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서 두번이나 김천까지 간 반달곰…포획 ‘갑론을박’
구례 방사훈련장서 줄행랑, 생태통로 등 이용 90㎞ 이동…남원·함양 거쳐 수도산으로
- 지난달 탈출 경로와 일치
- 국립공원관리공단 추적중
- “올무 피해 우려 포획 불가피”
- 환경단체 “자유롭게 놔둬야”
지리산에 방사된 세 살배기 수컷 반달가슴곰이 80~90㎞나 떨어진 경북 김천시 수도산으로
두 차례나 줄행랑을 쳐 국립공원관리공단이 애를 먹고 있다.
특히 반달곰을 포획해 다시 지리산에 방사하는 문제를 놓고 ‘야생동물의 자유’에 대한 논란이 빚어지고 있다.
국립공원관리공단은 지난달 경북 김천 수도산에서 생포돼 이달 6일 지리산에 재방사된 반달가슴곰(KM-53)이
전북 남원과 경남 함양, 거창을 거쳐 경북 김천 수도산으로 다시 이동한 사실이 확인돼
포획을 시도하고 있다고 24일 밝혔다.
공단은 곰에게 부착된 발신기를 통해 이동 경로를 24시간 추적하고 있다.
발신기 추적 결과 반달가슴곰은 지난 6일 재방사 후 1주일 동안 지리산국립공원 안에 머물다가
16일부터 지리산 권역을 벗어나 본격 이동했고, 80~90㎞를 이동해 20일께 수도산에 도착했다.
곰은 사람 밀집지역이나 민가를 피해 인적이 드문 시간대에 산줄기를 따라 이동한 것으로 분석됐다.
또 대전통영고속도로는 교각 아래의 물이 적은 강가를 살피면서 신속하게 건너갔다.
광주대구고속도로는 긴 터널 위의 산을 건너갔다.
공단 측은 그동안 야생동물 이동에 장애 요인이었던 고속도로에 교량과 생태통로가 설치돼
반달가슴곰의 장거리 이동이 가능했던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곰은 2015년 태어나 그 해 10월 27일 지리산에 방사돼 북부 능선(불무장등) 일대에서 활동했다.
그러다 지난해 9월 ‘1차 지리산 탈출’을 시도했다.
곰의 위치 발신기에 이상이 생기면서 실시간 추적에 차질이 빚어졌고, 공단 측은 헬기 등을 통해
위치를 추적해 오다 지난달 14일 수도산에서 포획됐다.
당시 곰의 수도산 여정은 2차 여정과 경로가 비슷하다.
지리산에서 김천 수도산까지는 80㎞ 이상 된다.
지금까지 반달가슴곰 이동 사례는 함양(15㎞)과 전남 구례(7㎞) 등 정도로
반경 15㎞ 이내에서 머무는 데 반해 이번에는 이례적이다.
한 동물 전문가들은 “곰이 수도산에 한 차례 갔다 온 뒤 그곳 분비물 냄새를 따라
재차 탈출을 시도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지리산 반달가슴곰의 잇따른 ‘방랑 소동’으로 지리산 재방사 문제를 놓고
공단과 환경단체 간의 갈등이 빚어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공단 측은 “올무(짐승을 잡기 위하여 만든 올가미) 등에 의한 피해를 방지하기 위하여 해당 개체의 포획 회수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사단법인 반달곰친구들과 국립공원을지키는시민의모임은 이날 성명서를 통해 “공단은 곰을 지리산의
울타리에 가두려는 시도를 중지해야 한다”며 “자연으로 돌아간 곰의 자유로운 삶이 보장되어야 한다”고
반발했다.
김인수 기자 is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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