·사진=박진국 기자 gook72@

    그래픽=노인호 기자 nogari@
     





    청도 비슬산 '산행지도'


                                              








    청도 비슬산 '가는길 먹을곳'


    찾아가기 
     
    산행 들머리와 날머리가 걸어서 10분 거리다.

    거의 원점회귀 코스여서 승용차 이용이 편리하다.

    일단 대구·부산고속도로를 타고 청도IC에서 내린다.

    요금소를 지나 밀양·청도 방면으로 빠져나가다가 첫 번째 네거리에서 우회전,

    20번 국도를 타고 풍각 방면으로 쭉 달린다.

    20분가량 달리다 902번 지방도 갈림길에서 902번 도로를 갈아타고 풍각면 사무소 방면으로 직진한다.

    10여 분 직진하다 덕산2리 표지석이 나타나면 좌회전한다.

    오산2리 전원주택단지를 거쳐 계속 오르막길로 올라가면 용천사 입구가 보인다.

    내비게이션이 있다면 '용천사'를 찍어 안내를 받는다. 

    대중교통으로 가려면 기차 편이 수월하다.

    부산역(1544-7788)에서 청도역 행 무궁화호는 오전엔 5시 5분부터 11시 40분까지 10편이 있다.

    소요시간 1시간가량.

    청도역에 내리면 풍각정류소(054-372-2826)까지

    1번 버스가 오전 6시 30분부터 하루 24회, 30~50분 간격으로 다닌다.

    소요시간은 25분.

    풍각정류소에서 각북면 오산리로 가는 공용버스는 오전 8시55분, 9시20분, 11시10분에 있다.

    20분 소요.


    음 식 점 

    별마루펜션에서 계곡을 건너 날머리인 청도자연병원으로 향하다 보면

    오른쪽 길가에 닭, 오리백숙을 파는 '대동고을'(054-372-1887)을 만난다.

    비슬산 계곡의 맑은 물로 푹 고아 낸 육질이 담백하다.

    백숙과 함께 나오는 찹쌀밥에 김치를 얹어 먹어도 좋다.

    인공 조미료를 사용하지 않고 만든 돌미나리 나물, 고추장아찌 등 밑반찬이 특히 별미다.

    단, 백숙은 만드는데 시간이 많이 걸리므로 산행 마치기 전 미리 전화해서 예약하는 것이 좋다.

    고기가 부담스럽다면 찹쌀수제비를 먹어도 된다.


    박진국 기자






    ▲ 산행 출발점인 용천사의 석간수. 수량이 많고 미네랄이 풍부해 약수로 유명하다.



    ▲ 산행 초입은 용천(湧泉) 옆 돌계단을 올라 왼쪽으로 난 등산로를 따라 간다.



    ▲ 용천사에서 지능선으로 오르기 직전의 부도숲. 용천사가 한 때 고승들의 수행지였음을 알 수 있다.



    ▲ 부도 숲을 정면에 두고 오른쪽으로 꺾어 지능선을 탄다.



    ▲ 부도 숲에서 조금 올라오면 공동묘지가 나온다. 주능선을 바라보고 정면으로 전진한다.



    ▲ 비슬산 정상 대견봉으로 가는 길에는 억새 군락이 누렇게 시든 채 펼쳐져 있다.



    ▲ 대견사지로 가는 길에 바라본 강우레이더 측정소.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 까지 전망대를 개방한다.



    ▲ 대견사지 절벽에 삼층석탑이 위태하게 서 있다.



    ▲ 조화봉 정상 앞에 놓이 비슬산 해맞이 제단. 이 제단을 정면에 두고 왼쪽 강우레이더 관측소 방면 오솔길로 하산길을 잡는다.



    ▲ 대견사지 절벽에 삼층석탑이 위태하게 서 있다.



    ▲ 대견사지를 감싸 듯 솟아 있는 암괴류는 특이한 모양 때문에 천연기념물로 지정됐다.



    ▲ 비슬산 7푼 능선까지 진달래가 이미 만개했다. 4월 말이면 정상까지 붉게 물들 것으로 예상된다. 하산길에 3m 넘는 진달래 나무들이만든 꽃터널을 지나는 호사를 누렸다.











    대구 '비슬산'






    거문고를 켜듯 비파를 타듯 넘실대는 바위산





                                                                             






    같은 산이라도 사람마다 갖는 인상(印象)이 같을 수는 없다.

    산을 찾는 시기에 따라, 산행 중에 맞닥뜨리는 일들에 따라, 그리고 산행 코스에 따라

    저마다 그 산을 다르게 마음에 새긴다.

    그럼에도 계절 산행,테마 산행 등으로 산들을 나누고 그에 맞춰 산을 찾게 되는 것은

    그중 탁월한 매력들이 있어서다. 
     
    대구 비슬산. 진달래하면 빠지지 않는 산이다.

    봄에 가장 화려하게 꽃피는 산이다.

    화려하게 주능선을 수놓는 진달래 군락지의 장관은 흥에 겨워 춤이라도 추고 싶도록 만든다.
     
    '입춘'을 지나면서 비슬산을 찾았다.

     비슬(琵瑟),아름다운 이름이 호감부터 갖게 하는,이 산은 팔공산과 함께 대구를 감싸고 있는 산줄기다.

    진달래 만개를 통해 봄철마다 유명세를 타지만 산세가 기운차고,

    억새 계곡 등도 매력만점이어서 사철 다른 모습들을 선보인다.

    진달래를 뺀 비슬산은 단연 바위가 돋보인다.

    정상과 그 주변을 차지한 거대 바위들은 비파와 거문고를 타는 듯하다는 산 이름을 낳았다.

    비슬산 줄기의 또 다른 축인 조화봉 주위에서는 거대한 바위 무더기인 암괴류를 비롯해

    각양각색의 바위들을 만날 수 있다. 

    특히, 유가사와 소재사를 비롯한 고찰,대견사지,자연휴양림,얼음동산 등

    볼거리들이 풍부해 가족이 함께 찾아도 좋을 듯하다.

    오는 봄을 기다렸다 진달래 축제에 맞춘다면 더욱 즐거운 산행이 될 것이다.

    건조한 날씨가 오래 지속됨에 따라 각지의 산들에 대한 입산 통제가 강화되면서

    산행지 고르기가 마땅치 않은 철이다.

    그래서 비슬산은 딱히 그런 구애를 받지 않는다는 점도 고려했다.

    산행은 유가사에서 시작해 비슬산 정상으로 오른 뒤 능선을 따라 대견사지로 옮겨갔다가

    비슬산 자연휴양림으로 내려서도록 코스를 잡았다.

    바싹 땀을 흘리는 초반 오름길과 주능선길에서는 산행의 즐거움을 한껏 만끽할 수 있다.

    대견사지 주변에서는 각양각색의 바위와 조망을 즐길 수 있다.

    하산길에는 자연휴양림 얼음동산 소재사 등 볼거리들이 다양하다. 

    구체적인 답사경로는 대구시 달성군 유가면 양리

    유가사 버스종점~유가사~수도암~이정표 갈림길~주능선~비슬산 대견봉~대견사지~1034봉~대견사지 회귀~자연휴양림~매표소~(휴양림)버스정류소 순.

    휴식을 포함해 5시간 안팎이 걸린다. 

    자가승용차를 이용한 산행의 경우 코스를 따른다면 원점회귀가 안 돼 차량 회수가 곤란하다.

    원점회귀를 하려면 개념도를 활용해 1034봉 아래 팔각정에서 수성골을 거쳐 유가사로 내려가면 된다.

    이 경우 하산 시간은 1시간30분 정도 잡으면 된다. 

    들 머리는 유가사 버스종점.

    주차장이다. 주차장에서는 바로 앞에 만나는 일주문을 지나 절집을 향해 오른다.

    유가사 앞 갈림길까지 5분 남짓 걸린다.

    들어서는 길이 바윗길이어서 독특한 유가사는 옛 모습은 대부분 사라졌으나 들러볼 만하다.

    물을 구할 수 있다.

    다시 갈림길로 나와 포장로를 따른다.

    도중에 수도암을 지나고 다시 5분 남짓 걷다 이정표를 만나면 포장로를 버리고 산길로 접어든다.

    산길로 들면 이내 왼쪽 능선을 향해 비탈로 붙게 된다.

    나무계단길이다. 

    바싹 올라야 하는 길이다.

    가파르게 오르다가 15분쯤 거리에서 도성암 갈림길을 만난다.

    오르막이 이어진다.

    10여분 오르면 능선에 올라서고 암릉을 만날 즈음에 잠시 길이 순해지며 숨을 고를 수 있다.

    하지만 곧 다시 오르막.

    10분 남짓 가파르게 올라서다 오른쪽으로 비슬산 정상이 눈에 들어올 즈음에야 길이 편해진다.

    곧 앞산·용연사 갈림길에 닿는다. 

    갈림길에서 정상까지는 능선을 따라 7분쯤 걸린다.

    산행을 시작하고 1시간30분 남짓 걸린다.

    암봉으로 이뤄진 비슬산 정상에 서면 바로 앞 병풍듬이 시선을 먼저 잡아끈다.

    북쪽으로 앞산 자락 넘어 대구 팔공산이 가까이 보이고 서쪽으로 가야산 자락이 뚜렷하게 보인다.

    능선 오른쪽으로 너른 진달래 군락지도 눈에 들어온다. 

    정상 앞 갈림길로 내려서서 길을 이어간다.

    산불감시초소 앞 이정표에는 '유가사 3㎞, 참꽃군락지(대견사지) 4㎞'로 나와 있다.

    참꽃군락지(대견사지) 방향으로 이어간다.

    지 그재그로 시원하게 뻗어난 능선을 이어가는 길.

    기하학적인 능선은 호기심을 불러 일으키며 발걸음을 재촉한다.

    곧 만나는 헐티재 갈림길에는 돌탑이 쌓여 있다.

    갈림길을 지나 소나무 숲으로 들어서면서 내리막이 순하게 이어진다.

    소나무 숲에서는 병풍듬을 조망할 수 있는 포인트들을 몇 곳 만난다.

    내리막은 마령재까지 이어진다.

    마령재에는 동쪽으로 용천사, 서쪽으로는 유가사 갈림길이 각각 나 있다.

    헐티재 갈림길에서 15분쯤 소요된다.

    마령재를 지나면서 서서히 고도를 높인다.

    소나무 숲 너머로 보이던 진달래가 곧 길 좌우를 가득 메운다.

    1005봉은 오른쪽으로 우회한다.

    벤치 쉼터를 지나면 곧 대견사지 갈림길에 닿는다.

    오른쪽으로 접어들어 8분쯤이면 대견사지로 내려선다. 

    대견사지에서는 비슬산의 또 다른 모습과 마주하게 된다.

    툭 터진 전망과 함께 조각품을 보는 듯한 각양각색의 바위들을 만난다.

     절터 한 끝에 자리한 3층 석탑은 그 정점을 이룬다.

    대견사지 서쪽의 1034봉으로 가는 길에는 형제바위 기도바위 백곰바위 상감모자바위 등

    독특한 형태의 바위들을 보는 즐거움이 있다. 

    다시 대견사지로 돌아 내려와 조화봉 쪽으로 방향을 잡는다.

    3분쯤 거리에서 이정표를 만나면 하산길로 내려선다.

    코끼리 바위를 지나 이내 만난다.

    임도가 시작되는 지점이다.

    화장실도 있다.

    하산길에서는 암괴류 토르 애추 등 비슬산 일대의 독특한 바위들을 만난다.

    거대한 바위 무더기인 암괴류는 천연기념물 제435호. 25분쯤 걷다 보면 임도로 내려선다.

    임도로 내려서면 이내 포장길이다.

    숙박시설 매점 등 휴양림 시설들을 지나 내려선다.

    하산길에 들리는 얼음동굴은 더욱 즐겁게 산행을 마무리하게 해 준다.

    휴양림 매표소까지는 20분쯤 걸린다.

    매표소 앞 소재사를 지나 다시 8분쯤 내려서면 휴양림 매점을 지나 비슬산휴양림 버스정류소에 닿는다.



    글·사진=김영한기자 kim01@








    대구 비슬산 '개념도'




                                                                      





    대구 비슬산 '찾아 가는길'




                                                            


    대중교통은 부산 서부시외버스터미널에서 출발하는 현풍행 버스를 이용토록 한다.

    첫 차는 오전 7시. 40~50분 간격으로 운행된다.

    소요시간 1시간30분.

    현풍 시외버스터미널에서는 창성여객(054-956-5753)이 운행하는 달성 5번 버스를 타고

     들머리 유가사 버스종점까지 갈 수 있다.

    터미널에서 오전 6시50분,8시,9시50분,11시에 출발한다.

    토·일요일에는 창성여객 600번 버스도 30분 간격으로 운행된다.
     
    현풍에서 부산행 버스는 오후 5시10분,6시,6시50분에 출발한다. 막차는 7시30분에 떠난다.
     
    자가승용차는 남해고속도로 칠원분기점 중부내륙고속도로(구마고속도로) 현풍나들목 순.

    현풍나들목에서 들머리까지는 7㎞ 거리인데 이정표 '비슬산자연휴양림'

    '유가사'를 참고해 어렵지 않게 찾아갈 수 있다.

    고속도로 소통이 원활하면 1시간40분쯤 걸린다.
     
    답사 코스를 따른다면 원점회귀가 아니어서 택시를 이용해야 한다.

    들머리 주변 식당을 이용하면 차량 지원이 가능하다.










  • '' 카테고리의 다른 글

    청도 ‘남산 서릉’  (0) 2017.05.23
    경주 ‘달등이산~매봉’  (0) 2017.05.19
    밀양 삼랑진 ‘천태산~금오산’  (0) 2017.05.13
    통영 사량도 윗섬 ‘지리산~옥녀봉’  (0) 2017.05.09
    함안 ‘괘방산~방어산’  (0) 2017.05.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